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단

이향지

낫이 풀을 지나간다. 풀들은 쓰러지며 흩어진다.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풀로 풀을 묶어준다. 좁은대로 풀들은 다시 뭉친다.

짧은 풀일수록 긴 풀의 위로가 필요하다. 풀이 풀을 안고 소꼴로 가는 길. 소 숨소리 가까울수록 긴 풀 오금이 풀린다.

소의 고삐도 위로가 필요하다. 
풀 베는 낫도 위로가 필요하다. 
개밥바라기도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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