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의 집에서 / 문정희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깊이 생각해 버린 것 같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 못 만난다면
돌아오는 가을쯤 만나고
그때도 못 만나면 3년 후
그것도 안 되면 죽은 후 어디
강어귀 물개의 집에서라도 만나고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언제나 더 부끄러워
결국 혼자 타오르다 혼자 스러졌었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만나서 뜨겁게 깊어지고 환하게 넓어져서
그 깊이와 그 넓이로
세상도 크게 한 번 껴안는 것이었다.


왜 하필 물개의 집인가? 했더니

문시인 별명이 물개였다는

그것도 중학교 때 별명이라고

'Pulmaya 머릿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론  (0) 2016.05.10
에곤 실레 나비 3악장  (0) 2016.04.27
나도 위로가 필요하다  (0) 2015.10.05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0) 2015.09.23
공기의 연인  (0) 2015.04.29
블로그 이미지

Pulmay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