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Pulmaya 머릿속 2012. 11. 3. 14:21
어느 순간이었다.

이것이 사랑 호감 연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애착'이라는 교통카드를 움켜쥐고 환승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텅 빈 정류장 싸늘한 벤치 위로 올라오는 냉기가 골반을 파고 든다. 최종 종착역이 어디인지 모른채 지나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삑 하고 카드가 찍힌다. 환승입니다.

다시 어느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번엔 조금 오래왔다. 백 원 내지는 이백 원 정도의 추가요금이 발생했다. 길 한가운데 중앙차로에 서있는 것이 버겁다. 같은 차들인데 어찌 그리들 매연을 풍풍 뿜어내는지 눈이 따끔거리고 목구멍이 매캐하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 싶으면 일단 어디라도 가자 싶다. 다시 삑하고 환승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가보겠다고 파란 버스 초록 버스 말고 빨간 버스를 타 볼까 한다. 환승 할인이 안되는 버스도 있어. 뭐 그래봤자 고작 이천원도 되지 않을 저렴한 교통비쯤.

좀 오래 가보겠다고 광역버스에 올라탔는데 맙소사 앉을 자리가 없네. 모처럼만에 큰맘먹고 구두도 7센치 짜리 신고 나왔는데 이게 뭔 고생이야. 강남대로 지나 고속도로를 타고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하자 그만 바닥에 주저 앉는다. 남들 눈 신경 쓸 겨를이 어딨어. 사람들 표정도 너 참 딱하다 싶은갑다.


결국 다시 내려 이번에는 전철을 타볼까. 무미건조하고 재미따위는 하나도 없는 각박한 전철은 숨통이 막혀 오래는 못타겠다.

결국

오너드라이버가 되는 수 밖에-
연비 좋고 죽죽 잘 나가는 걸로 차 한 대 뽑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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