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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의 집에서 / 문정희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깊이 생각해 버린 것 같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 못 만난다면
돌아오는 가을쯤 만나고
그때도 못 만나면 3년 후
그것도 안 되면 죽은 후 어디
강어귀 물개의 집에서라도 만나고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언제나 더 부끄러워
결국 혼자 타오르다 혼자 스러졌었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만나서 뜨겁게 깊어지고 환하게 넓어져서
그 깊이와 그 넓이로
세상도 크게 한 번 껴안는 것이었다.


왜 하필 물개의 집인가? 했더니

문시인 별명이 물개였다는

그것도 중학교 때 별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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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단

이향지

낫이 풀을 지나간다. 풀들은 쓰러지며 흩어진다.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풀로 풀을 묶어준다. 좁은대로 풀들은 다시 뭉친다.

짧은 풀일수록 긴 풀의 위로가 필요하다. 풀이 풀을 안고 소꼴로 가는 길. 소 숨소리 가까울수록 긴 풀 오금이 풀린다.

소의 고삐도 위로가 필요하다. 
풀 베는 낫도 위로가 필요하다. 
개밥바라기도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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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 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 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 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 속으로 들어온다


목포항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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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연인

Pulmaya 머릿속 2015. 4. 29. 23:27
산소 같은 여자를 사랑했네
내 세포까지 들어와 시의 노래를 들려주는 여자
공기의 여자 나는 그녀의 연인이되어
바람이 되어 그녀의 주변을 떠도는
음유시인이 되어 햇살의 밀림 속에
꿀을 감추놓았네 공기는
달콤한 사랑처럼 감미로왔고
비아그라처럼 쿵쿵 심장을 울렸고
공기의 살림살이를 위해
가난한 시인은 날마다 시를 써야했네
공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공기 속에 그녀만 볼 수 있는 투명한
냉장고와 티브이와 음악과 와인을 준비해놓고
산소 같은 여자가 나의 시가 되기를 원했네
태풍의 눈 안에 공기의 여자를 넣고 다녔네
여자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사나운 파도로 포효하고 천둥 번개로
자장가 부르면서 공기를 감싸 안았네 그러나 
잡으려 하면 할 수록 저만치 도망치는 여자
공기 같은 여자
너의 공기 마음껏 들여마신다 해도
깔깔거리며 웃는 여자
화 내지 않는 여자 차분한 여자
나를 흔들 줄 아는 여자
아내로 만들 수 없는 여자 나를 간섭하는 여자
공기의 여자를
난 사랑했네


공기의 연인 / 최 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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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 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최영미 / 선운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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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념

Pulmaya 머릿속 2014. 11. 28. 01:22
마음을

접고

접고

접고

접고

접고



접고

접어도 끝이 안 보여

도대체 그 마음 얼마나 크길래

아무리 접어도 다 접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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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다

Pulmaya 머릿속 2014. 11. 27. 01:01
내가 힘들때 위로가 되었던 단 한 사람

생글거림이 묻어나는 목소리

즐거운 성격

한여름에도 끈적거리지 않는 따뜻함

내가 가지지 못한
일상의 여유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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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협의 날

Pulmaya 머릿속 2014. 6. 24. 00:39
오늘 아주 큰 결심을 했지. 거창한 그 무엇이 되려고 버둥거리기를 멈추고 적당히 살아보자고. 아주 큰 결심을 했네. 역사적인 날이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백석과 윤동주와 살아있는 손석희의 이름을 부르고. 허허 이렇게 눈이 높아서야 원.

나는 추가적으로 하나 더 마음먹었는데. 정말 올해까지는 열심히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내년 설 즈음에는 어디서 귀한 상자를 하나 구해와서 너의 사진을 담아 평생 가슴에 묻고 사는 편이 낫겠다. 달콤했던 첨밀밀 여명의 고모처럼 꽃다운 젊은 시절의 보석같은 기억을 간직한 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타협이란건 홀가분하지만 좀 서글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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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Pulmaya 머릿속 2014. 5. 20. 01:50
비로소 인정

다소 서툴렀고, 과격할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사랑했노라고.

난 그걸 인정하면 뭔가 패배자가 되는 줄 알고,

진짜 좀 많이 오바했네. 사랑이 아니라고 애착이라고 집착이라고 분노였다고 과도한 슬픔이라고.

그럼 그게 사랑이 아니었다면, 너는 태어나서 사랑 한 번 못해본 불쌍한 년이 되는걸 이제 알았냐고.

비록 아팠던 그 순간 내가 찌질하고 바보같아서 그런게 아니고 그냥 사랑했으니까 아팠다고.

아 얼마나 아름답냐

아름답다. 아름다워!
속이 다 후련하네.

이제 제대로 사랑할 일만 남았구나!

쿨하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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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머릿속 2013. 6. 23. 23:34
이렇게 턱을 괴고 너와 마주보니
오늘 하루 무더위를 위로하며
시원한 너의 손길로
이마를 한 번, 두 번, 세 번
뺨을 또 한 번, 두 번, 세 번
쓰다듬어 주는구나

오늘은 일 년 중 보름달이 가장 크다는 날
넌 그 넓은 가슴에 달도 품고 별도 품고

물끄러미 빤히 올려다 보는 내 앞머리칼
또 한 번, 두 번, 세 번
걷어올려 주는구나

네 어깨에 가만 기대어 숙면을 청해본다.

내일은 다시 출근하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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