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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들어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사천에서 삼천포대교를 타고 초양도를 지나고 늑도를 지나 창선도로 가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사천 공항에서 출발했다면 삼천포대교를 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동에서 노량대교나 남해대교를 타고 설천면, 고현면으로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수 공항에서 출발했다면 노량대교를 탔을 것입니다.

경우의 수가 1, 2-1, 2-2가 되었다면 세가지로 봐야 할까요

우리의 목적은 남해에 가는 것입니다.
이제 남해로 가는 길은 세가지가 되었습니다.

나는 남해에 갈 수 있을까요.

남해에 가고싶습니다.
남해에 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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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정원

Pulmaya 머릿속 2020. 11. 8. 21:04

정원에 장미꽃이 한가득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너무 예뻐서 한 번 만져보려고 손을 갖다 대었는데 그만 가시에 찔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잘못한건 없었습니다. 그냥 장미꽃이라 가시가 있었던 것 뿐이니까요. 그래도 아프긴 아팠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꽃집에 들러 장미꽃 한 다발을 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미꽃을 방문에 걸어두었습니다. 화병에 물을 담아 꽂을 줄 몰랐던건 아니었습니다. 꽃다발은 어차피 끝이 보이니까요.

언젠가는 시커멓게 말라 비틀어져 냅다 갖다버릴 수 밖에 없겠지만 아직은 그대로 지켜볼 수 있겠지요.

장미정원에는 여전히 장미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습니다.
여전히 탐스럽고 예쁘고 도도한 장미꽃이 정원에 한가득 피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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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일관되게 보고싶은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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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지난 시간 별 일 없이
기억이랄 것도 추억이랄 것도
변변찮아서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밋밋하고 싱겁기만 해

나 혼자 뭉개고 부여잡고
시간을 늘이고 늘여서
자글자글 졸여 보았다

적당히 각색되고 간을 맞춘
과장된 너의 이야기

이제 이만하면 됐다 충분해
더 졸이면 짭짜름 텁텁해지겠지
여기서 그만 가스렌지 마지막칸 불을 끄고

계속되던 이별을 이제 마무리해야지

그래도 아직 헤어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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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너무 오랜만에 찾아 오셔서 놀랬잖아요

새벽 두시 사십삼분에 불쑥 찾아온 밤손님
월요일과 화요일이 함께하는 시간

모처럼만이라 저도 반갑지만 그래도 잘 시간인데 이렇게 찾아 오시는건 좀...

남들 다 자는 시간에 꼭 이렇게 오시더라
잠 다 깼네요 덕분에 책 몇 쪽 좀 봤네요

이제 그만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다시 자야죠

야속하다 생각치마시고 얼른 가세요
웬만하면 다시는 찾아오지 마시고


지랄맞은 불면증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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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오십분
대낮의 폭염을 주의하기 위해 열어둔 창틈으로 오후 세시부터 내리겠다는 비 냄새가 일찌감치 밀려 들어온다

더위에 잠못드는 밤이면 오들오들 떨리던 겨울 밤이 생각나기 마련
그런걸 인지상정이라 하지

다 큰 어른의 덩치로 엄마 품에 웅크리듯 소옥 네 품에 안겨 꼼지락대던 때 다른 접촉은 차마 못하고 발바닥을 슬그머니 스쳤던 손가락
성냥개비로 불을 당기듯이 확 타올랐다 사그라들고 말았지

그 이후로 그 놈의 감각을 상실시키려고 수십 년 쳐다보지도 않았던 힐을 주구장창 신고 다니며 발바닥을 혹사시키고 있다

발목이 뻐근할수록 발바닥 근육은 살아나나봐 성냥개비로 훅 하고 지나가며 불이 붙는다 오늘도

오후 세시부터는 비가 올 예정이다
새벽 세시 육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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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앨범

Pulmaya 머릿속 2016. 6. 27. 15:02

앨범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누군가를 찾아보듯이

설렁설렁 뒤적거려 꺼내본다.

 

지금은 있지 않은 그 시간, 그 공간, 그 인간

앨범 속에 존재하니까 지금 존재 부존재 여부는 뭐 딱히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앨범 속 사진이라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남겨두는 것이므로

뒤적이다보면 우울했던 불행했던 슬펐던 아팠던 사건 사고는 발견되지 않고

딱 그때 그 순간 행복의 일인자로 존재할 수 있는데,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행복했던 그 한 컷 앨범으로 남기지 않아

행복의 실체도 함께 사라져버렸나

 

손바닥만한 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스윽스윽 문질러 봐도

당신과 함께 즐거웠던 순간은 없고

과하게 먹음직스러운 요리 사진만 잔뜩 들어있다

 

사진 한 장 남겨 놓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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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때 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 들어와 문을 열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 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그 시절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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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Pulmaya 머릿속 2016. 5. 10. 01:17
사랑은 감정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사랑은 정성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다

그냥 현재 시점에서 행복감, 설렘, 황홀함, 따뜻함, 위로 이 정도가 갖추어졌다면 충족된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 어느 시점에 그것이 존재했다면 추억이라 부르도록 하자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것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인연이라 부르도록 하자

사랑은 감정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사랑은 내 감정에 대한 당신의 보상이 아니다

사랑은 정성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다

사랑은 내 정성에 대한 당신의 어떤 반대급부가 아니다

결론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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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나비 3악장

 

 

리산


당신의 속초 여자가 되고 싶었지 그리워만하기도 애처로워 그리움에 관한 세상의 통속한 말들을 모두 다 합친 게 바로 속초여자인 그런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눈이 오면 어스름 눈 속에 내리고 비가 오면 빗물에 몸 섞어 당신 어깨뼈를 다 적시고 초록 팔찌에 매달린 두개의 나뭇잎이든 나뭇잎맥에 새겨진 은빛의 의자든 그 무엇이든 되어 다시 당신에게 닿고 싶은 그런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당신의 선잠 속 먼지 낀 거미줄에 살아 무심한 바람에 허랑허랑 찢겨져도 좋았지 이제 얼음 섞인 눈발은 한량없이 쌓이고 진눈깨비 폭설 어디쯤 속초는 파묻혔나 억새로 엮은 비뚜름한 다리 건너 한 줌뿐이라도 한숨뿐인 당신의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지

 

 

 

 

 

속초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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