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의 작성이라니

매월 초 아직은 때가 아니다 생각하며 다음달 다음달 하던 것이 이렇게 되어 버렸네.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4월 말 바다 건너와서 우여곡절을 좀 겪었으나 5월 초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세상 모든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삶의 주기가 3개월 단위로 돌아가게 된 지금. 사실 매우 평온한 상태이다. 8월로 넘어오면서 7.5를 쓸까 8을 쓸까 하루에 여러번 고민했는데 6개월이나 안쓴줄도 모르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던 건 아닌데.

생활은 심플해서 크게 군더더기가 없고 머릿속도 마음속도 작년과 비교하면 꽤 평화롭다. 내게 강 같은 평화-

인연이란 것은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서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번번히 깨닫고.

3월 말 정아의 도움으로 큰 고비를 한 번 넘기고... 4월에는 사실 별로 기억을 되새김질 하고 싶지는 않지만... 4월이 있어준 덕분에 5월이 왔고 6월이 왔고 7월이 왔고 8월이 왔다. 이렇게 슬- 하반기로 넘어왔다.

한가할 틈은 없지만 치이지는 않아서 좋다. 아직은 무언가를 어거지로 시도하고 싶지는 않을 정도로 평온하다. 그래서 문득 아직 남편은 없지만 아이를 하나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실현이 된다면 아버지 없는 아이의 가난한 엄마가 되는것인가? 참나... 생기지도 않은 아이한테 벌써부터 미안해지려 하네

비가 온다. 여기는 타이밍이 다르다. 서울은 월요일에 비가 올 거라고 들었다. 아까 저녁부터 비가 온다. 집에 다녀 올 준비로 마트에서 예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도착하고 얼마 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좋아하는 배우가 생겼다. 26
왜 26일까 혼자 며칠 고민했다. 코드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너무나 오랜만에(거의 18년 만이니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배우의 팬카페에 가입하고, 두근두근 일주일을 기다리고, 드디어 퇴근 무렵에 정회원 승급이 되었는데 그날 퇴근길에 비 갠 후 쌍무지개를 만났다.

보통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배우의 군입대 소식을 들었다. 심장이 살짝 내려 앉았다. 고백하자마자 거절받은 그런 느낌? 섭섭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짧은 기간 나 나름대로의 팬심을 누려야지. 배우 덕분에 주말이 즐거웠고 끝이 보이지만 즐길 시간이 조금 더 남았으니 욕심내지 말아야지.

선정언니가 왔다가셨다. 언니에게 남편이 생겼다. 축하해드렸다. 나는 감히 그러지 못할 일이다. 역시 언니는 나랑 클래스가 다르다. 나는 늦되고 어중간하다. 독보적이지 못하고 그냥 쫓아가기 바쁘다. 이번 생은 계속 밀리고 밀렸으니 이렇게 지내는 수 밖에. 울적해하지 말자.

좋아하는 배우의 팬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마음이 풍요롭다. 월요일에 출근해서는 배우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걸어놔야겠다.

배우가 극중에 상대역에게 내일 보자.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의 울림이 너무 컸다. 내일 보자. 아마 내가 누군가 특정 대상에게 이 말을 할 일이 다시 또 있을까?모를 일이다.

내일 보자는 단순히 인삿말이 아니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의지이다. 우리는 내일도 변함없이 만나는거야. 이렇게 약속하는 말이니까.

더 늦기 전에 더 나이 먹기 전에 이런 감정의 교류를 할 기회가 또 한 번 주어진다면 정말 충실하게 성실히 진심을 다해보고 싶다. 모르겠다.

사실 지금의 상태는 번뇌 연민 이런 것들로 해방된지 얼마 되지 않아 상당히 영혼의 자유가 있는 편이다.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지 않고 손발이 자유로운 그런 느낌이다.

이곳 생활은
직장인의 생활이란게 크게 특별할 것이 있나. 벗들과의 조우는 생각보다 기회가 많지 않고 월에서 금까지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빗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아까 잠깐 개구리가 울었다.

지난 주에는 공원을 찾아 수십분을 걸었는데 땀구멍이 크게 열리고 돌아와보니 집 근처로 사방에 새가 울었다. 멀리 그 무엇이 있을까 방황하지 말라는 가르침인가

먹는 것은 잘 먹는 편이다
독립을 한 것은 큰 의미있는 일이지
이제 엄마도 독립을 해야지.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고 혼자서 자신의 인생을 돌보셨으면 좋겠다. 나는 돌아가지 않고 싶다. 문법적으로는 돌아가고싶지 않다 가 맞겠지만 나는 그냥 돌아가지 않고 싶다. 나도 독립을 해야 하니까

내가 경제력이 좀 된다면 어디서 없는 남자라도 데려와 살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좀 아쉽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얘기하는 일들이 나는 좀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내년은 이렇게 지나가겠지. 우선은 2018년 1/4분기를 지나고 뭔가를 좀 해보고싶다. 물론 그보다 기회가 더 빨리 찾아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좀 천천히 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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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칠년의 첫달을 어수선하게 보냈다.
여행을 다녀왔다. 자꾸 잊어버려 이제는 많이 잊어버려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짠내가 물씬했던 남국. 아마도 마지막 해외여행. 왜냐면 앞으로 혼자 여행가고 싶지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고래를 만났다. 험한 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노래하는 널 만나러 다녀온 것이었다. 그걸로 충분했지.

별을 보았다. 무수히 쏟아지는 깨알같은 별을 잔뜩 보고왔다. 충분히 보았다.

수도 없이 걸었다. 하염없이 걸었다. 목적지는 있었고 그냥 걸어갔다. 여러 동물 친구를 만났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덤덤한 동물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왔다. 무심하게 아이컨텍을 했다. 모든 것이 충분했다. 흠 잡을데 없었지만 좀 심심했다. 말할 친구가 없었다.

짧디 짧은 에피소드. 와 뭐지?
좋았고 슬펐다.
잊기 위해 과거의 여러 기억을 소환했다. 묵은 것과 새 것이 뒤엉켜 난잡해졌다. 거지같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자꾸 뒤를 보게 된다. 문밖 출입을 자제했다. 가지말아야 할 곳으로 향하게 될까봐 셀프가택연금을 시전했다.

재미가 없다. 뭘 해야 할까?
하고싶은 것도 없고 하기 싫은 것도 없고 이상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밋밋한 인생.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상하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집 밖은 춥고 쓰레기만 난무하니 되도록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좋겠다. 부지런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연휴 직후 다녀간 사촌 오빠의 둘째 소식. 지난 주말에 전해들은 절친의 둘째 소식. 나는 언제 둘째까지 가지려나. 앞길이 캄캄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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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미작성이라니...
해가 바뀌는 이 시점에서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 1월 첫째주를 넘기지않고 작성하려 한다.

今沖縄にいって、3日間韓国人あまり会わなかった。

월기를 쓰기 시작하고 나서 재외작성은 최초인듯. 밤은 길고 데이터는 빵빵하니 차분하게 이것저것 정리를 해보자. 머리도 마음도.

8월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 9말10초 동생 결혼을 전후로 일터에서는 버텨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썼다.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계약기간을 다 채워 일한 내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내공 100을 추가하였습니다.

나빴던 것은 빨리 떨쳐버리자. 되돌아 힘들지 말자.

가장 큰일은 역시나 동생 결혼. 덩달아 나도 바빴다. 날이 좋았다.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볕이 쨍쨍 났다.
십수년을 알고 지낸 새식구는 뭐랄까... 접촉기회가 많아질수록 어렵고 편하지 않은 느낌? 평생 알아가야겠지.

10월 3주차 대구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뵙고 옴. 언제 다시 가 뵐 수 있을까.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평소 지극정성 하지 못했으니 있는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11월 중순부터는 파견 근무를 나가서 계약기간 종료까지 다님. 그냥 싫고 피곤했다. 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스스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으니까. 이 무렵부터 C.B 회의에 합류하기 시작. 내가 딱히 잘 하는 것도 없고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상황에 맞게 묵묵히 도리를 다하자. 내 마음은 언제 뜨거워지려나?

묵은 인연들을 일부 정리하기도 하고 덮어두기도 하고 묻어두기도 하고
빈 공간이 생겨야 새로운 인연도 채워지리라.

동생 결혼 관련 할부가 모두 끝났다!
당분간 할부는 없다!
아 학자금대출도 조그만거 하나 털었다. 상반기 안에 하나 더 털어야지. 진짜 조그만건데...

바쁜 한해가 되겠지? 문제가 발생해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한해가 되길. 작년과 다른 올해. 이공일칠. 삼십육세. 서른여섯. 익숙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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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삼복 더위에 이사를 했다!
와 다시는 절대 여름에 이사하지 말야야지.
6말7초에 3일 휴가를 내어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집 구하러 다니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3박 4일간의 제주 출장은 진짜 날씨때문에 쉣이었다. 절대 여름에는 섬에는 가지말아야지. 

뭔가 계속 산뜻한 느낌이 안들어서 폰을 한 번 바꿔줬다. G3도 좀 큰 느낌.

집 구하고 보름 만에 이사를 하고 집 구하러 다니면서 이직 준비도 하고. 면접도 엄청 빡셌다. 이사 전날 2차 면접을 보고 와서는 새벽 두시까지 이사 준비를 하고 또 폭염에 일곱시도 안되서 겨우 눈을 뜨고는 진짜 사람이 못할 짓이야!!! 다시는 여름에 이사하지 말아야지.

이직과 함께 과외도 마무리를 하고. 성적만 좀 잘 나왔음 좋았을텐데. 아쉽다. 손길이 필요한 아이였고 아이가 하고싶은 여러가지를 함께 해주었으니 나름 만족...애가 빨리 대학생이 되면 데리고 놀러 다니면 좋겠다 캬캬

5말6초에 하던 영어과외를 다시 시작해서 두 번을 다녀왔다. 눈썰미가 좋은 선생이랑 수업을 하면 기분이 좋다. 8월에도 옮긴 회사에 적응하고 가능한 부지런히 다녀야지.

몇개월을 지켜본 끝에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조건이 바라는만큼은 아니지만 우선 들어가는게 목표였으니 뭐 성공한거라고 봐야 한다. 걱실걱실 소처럼 말처럼 일하다보면 연말이 될테니. 그때가서 다시 생각하자.

침대를 산지 보름만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정리를 마치고 오늘 처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얼마만에 누워보는 넓은 침대인지 하핫 기분이 좋다. 새 침대 사면 두고 쓰려고 알라딘 북램프 득템을 위해 책도 막 지르고. 돈을 엄청 많이 썼다. 열심히 벌어야 하는데 퓨퓨

새로 이사온 집 마당에는 은행나무 다섯 그루, 단풍나무 두 그루, 도토리나무가 하나, 그밖에 아카시아 사철나무 등 크고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인공미 물씬 풍기는 정원은 아니지만 마당이 있어서 좋다. 몇 해 동안 묵혀 두었던 집기나 소품들을 꺼내어 퍼즐 조각 맞추듯이 자기 자리를 찾아주는 일도 참 즐겁다. 휴가는 따로 못갔어도 이것저것 하느라 심심하지도 않고 좋다. 바베큐 그릴 꺼내서 고기 구워먹는 날이 언제 오려나.

또 더 못쓴 얘기는 댓글로 첨언하고 어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은 출근 첫날이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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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빨리 끝났고, 여름은 훌쩍 찾아와 생각보다 기승을 부리지 않고 사람의 진을 뺀다. 그래도 그 어느 계절 하나 지겨웠던 적은 없다. 지겨움이라는 것은 어서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포하지만 어느 하나의 계절이 끝나버리면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계절이 끝나면서 나이도 조금씩 먹으니 계절이 지겨웠던 적은 없다.

 

너무나도 지루해진 일상, 출근, 무미건조, 시시껄렁, 영혼없는 인간들, 생기없는 공기, 답답함.

 

잠시 머무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평생을 이렇게 산다면 아마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과의 업무, 의사소통. 예전에도 경험해보았지만 고쳐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본인이 이해를 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떠한 수고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좀더 잘난 인간들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싶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돈은 좀 과하게 쓰고, 더 벌지는 못하고.

 

아침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발끝부터 시작하여 목덜미까지 슬금슬금 곰팡이가 피어 오르는 느낌이다. 우중충하고 구질구질하고 허름한 느낌. 유쾌하지 않다.

하루종일 서로 말도 몇마디 하지 않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동태눈을 하고서는 우물우물 무언가 음식물을 씹어삼키고는 시시껄렁한 연예계 이야기를 한다. 산뜻하지 못하다.

 

다음 옮길 대책을 세워서 움직이는 것이 마땅하나, 오래 머무르지는 않으리라. 그래도 따지고 보면 작년 연말의 그 힘든 곳 보다는 오래 다녔다. 나의 활력이 퇴색되지 않는 곳으로 가고싶다. 아직은 한창 일할 나이. 몸을 아끼지 말자.

 

답답한 것들 갑갑한 것들 모두 치워버리고 붕붕 날라다녀도 성에 차지 않을 판에 이건 뭐 밍기적밍기적 동태눈을 하고서는 원......

 

어서 여름이 무르익고 날라다니련다. 비가 쏟아져도 물이나 듬뿍 먹는다 생각하자 큰 나무처럼.

 

여름이 지나면 또 쑥쑥 자라있겠지. 역시 이 계절도 지겹지 않다. 

 

 

5월 22일에는 하나뿐인 동생의 상견례가 있었다. 착한 내 동생. 새로 가정을 꾸리면 잘 살길 바란다. 철 없는 나랑 엄마는 걱정말고.

 

5월 13일에는 하루요 언니와 유꼬 언니와 함께 이화동 벽화마을을 돌고 명동에서 맛사지도 받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1년에 한 번씩 오는 언니들 덕분에 관광객 코스플레도 재미있다.

 

그래도 상반기에 몰아서 영화를 3편을 봤네. 캡틴 아메리카, 미 비포 유, 정글북

 

유명한 아가씨와 곡성은 보지 않았다. 내 취향이 아니므로 패스

 

또 뭘했지?

 

음 정아씨도 만나고 그것도 상반기에 두 번이나!

승제선배도 논문 심사 앞두고 맛난거 묵고 으쌰으쌰 했고

기타 생면부지의 못생긴 남자도 두어명 만난듯. 언제까지 이런 불필요한 짓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임진영이 다리를 다쳤다!!! 맞네, 이게 젤 비상사태였지.

 

6월 7일 새벽 임진영이 나랑 웨이신으로 얘기를 하다가 계단에서 굴러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깁스를 했다.

6월 8일 비행기로 한국에 올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연태로 회항, 1박 후 9일 아침 인천으로 들어옴. 바로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고 뼈에 문제 없다고 하고 인대를 많이 상했고 반깁스를 하고.... 12일 출국하는데 저녁에 공항에서 잠깐 봄. 샌드위치와 잠바주스 맛없는 키위주스와 크로와상을 사줌.

 

그래. 이게 젤 주요 사건사고였다.

 

빨리나아라 진영아. 내가 잘못했어. 밤에는 메시지 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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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의 봄은 예전만큼 화창하지 않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흐린 날이 많고,  따뜻한 날도 얼마 없다. 비가 자주 내리고, 예전보다 우중충한 느낌이다. 시대를 반영하듯 봄은 더 이상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졌다.

사무실엔 그냥저냥 일이 많고 틈도 많아서 잡생각과 문제 의식도 많아졌다. 나도 나이먹는 치레를 하느라 자꾸 컨디션이 저조하고 몸에 들이는 돈도 많아졌다. 사실 1월 중순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른기침 감기와 장염, 위경련, 피부트러블이 차례차례 다녀가거나 머물러 있다.

인근에 근무하는 갖마 후배 허다경이를 만났고 투잡을 알선해 준 이상근 선배에게 보은을 했다. 절친 정화는 결혼을 하고 부케는 내가 받았다. 정아씨를 몇 년 만에 만나 즐거웠고 효진이 현진이랑도 맛있는 걸 먹었다. 짜이르도 쉬는 틈을 타 시간을 내주었다. 겸이네 집에도 한 번 다녀왔다. 새언니한테는 부담이 되지 말아야겠다. 좋은 시누이가 되고싶다.

사무실 일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새벽 기상을 하느라 컨디션이 더 안좋아 진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기력해지는 분위기 탓일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관리'를 받기 시작했고 월급은 통장을 거쳐 카드회사에 상납되었다.

동생 범이가 가을에 결혼 날을 잡았다. 5월에는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드디어 가는구나 착한 내 동생!

오래 만나는 인연보다 스쳐지나 가는 인연이 더 많아지고 크게 아쉽거나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어디 하늘에서 벚꽃잎처럼 남자사람 하나가 툭 떨어져서는 생일상도 차려주고 선물로 감동을 주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살면서 요즘만큼 내 몸에 들이는 돈이 많을 때가 없었다. 돈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도 들인다. 엄마의 당부대로 남사친 관리를 잘 하느라 전에 없던 모닝콜도 부지런히 하고 여러모로 바쁘게 산다.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젊은이들이 모여 술도 마시고 흘러간 옛 노래에 맞춰 춤도 추는 곳에 가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내가 춤을 잘 췄고 남자들도 여자들도 좋아해줬다. 살 맛이 났다. 가끔 가면서 살아야지. 더 어릴 때 가보지 못한게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가보게 되어 다행이다.

먹는 것은 계속 가려 먹어야 할 것 같다. 5월에는 하루요 언니가 오기로 했다. 같이 낙산공원에 가고 이화동 벽화마을을 갔다가 오리고기를 먹기로 했다.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건강한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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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잘 쉬었다. 연말까지 과로와 야근에서 해방되어 진짜 푹 쉴만큼 쉬었고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내가 소파인지 소파가 나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가끔 나가서 사람을 만났고 황당하고 열받고 슬픈 일도 겪었지만 크게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23일에는 정화가 이사를 하고 일부 살림을 가져왔다. 24일에는 겸이의 백일을 축하하는 가족 모임이 있었다. 25일에 면접을 보고, 28일에 2차면접을 보고서는 2월부터 다시 직딩이 되었다. 쉬면서 딱 한군데 지원을 했고 붙어서 다닌다. 승률 백프로 달성.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삶을 살기로 했다.

고광용 박사와 진실언니, 하남석박사님을 만났고 서연이, 찬영이네 가족과 수진이 은미네 가족도 만났다. 돌아보니 많이 만났네 ㅎ 조곤조곤 잘 돌아다녔다.

날씨는 한 번 매우 혹독했고 혹독한 날씨만큼 몸과 마음도 고생을 했다. 보일러 온수가 두 번이나 얼어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쉬는동안 엄마는 단 한 번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엄마의 보살행의 끝에 취업을 했으니 엄마 덕을 본 것이다.

황당과 당황, 분노, 상실, 단절, 괴로움, 안타까움의 감정 변화를 순차적으로 경험했지만 종국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교훈을 찾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지.

이제 억지로 일을 만들어 감정을 소모하는 일은 하지말아야지.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혼자서도 잘 사는 법을 연구하고 지루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어수선한 묵은 해를 뒤로 하고 새해가 다가온다. 2016년 원숭이해. 바라는 것을 모두 가질수는 없지만 있는 것에 만족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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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반이나 월기를 작성하지 못했다. 9월 말엔 10월 마치고 쓰려했고, 10월 말엔 또 11월 말에 쓰려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2년만인가. 백수의 신분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아마 백수로 맞이하는 마지막 새해가 되지 않을까싶지만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니 그냥 받아들이자.

두달 하고도 일주일. 정신없고 어수선했던 다른 세계 여행이 끝났다. 머뭇머뭇 망설이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싶지 않았다. 산만했지만 역동적이었고 오래 할 수는 없었지만 잠시는 괜찮았다. 매일 저녁 지척에 집이 있건만 저녁 한 번 제대로 집에서 먹지 못했다. 주말에도 마음이 불안했다. 일과 사생활이 분리가 안됐다. 회사는 좋았을까? 난 잘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소소한 즐거움과 설레는 순간은 있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큰 유리창을 마주하고 혼자 감상에 젖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심란했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야심하여도 퇴근엔 기약이 없었고 저 멀리 죽 늘어선 홍등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최선은 무엇일까.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심장의 여러군데가 콩닥거렸다. 아 왜이러지. 어쨌든 계속 그렇게 살다간 병들 것 같았다. 여러 사람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둔다. 다시 꺼내어 부를 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무딘 사람이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생각해도 무엇이 끌려가듯 내 인생에서 두달이 토막으로 잠시 어딘가에 다녀온 느낌이다. 이십대의 어느 지점으로 잠시 보내졌다가 그것을 인지하고는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 그런 상태인듯하다. 바빴지만 매일 콧노래를 불렀고 있는 애정 없는 정성을 다 쏟았다. 정을 붙이려고 노력했다.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는 살았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살아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나이가 든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어차피 내년에도 또 나이를 먹을테니 그냥 받아들이고 살자.

아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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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한몸뚱아리로 연결된 7월과 8월을 묶고, 9월의 반덩어리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쩜오의 수작을 부리기로 했다. 그냥 여름이었으니까. 더웠으니까. 두 달 반은 호되게 더웠으니까. 갖다 붙여도 괜찮은 조합이지 않나.

 

7월엔 논문을 제출했지. 8월엔 졸업을 했다. 폭염주의보로 콩죽같은 땀을 뻘뻘 흘리고 모처럼 만에 가족행사로 저녁까지 먹었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학사모에 가운을 입었다. 학부 땐 장기 출장으로 졸업식 언저리에도 가지 못했는데. 그 더위에 학사모 쓰고 가운입고 일그러진 표정이었지만 사진도 찍고.

 

논문은 학교 도서관에 올라왔는데 초록에 또 오타가 보인다. 정말 열흘 우울증을 앓았다. 글씨는 아무 것도 쓰고싶지 않지만 일을 해야 하니 뭘 안쓸수도 없고.

 

오랫동안 끊으려 했던 페이스북 포스팅을 끊었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할 말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고. 결정적 요인은 1, 2년 전 같은날 내가 썼던걸 보여주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손발이 오글거리니 하려던 말도 안하게 되더라.

 

새로 다니게 된 직장은 새로 다니는데도 새롭지 않다. 우중충한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백골이 진토되도록 쓸고 닦아도 내 능력의 한계가 온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이고 본질적이며 구조적인 문제가 없어질 것 같지 않다. 솔직히 당장 내일이라도 출근을 안하고싶다. 한 달 정도 전부터는 매일 아침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속상하다. 이런 어수선한 마음을 매일매일 다잡느라 신경성 소화불량이 생겼다. 그래서 점심을 웬만하면 안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소화가 안되서 뭘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먹고나면 더부룩 하고. 아침은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밥을 먹으면 되니까 점심 한끼정도는 그냥 적당히 넘어가도 된다. 일에만 집중하려고 하지만 일 외적인 부분에 대한 되도 않는 결벽증 때문에 스스로를 좀먹고 있다. 어떡해야 할까. 마음이 무겁고 머리도 무겁다. 어깨도 무겁다. 뭘 어떡해야 할 지 정말 모르겠다.

 

8월 첫째주에는 은주언니와 암살을 봤다. 800만 돌파에 숟가락 살포시 얹었다.

8월 마지막주에는 아팠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자마자 감기가 그렁그렁 괴롭혔다. 괴로웠다.

배탈도 났다. 기침에 토사곽란을 동시에 하고 났더니 진이 다 빠진 것 같다. 이렇게 나이를 먹는건가. 휴

 

별 것 없는 일상이지만 9월 초에 뭔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웃겼다. 작년 가을에도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더니. 가을이라 그런가. 잠깐 즐거웠고 현실은 또 아무 감정이 없고 그냥 끝났다. 벌써 12년도 더 전의 최악의 인간과 꼭 닮은 다른 개체와의 피곤한 만남을 4시간 가까이 견뎌낸 후 스스로 대견했다. 나이도 먹고 인내심도 강해졌구나. 내가 웬만큼 살긴 살았나보다. 전혀 관계도 없는 비슷한 인간을 다 만나다니. 입술까지 핏기없는 투명한 피부에 머리 숱 많은 것 까지. 말투에 억양에 제스추어에 대화를 되받아치는 순발력에 철없음에 싸가지없음에 냉정함에 배려없는 것 까지도. 지가 좋아하는 것에만 정성을 쏟고 그렇지 않은 것은 폐품취급하는 더러운 품성까지도. 아마 담배를 하루 한갑펴도 냄새도 안나겠지. 지긋지긋하다. 끝났다.

 

누군가는 나의 이름을 부르고 나는 미처 하지 못했던 욕지거리를 해 주었고. 그것도 속이 시원하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휴가도 안가고 넘긴 무덥고 무기력한 여름. 오늘 마트에 갔더니 내 스카프를 보고 완전 가을이란다. 가을오면 좀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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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분명 여름이 되었는데 몸과 마음은 약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느낌이 난다.

통과된 논문에 또 여러 번 손을 대고 또 대고 인쇄에 재인쇄, 배송도 한 번에 말끔하게 처리되지 않았고. 찍어놓고 보니 또 오타가 나오고. 무슨 3D 입체 영상도 아니고 두둥 지맘대로 효과음까지 내면서 오타들이 슈욱 떠올라 아 이건 정신병이다 싶어 그냥 던져버렸다. 뭔가 개운한 느낌은 안들지만 홀가분한 느낌은 조금? 아주 조금 들고 지긋지긋 끔찍한 이 녀석을 다시는 쳐다 보지 않겠다는 우악스런 마음도 좀 들었다.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인물과의 반갑지 않은 만남으로 인해 지난 2년반의 내 학업의 시간이 한순간에 빛이 바래버렸다는 것이지...

나도 모르게 3년 전 이맘때에는 분명히 몰두할 무언가를 찾아야 할 만큼 표면적으로 피폐하지는 않았는데 돌이켜 보니 그것들은 잠복해 있었다. 잠복된 부정적 요소들의 일종의 승화과정이라는 깨달음이 이제서야 들고 나니 모든 것이 허탈해졌는데 그걸 티안내느라 매우 힘들다.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봉인하지만 않았어도 그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반갑지 않은 만남은 사전에 차단할수도 있었다. 이번에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은 내가 돌아보고 생각하기 싫은 여러 문제들을 물리적 차단에 가까우리만큼 봉인한 것 때문이다. 물론 의도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스스로가 많이 힘들었고 그걸 겪는 과정에서 내 나름대로의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하고, 사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물론 절대 그렇게 되고싶지 않지만... 결과는 똑같을 것 같다.  피를 토하지 않으면서도 피를 토하는 기분이 들었던 시간이었으니까. 아무에게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살짝 얘기한다 하더라도 적당히 둘러둘러 팩트를 언급하는 정도에만 그쳤고 내가 그래서 되게 힘들어. 진짜 죽을만큼 힘들다. 이런 류의 얘기는 하지 않았고. 만약에 그렇게 얘기했다면 스스로도 감정이 증폭되어 불쌍한 년 코스프레를 지지부진하게 했을지도 모르지. 혼자 쿨한 척 옥상에 올라가 맥주 한 잔 하고는 그래 순리대로 하자. 뭐 이딴 어줍잖은 천사표 마인드 컨트롤이나 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그런 온갖 잡다한 부정적인 네트로피들의 응집과 승화의 결과가 내 2년반의 학업이라 생각하니. 배지터가 된 기분이다. 악한 에너지도 에너지이긴 하니까.

 

그래서 이제 다시 그 다음 단계를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마음의 결심도 안서고 이게 내가 결정해서 온 것은 맞는데 그 결정이 진짜 내가 태초부터 가지고 태어난 나의 미션 뭐 이런 성격의 것이 아니라 개연성이 훅 떨어지는 승화의 과정이라는게 참. 이제부터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된걸까. 지난 3년을 연명하기 위한 장치로서밖에 의미를 격하시키고 싶진 않지만 본질이 그렇다. 아 젠장

 

남은 7월 부지런히 생각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한다. 결론이 쉽게 나진 않겠지. 8월까지는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 떠나고싶지만 돈이 없다. 에휴

 

그래도 차현진양의 도움으로 영문 초록을 완성하고. 지도교수님의 정말 지도를 넘어선 지도로 논문이란 녀석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이 녀석이 학문의 적자가 아니라 감정의 사생아라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너의 출생의 비밀. 그렇다고 너의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진 않을테니..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방법을 터득해야겠다. 메르스 따위 아무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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