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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연구발단
연구자 본인은 키 160cm에 평균 체중 50kg으로 한국 성인 여성 평균 신체 사이즈에 가까운데 신발사이즈는 230~235사이즈로 친구들에 비해 발이 다소 작은 편이다. 또한 하이힐을 신고 활동하는 날에는 급격한 체력저하와 과도한 피로감을 느껴 발 크기와 신발, 피로감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티비에서는 높은 굽을 신을 경우 신체에 어떤 무리가 오는지를 알려주는 뉴스들이 가끔 나오는데, 현실적으로는 하이힐을 신으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여성들도 종종 있어 나는 최근까지 상당히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 이 연구를 마무리지으며 그 의문을 해소하고 그냥 '생긴대로 살기로'마음먹었다. 그럼 아래로 조목조목 정리해보기로 한다.

참고로 자연과학적 연구에는 각종 변인들을 통제하고 수치로 연구를 진행해야 함이 마땅하나, 이건 그냥 내 개인의 취미생활이므로 그저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한 것을 정리하는 정도에 그치는 아주 낮은 수준의 연구임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향후 제화업계 디자인 마케팅에 귀감이 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부하며, 어디서 어떤 용도로 쓰이든 세상을 넓리 이롭게 하였으면 좋겠다.

_의문
왜 어떤 여자들은 하이힐을 신으면서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데, 왜 나는 힘이들까. 이 단순한 의문에서 비롯된 추측과 내 나름대로의 논거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마무리되었다. 나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 준 것은 바로 '전족'이었다.

_전족
중국 청나라 시대 때 여성의 발을 천으로 동여 매어 어느 정도 크기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 전족의 이유로 발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발이 작으면 잘 걷지 못해 멀리 갈 수 없어 여자들이 모자랐던 청대에 여자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었다는 설도 있는데, 나는 후자에 더 무게를 실어 고민하게 되었다. 전족을 하면 발이 크지못해 손바닥 크기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발등과 발바닥이 구부러지고 발가락도 변형되어 천을 동여매어 놓지 않으면 상당히 괴기스럽기 때문에 미적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어떤 소수민족은 여성들이 목에 금속 링을 끼워 목길이를 늘이는데, 이 또한 목이 긴 여성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적 기준때문에 전족을 한다는 것도 영 무시할 수는 없다.

한편, 전족을 한 중국여성들이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까지도 꽤 있었고, 중국 건국 이후에도 전족을 했던 고령의 노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에 관한 기록물에 보면 실제로 걸을때에도 상체의 무게가 무거워 뒤뚱거리며 걷고 뛴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인간의 발의 크기와 거동에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_사례연구
나의 경우, 오래 못걷는 편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구두를 신거나, 6cm이상의 하이힐을 신게 되면 상당한 통증을 느끼고 급 피로해져서 어떤 날은 버티고 바깥 활동을 하고 들어오면 그 다음날 몸살이 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나의 주변인 중에 몇몇은 오히려 하이힐을 신을 때 단화를 신을 때보다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적응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에게서는 내가 느끼는 지옥같은 고통의 경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그들이 나보다 발 사이즈가 최소 1에서 2.5cm는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발이 비교적 큰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으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어떤 이유때문인가?

_발이 크면 단화를 신는 것보다 굽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기동성이 좋아진다?
어쩌면 원리는 간단할지도 모른다. 나는 대학시절 20일간의 국토대장정을 종주했던 경험도 있다. 절대 못 걷는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잘 걷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와 나는 발사이즈가 한 치수 차이난다. 엄마는 225-230을 신는데, 사실 길이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발의 폭이 내가 엄마보다 훨씬 넓다. 그냥 육안으로 보기에도 차이가 날 정도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 굽이 좀 있는 구두만 신지 않으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두 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체격이 거의 비슷한데 나보다 발이 1.5에서 2cm가 큰 여성들은 어떤 감각을 느낄까? 아마도 구두를 신지 않고 단화를 신은 상태에서는 발이 바닥에 닿는 표면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걸을때 조금 느린 기분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여성들은 구두를 신어줄 때 훨씬 더 걸어다니기 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하이힐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_마무리
사실 결론은 별 것 아니다. 평균보다 발이 크면 높은 굽이 오히려 다닐때 편하다는 것, 나처럼 평균보다 발이 작으면 높은 굽 신고 다니면 죽을 맛이라는 것. 그래서 사람은 그냥 생긴대로 살면 되고, 구두업계에서는 큰
사이즈 힐을 만들어 파는 것이 훨씬 잘 팔릴 것이라는 것.

사실 이번 연구과제도 그냥 의문만 갖고 있다 그냥 넘어갈 뻔 했는데 결정적으로 마무리 짓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리 사무실에 같이 일하시는 분 중에서 군에 남들보다 좀 오래 계시다가 전역하신 분이 있는데, 그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구보 행군 등에 거의 병적인 비호감을 갖고 있고 심지어는 단체로 등산을 가는 것도 병적으로 싫어하곤 했다. 그래서 성격이 다혈질이라 그런가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보니 신발을 245사이즈를 신고 있었다. 키는 170이 넘는데 발이 엄청 작았던 것이다. 그래서 물어보니 현역 시절에도 발이 너무 작아 맞는 군화가 없어서 여군들 군화를 신었다고 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발이 엄청 작은데 수십키로가 넘는 군장을 하고 오래 걷는 일이 그 분에게는 거의 고문과도 같았을 것이다. 발이 그 사람의 직업만족도와도 상관관계가 있다면 너무 비약일까.

어쨌든 나는 애써 높은 굽을 신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생긴대로 사는게 무병장수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가끔 기분전환 하고 싶을때만 하이힐을 신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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