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과 5월은 한몸뚱아리로 연결된 달이었다.

논문을 주로 쓰고 잡생각을 꾸준히 하고 단정하진 못했지만 하루하루를 버텼다. 연명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다시 새로 일을 시작하고, 논문 통과!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더 복잡했지만 꿋꿋이 버텼다. 시간은 저절로 갔고 어떻게 어떻게 꾸역꾸역 살아졌다.

 

날씨는 상당히 좋았고, 바람쐬는 법을 배웠다. 강바람도 쐬고, 푸른수목원을 발견했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불우하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만큼 여러사람을 챙겼고 외로움은 친구로 사귀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논문의 끝을 보았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문제의식을 잃어버리고 백치가 되었다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백치가 되었다가 정신을 차렸다.

 

5월에 접어들며 오른쪽 눈에 조그마한 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논문 최종 탈고하고 인쇄 넘기면 가볼 계획이다. 시간은 저절로 갔다.

 

꿈을 많이 꿨다. 노트북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는 꿈을 꾸고 꿈 속에서 엉엉 울었다.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 후련했다. 꿈에서 노래를 열창하고 늑대한테 물리기도 했다. 정말 별 꿈을 다 꾸었다. 힘들었다. 진이 빠졌다.

 

슬프고 힘든 일은 혼자 버티면 되지만 기쁘고 좋은 일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번듯한 시대는 아닐지라도 앞의 시기와는 다른 때가 되었다.

 

21세까지를 1시기로, 30세까지를 2시기로, 34세 상반기까지를 3시기로 정하고 이제 4시기가 시작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청동기시대 정도로 해두자.

 

그래도 큰 병 없이 무사히 논문 작업을 어느 정도 마쳤다. 막판에는 어깨와 목덜미를 못쓸뻔 할 것을 응급조치로 잘 넘겼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차도를 보이는 것이 고맙다는 그 병원에는 앞으로도 종종 갈 일이 있을것이다.

 

모처럼 만에 다시 대학로 언저리에 자리잡았다.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느낌. 생소하지 않은 것도 좋은 것이다.

 

여름을 잘 보낼 준비를 해야한다. 더위에 담담하게 태양에 덤덤하게

 

무언가 그 끝을 알면서도 정성을 다하는 법을 연습 중이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후회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크게 빠듯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싶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말고 6월 잘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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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했고 논문을 쓰고 중국에 다녀 옴.

봄은 왔지만 마음은 그닥 따뜻하지 못하고

고민과 번뇌에 근심걱정이 가득한데 담담하게 덤덤하게 견디는 중.

광저우 4박 5일은 참 좋았다. 따뜻한 남국. 새소리가 가득하고 붉고 노란 꽃이 만발했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예의바른 편. 그런 곳에 살아도 삶의 무게는 무겁겠지.

벌써 4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주에 썼어야 했는데. 때를 놓쳐서 감정 상태가 엉망이 됐다. 논문 시작하고 나서 체력이 상당히 약해졌다. 시신경도 엄청 예민해졌고 몸 전반적으로 매우 건조해진 것 같다. 촉촉하게 살고싶다.

4년 만에 조우한 친구는 의젓하고 듬직한 모습을 잃고 자기네 부장 뒷담화만 계속 해댔다. 다행이야. 널 잊고 살 수 있게 되어서. 우주여행을 떠났다 돌아와 현실에 발 딛고 묵직한 중력을 느끼는 기분이다.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싶다. 천성이 온화하고 따뜻한 사람.

차가운 사람을 만나도 나쁘진 않겠다. 언젠가는 녹아 시냇물처럼 졸졸 흐를테니.

나무나 돌같은 사람은 피하고싶다. 무미건조한 목석같은 사람은 만나고싶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이 상처받았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웬만하면 안하고싶다. 나도 소중한 생명체니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지구상에 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해도 나 하나는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얼굴에 딱 철판깔고 행복해지기로 했으니까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을거야. 이미 충분히 과하게 그랬다.

광동어를 시작했다. 시작만 했다. 잘 하게 될 수 있을까. 노력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아니 집중력이 부족하다. 수진이랑 hsk스터디도 시작했다. 이것도 제대로 잘 하진 못하고 그냥 하고 있다.

4월에 접어들면서 주말엔 결혼식의 연속이다. 06학번 성목이는 부모님도 못모시고 결혼을 했고, 마음씨 착한 덕연언니는 분홍 수국다발 부케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결혼했다. 짜이르는 세상을 다 얻은 양 개선장군처럼 결혼을 여섯 번은 더 해 본 사람처럼 느끼하게 했다. 내 생일도 결혼식에 갔다. 별 볼 일 없는 인생. 그냥 이렇게 또 한 살 먹는거지. 인격적으로 좀 더 어른이 되어야겠다.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살아야겠다.
이런 정체감도 또 훌쩍 지나가겠지. 눈코뜰 새 없이 바빠 마음의 여유 모두 사라지는 때 또 오면 지금이 그리울거야.
얼른 탈고하고 취업하고 돈 벌고 대출도 찬찬히 정리하고 그러면서 짝도 찾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판에 박힌듯이 평범하게 재미없어도 안정적으로 살면 좋겠다. 사는게 버겁다. 십 년 넘게 덤으로 얻은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는건 너무 버겁다. 매일 용기를 내야하고 뭔가를 마음먹어야 하고 숨을 고르고 입술을 지긋이 다물고 다시 숨 한 번 들이 마시고 웃고.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봤으면 좋겠다. 버티고 견디고 다짐하고 그런거 하지말고 그냥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의 섭리인양 그저 그렇게 살아지면 좋겠다.

그래도 따뜻하게 살아야겠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잘 살아야겠다. 단 한 사람에게조차 위로가 되지 못하는 하찮은 상태이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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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같은 2월이 훌쩍 지났다. 명절을 분주하게 쇠고 났더니 금세 끝나버렸네. 이번 명절에는 열심히 만두를 만들고... 일을 그만두고 나서 가사노동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 설거지하고 빨래 널고 정리 좀 하다보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집안일을 주로 하며 논문을 틈틈이 쓰고 있는 기분이다. 목차는 짰고 프로포절은 다음주에 하면 된다. 3월의 목표는 논문의 70퍼센트를 마치는 것으로.

명절 전후로 언니들을 많이 만났다. 희끼언니도 만나고 은영언니와 종성선배 서연이네 놀러가서는 계획도 없이 하룻밤 묵고 오기도 했다. 우리피디님이랑 청화네 가족도 만났다. 이래저래 분주하게 많이 만났고, 어제는 괴산으로 시집간 지은언니를 몇 년 만에 만났는데 소민이는 곧 돌이다. 그참에 충주를 들러 경원이와 종현오빠 예린이 가족과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고 올라왔다. 그밖에도 진실언니 생일 선물을 느즈막히 전달했고 예슬이와 한슬이는 중고등학교 진학을 했다. 몇 년 만에 못갖마 후배 민주랑도 만나서 즐거운 색칠공부 시간도 가졌다. 앞으로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지금은 나의 시간은 멈춰 있는 기분이지만 곧 좋은 추억으로 떠올리며 그때가 좋았어 하는 날도 오겠지. 마지막 학기에 새로 입학한 후배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크게 우여곡절 없는 2월을 보내고 3월을 맞이했다.

날씨가 새초롬하니 까칠하게 추워졌다. 벌써 봄이 왔나싶게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다가도 추적추적 비가 오고 휑휑 칼바람이 분다. 봄이 오는구나. 봄이 오려고 이러는구나. 어제는 3월치고는 8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였단다. 어쩐지 너무 춥더라.

3월 말에는 광저우 황산 언니네 다녀 오기로 했다. 자꾸 잊어버리려는 걸 이틀에 한 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설마 잊어버리고 못가겠어? 그럴 일은 없겠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겠지. 알람이라도 맞춰놓아야겠다.

이렇게 또 슬금슬금 서른넷이 무르익는다. 어쩌다 이런 일이!!! 정신 바짝 차리고 부지런 떨며 살아야겠다. 올해는 많은 것을 이루리라. 논문 잘 쓰고 다시 일자리도 바짝 구하고 졸업도 하고 짝도 찾고. 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정말 다 해야겠다. 열심히 살자. 부지런 떨고 분주하게 움직이자. 어서 봄 오너라. 도란도란 봄 수다 떨면서 즐겁게 콧노래 흥얼거리며 기분 좋은 서른넷 봄을 즐기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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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쇠고 나면 제대로 해가 바뀐다. 때를 넘기지 말고 해야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 같아서 두서없더라도 몇 자 적는다.

1월 초에 딱 1년을 채우고 퇴사를 했다. 끝없는 과로와 어수선한 감정에서 탈출했다. 2월 초까지는 이런 저런 일로 엮여서 그만 둔 것이 실감이 안났지만 어쨌든 끝은 났다. 일을 그만두면서 동시에 일본 워크샵을 다녀왔다. 홋카이도는 아름다웠지만 역시나 혼자 자유롭게 가는 여행이 가장 좋다. 그래도 덕분에 하루요 언니와 극적으로 재회했고, 선물로 유자차를 잘 전달하고 왔다. 적게 쓰고 적게 먹더라도 자유의 중요함을 잃지말아야 하겠다.

논문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이래 짜보고 저래 짜보고 자료를 들췄다 메모를 했다 짱구를 굴렸다 방에서 뒹굴다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딱 한 달 만에 주제를 엎었다. 속이 다 시원하고 후련하고 홀가분했다.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비로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내 격과 수준에 맞는 결정이 이렇게도 편할 수 있구나. 앞으로도 살면서 이 느낌을 잊지말고 분수에 맞게 살아야겠다. 주제를 갈아엎고 진짜 모처럼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푹 잠들었다. 이런 기분도 처음 느껴봤다. 내 스스로 내 분수에 맞는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느끼는 안정감이라니. 잊지말자. 잊지말자.

이제 논문 쓸 일만 남았다. 그래도 1월 알음알음 쉬었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쇼핑도 하고 목욕도 하고 온양에도 다녀왔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고 부딪혀 스트레스 받을 때는 너무 싫지만 어쩌겠나. 부모자식 간인데.

마음에 드는 우산이 있는데 너무 비싸서 못산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예슬이와 한슬이 데리고 노르망디 전시회 갔다가 쿠쉬전 기념품 매대에서 본 꽃우산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잊자. 잊자.

조금은 더 쉬고싶다. 살짝 불안하지만 이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좋고 여행도 다녀오고 싶은데 여건은 그닥 좋진 않다. 여행을 못가더라도 좀 더 쉬고싶은 마음이 든다. 모든 것이 미정인 불안한 상태. 뭔가 끝이 없는 낭떠러지로 가고 있는 기분이지만 그래야 번지점프라도 할 수 있는게 지금 상태이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감정에 동요하지 말자. 단단하지만 투명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싶다. 양갱같은 인간? 비누같은 인간이 되면 좋겠다. 지저분하게 흔적이 남지 않고 향기로 남는 사람이 되고싶다. 논문 잘 써보자. 해는 바뀌었지만 아직 묵은 해에 살고 있는 이 느낌. 정신 가다듬고. 1월 흘려보낸 만큼 더욱 단정하게 논문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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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기다렸던 겨울이다.

일은 여전히 바빴고, 사무실을 그만 둘 준비로 더 바빴다.

 

논문을 쓰기로 확정했다.

주제를 잡고, 목차까지는 겨우 짰다. 여러 사람의 머리와 손을 빌려서 내것으로 만들어 갔다.

 

생활은 아직 단정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참, 노트북을 새로 마련했다. 논문 쓰려면 기존의 노트북으로는 아무래도 버거울 듯 하여 새로 장만했는데, 크기와 무게가 늘어나다 보니 가지고 다니는게 좀 버겁다.

곧 있으면 거처도 없어지니 한동안 장돌뱅이 신세가 되겠지만, 중심을 잘 잡고 꿋꿋하게 해나가야겠지.

 

4학기가 끝났다. 이번 학기도 만족감보단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시간은 가고 일정은 일정대로 진행이 된다. 열심히 논문을 쓰면 내년 여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화가 서울로 오게 되어 바라던대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더 위로를 받은 것도 크다.

함께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채워졌다.

도서정가제 실행때문에 계획에 없던 도서구매가 많았다. 사놓고 다 읽지 못한 책이 산더미다. 죽기 전에 꼭 다 읽어야지.

 

12월 19일 역사적인 사건으로 나의 20대의 공든 탑이 무너졌다.

젠가를 조심히 쌓아올리다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옆테이블의 고약한 누군가가 툭 쳐서 무너뜨린 기분이랄까. 일시적으로 상심했고 울컥했지만 사람들이 다 살아 있으니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쌓아 올려야하겠지.

내 실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분노는 좋은 에너지원이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결국 실력 뿐.

굴복하지 않는다. 실력양성론이 아니고, 도광양회 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의리를 지킬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은 결국 손을 놓아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다 할 이벤트 없이 연말은 마무리되고, 훌쩍 2015년으로 넘어왔다.

 

양뿔처럼 단단하고 내실있는 사람이 되자.

양털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자.

산양의 발굽처럼 험준한 산비탈도 끄떡없이 오르는 사람이 되자.

 

현재를 충실히 살고 내일을 준비하고 미래를 도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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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기가 격월기가 되고 계간기가 되어버렸다. 11월 잘 보내고 12월도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촉각을 예민하게 가져가자.

스스로에 대한 타협은 틈을 만들고 그 틈새로 찬바람이 스며든다. 하반기를 반이나 보내고 지난 석달을 돌아보니 기억하는 일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다.

8월에는 몇 년 만에 장기 휴가를 다녀왔다. 광복절을 끼고 거의 열흘을 쉬었다. 은미와 지호와 함께 동물원에도 다녀왔고, 제천 하루 여행 후 충주 경원네를 갔다가 대전에서 윤정이도 만났다. 제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배론 성지. 성지의 숭고함을 흠뻑 느끼고 왔다. 휴가 끝날 무렵에는 차이나타운도 다녀 왔다. 엄마랑 서촌 나들이도 했고 바쁘지만 나름 잘 돌아다녔다. 몇 년 만에 과음에 만취해서 밤새도록 있는 속 없는 속을 다 게워낸 날도 있었다. 다사다난했다.

9월은 평화로울줄 알았지만 예정에 없던 출장도 다녀오고 추석을 전후하여 썸 비스무레 한 것도 있었다. 참 오랜만에 뜻밖의 해프닝이었다. 바닥을 쳤던 자신감을 회복, 흉하지 않은 마무리. 도를 넘지 않았다. 현실에 발을 딛고 나의 마음을 살피고 절친도 지키고 역시 다사다난했지만 나쁘지 않은 달이었다.

10월 예상치 못하게 매우 바빴다.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진행됐고 힘겨웠지만 위로도 받았다. 학교도 좀 열심히 다니고 잠깐 알바도 했다. 돈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좋은 일 한 셈 쳐도 무방하겠다. 여수 출장을 겸해서 모처럼만에 민영이와 조우했다. 아직 앳된 민영이가 아기 엄마가 된다고 하니 실감이 안났다. 마음으로는 그동안 친구로서 못해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게 잘 안됐다. 시월의 마지막날 사무실 큰 행사를 치루고 마음이 서글펐다. 지나고 보니 내 마음이 그랬다. 혼자서 의미를 부여하고 가슴 시리고 그랬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짧은 가을이 저물고 겨울 오는 냄새가 난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어쩌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고통에 내성이 좀 생긴 것 같다. 10월 27일 마왕 신해철과 허엽 선배가 세상을 하직했다. 아까운 사람들이다.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난듯 했다. 누군가가 유년 시절의 한 부분이 툭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절감했다. 중1때부터 재수하던때까지의 부분 부분이 조각나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쉬고싶었다. 청각이 예민해졌다. 머릿 속의 목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자 슬퍼졌고 머리가 아팠다. 따뜻하게 두 어깨를 다독거리는 손길이 마음에 스몄다. 항상 끝은 예고가 없다. 지나고 나면 아 그게 마지막이었겠구나.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그 당시에 알아차렸을텐데 속상하다. 바쁜데 마음의 틈이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해서 힘들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 대폭 할인이라 책을 열 권도 더 사고 달력도 받았다.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논문 쓰기로 결정했다. 방향도 잡았다. 배수의 진을 치고 결연히 밀고 나가자.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기로 하고 그만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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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기적인 과업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행하는데 그 의의가 있는데. 너무 태만했다.

여름을 그냥 관통했다. 바쁜 일상과 바쁜 심신에 굴복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벌써 팔월 하순인데 석달치 밀린 기록을 지금 쓰지 않으면 영원히 손놓을까봐 이렇게라도 부여 잡아본다.

스스로와의 대면이 좀 두려웠다. 나이 서른셋에도 평생 없던 일이 생기고 아마 죽는 그날도 처음 죽음을 맞이하는 걸꺼라 위로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오늘도 처음 내일도 처음 앞으로 계속 처음맞는 날을 살아가야겠지.

몇 년 전부터 서른셋엔 뭘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결혼하고 가정도 꾸리고 자식도 낳아 기르고 이런 사소하지만 고귀한 것들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서글픈 삶이여.

5월엔 경주 7월엔 광주와 말일에 부여를 다녀 왔다. 국내여행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제천과 충주에 다녀올 계획도 세웠다. 부지런히 다니고 더 부지런히 사색해야지.

기간이 늘어질수록 할 말은 줄어든다. 정신무장의 기세로 짧게 단발했지만 그렇다고 지나간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인생은 실수의 연속이라지만 계속 오타가 나는 것은 유쾌하진 않다.

가장 깨끗해야 할 어딘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눈뜨고 지켜보는 일이 몸을 축나게 한다. 진리의 상아탑에서 학자들은 돈독이 올라 어린 것들의 골수를 뽑아 먹는다. 자기의 회춘을 위해 어린 계집아이를 방으로 들이는 노인의 역한 체취를 코를 갖다대고 맞는 기분이다. 속이 메스껍다. 몸을 파는 사람과 몸을 사는 사람은 서로 문제의식이 없는데 매춘은 나쁜 것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봤자 해결이 되겠는가. 관심을 꺼야한다. 오지랖을 버리고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참견해선 안된다. 매춘굴 입구에 앉아 수행을 하겠다는 꼴이다. 말도 안된다. 빨리 발을 빼는 수 밖에.

완벽한 곳은 없다는걸 너무 잘 알잖아. 어디든 퀴퀴하고 역겨운 구석은 다 있다. 그게 싫으면 산으로 들어가 바위를 쳐다 보고 사는 수 밖에. 그래도 바위에 낀 이끼가 보이면 아 너도 썩었구나 할 거면서. 적응해야 한다. 역겨움과 더러움에 적응해야 한다. 신앙이 없으면 양심으로 살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갈 것 아니면 무뎌져야 한다. 적응하라 적응하라 적응하라. 오지랖은 버리고 참견과 간섭도 나의 몫이 아니다. 적응하라.

적당히 미술관이나 다니고 박물관이나 다니고 유유자적 창해일속으로 세상에 묻혀 버리자. 역하지만 별 수 없다. 능력 안되면 부딪히지 마라. 참는게 아니다. 능력이 안되는거다. 조용히 입닥치고 있다가 청문회에서 낭만을 찾거든 비웃으면 그만인 것을. 견리사의 하라 했더니 견리사욕 하겠다는 인간과 무슨 얘기를 더 하겠는가. 견리사욕 하려거든 지족하라 했어야 했는데. 지족하지 못하면 패가망신할것이라 했으면 마음이 편했겠나. 그냥 입닥치고 조용히 살자. 죽은듯이. 죽은듯이.

찬바람 불면 정을 떼고 떠날 준비를 하자. 월기는 꼬박꼬박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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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게을러졌다. 오늘 오월 십오일 스승의날 5월 둘째주, 5월 중순. 월기에서 격월기로 격하된 것은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의 문제이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던 자기관리능력이 그 사람의 인격과 수준을 드러낸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레벨이 툭툭 떨어지는구나. 날씨는 좋아지는데 쩝.

 

3월 바빴고, 4월 바빴다. 난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잘 못하는 인간이다. 아마 나같은 인간은 단순해서 바람도 못필거다. 무능한 인간이 되어버렸어. 애초에 무능한 인간이었던 것 같다.

 

2014년은 뭔가 찌질한게 컨셉인가. 전에 없던 건망증이 생기고 사람 관계에서도 실수가 늘어간다. 이 좁아지는 느낌 참 별로다. 나이를 한두살 먹어가면 더 너그럽고 온화해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금기와 트라우마는 축적되고 자신감은 떨어진다.

 

요즘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지 못하는 것. 출석만 하고 있는 것.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 부질없이 나이는 그냥 먹고 시간도 그냥 흐른다는 것. 아 어렵다.

 

4월 16일 커다란 배와 함께 통제에 잘 따르던 어린 학생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았다. 정확히 그날부터 불안감과 우울함이 심해졌다. 옳고 그름, 원칙과 현실이 블루스크린 뜨듯이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말에는 네가지 종류가 있다. 해야만 하는 말, 해도 되는 말, 안해도 되는 말, 해서는 안되는 말.

 

어떤 사람은 해도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그 말이 어떤 사람들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로 받아들이면서 겉잡을 수 없는 혼돈이 발생했다. 우선은 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만 하는 말은 별로 없고 해도 되는 말과 안해도 되는 말은 잘 모르겠고, 해서는 안되는 말은 또렷해졌다. 말의 절대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평온한 일상 자체가 죄스러운 것이 되면서 가치체계도 함께 무너졌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까. 무서운 세상이다.

 

4월은 내 생일도 있었지. 너무 먼 옛날의 일 같다.

식목일을 끼고 부산에 2박 3일 다녀왔다. 무궁화호를 타고 여섯시간 덜컹거리며 자정이 다되어서야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날씨는 나쁘지 않았고, 맛있게 먹고 잘 쉬다 왔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느냐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피곤해졌다. 그 어느 것도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나는 것이 없었다.

 

과도하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과 과도하게 허무한 것, 무기력함과 싸우고 있다. 잘 이겨낼 자신은 없다. 그저 묵묵히 버텨내고 익숙해지는 수 밖에. 어려움에 익숙해지는 것도 어렵다. 쉬운 것은 재미없다지만 끝없이 어려운 것은 사람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 같다. 5월과 6월은 더 괜찮을까?

 

그러고보니 3월에 졸업자격 외국어 시험을 봤었다. 10년 만에 영어 공부를 했고,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통과는 하고 나니 그것도 좀 허무했던 것 같다. 사무실 일은 틈이 생기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지금도 바빠가며 묵은 감정과 기억들을 버리고 있다.

 

몸과 마음이 좀 가뿐해졌으면 좋겠다. 홀가분한 기분. 느껴본지 너무 오래된 것 같은데. 시원섭섭 홀가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건 진리로 믿으며 오늘 하루도 충실하게. 후회없이.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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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쓰겠다던 그 다짐 언제였던가.

2014년 3월 마지막주가 되었다. 2014년 1월과 2월은 그냥 하나의 몸뚱이로 이어져 있는 달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양심에 가책도 덜한 것 같다.

 

어영부영 서른셋이 됨. 어쩌다, 엉겹결에 새로운 곳에 옮긴지 두달이 훌쩍 넘어 석달째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적응할만도 한데, 뭔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의 느낌이 크다.

 

일은 정말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들이 바람돌이의 선물처럼 책상 위에 툭툭 떨어지고. 아 정말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빠듯함이다. 그래도 1년 넘게 주말 출근이 없다 이렇게 빡세게 일한 것 자체가 참 대견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뭐 그렇다.

 

1월 정신없었고, 2월 더 정신없었다. 나의 영혼은 어디로 갔는가. 그래도 1월 그 바쁜 와중에 뭔가 의무감에 쩔어 소개팅도 두 번이나 했다. 모두 영혼의 울림이 없었다. 상대방에게도 미안하지만 내 자신에게도 미안하다. 그런 무의미한 킬링타임은 정말 피곤하다.

 

아침에 알아서 눈뜨고 알아서 걸어나와서 알아서 출근을 하고. 이 모든 것을 내 스스로가 알아서 하는데, 그게 사실은 나의 의지는 아니고 뭔가 시스템에 복속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참 서글프다. 난 정말 스스로 얽매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겨울은 훌쩍 지나갔다. 정말 호되게 춥지도 않고 추운 시늉만 하다 떠나버렸다. 모든게 섭섭하고 서글플 따름이다. 뭐든 제대로였으면 좋겠다. 겨울도 제대로 춤고 봄도 제대로 따뜻하면 덜 섭섭할 것 같다.

 

11월 이사오자마자 어이없게 비가 줄줄 새던 집 공사가 이제서야 마무리되었다. (3월 하순에) 크리스마스부터 거실 신세를 지다가 방에 들어가 자게 된지 일주일도 안됐다. 아직도 공사 후 마무리가 덜되어 책상 위에 옷이 올라가 있고 장롱은 삐딱하게 반쯤 나와 있고 뭐 어수선하다. 명절스러운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모두 일을 하며 보냈다. 매사가 나는 꼭 그러고자 한 것이 아닌데 훅훅 지나가버렸다.

 

서른셋이라는 나이가 버겁다. 그래도 서른둘에는 뭔가 다급함은 없었는데. 나의 모든 계획과 꿈이 다 허무하게 느껴지는 무기력함에 빠져버렸다. 휴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이 생각만 들고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계속 뭔가 헛발질 하다가 나이만 먹어버릴 것 같고. 오라는 데도 없고 갈데도 없는데 시간만 보내다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확실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고 불안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데 정말 죽을 맛으로 지내다 정신차려보니 뭔가 끔찍한 기분이 들것같고. 아 별로다.

 

이제는 자리를 잡아야하지 않겠냐고 압박하는 사람들과는 코빼기도 마주하고싶지 않다.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남의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은 정말 별로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나도 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거지. 학교 다니고 출근하고 주말엔 코박고 쉬고.

 

뭔가 봄날이 되었는데 밋밋해서 힘도 빠지고 재미도 없다.

훅 따뜻해지면 좋겠다.

 

3월 월기는 4월 중순을 넘기지 말아야겠다. 일정 조절을 잘 해야겠다.

일이고 말이고 툭툭 던지는 사람은 정말 별로다.

 

기분이 별로 안좋은갑다. 뭘 해도 뭘 먹어도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다. 날씨나 좋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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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정신이 없었던 12월과 2013년 13월 같은 2014년 1월.

이번 월기는 짧게 쓰고, 다음 월기는 2013 특집으로 한해를 돌아보도록 하자. 설 연휴가 끝나면 바로 쓰는 것으로.

 

정신 없었다. 새로 옮긴 사무실에서 일주일만에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묵묵히 일하며 다시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고 스트레스를 표출하지 않으려고 참다가 삐져나오는 짜증이 스스로도 싫고 견디고 버티는 12월이었다. 바빴고 불편했으며 복잡했다.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기말고사를 봐야 했고, 서글프게 한학기가 끝났다.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가난뱅이 거지가 될 것을 각오했지만 굶어죽지는 않았고 딱히 연말분위기를 내지 못했지만 좋은 덕담을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아직 내 인생에 꽃 필때가 안되서 그렇다고 위로해주는 얘기가 참 큰 힘이 됐고, 나도 사회적 인간이라는 증거로 몇군데 송년 모임을 다니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였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던 연말이었다. 그렇게 서른둘이 훌쩍 흘러가고 나이먹음을 간과한 채 서른셋을 맞이하였다. 서른셋. 서른셋. 서른셋. 2014라는 숫자만큼이나 익숙해지지 않은 채 겨우 익숙해질만 하면 다시 서른넷이 되겠지. 가장 즐거운 서른셋으로 살아야겠다. 배우 윤여정의 말처럼 예순일곱도 자기 인생에서 처음 사는 거라고. 나도 서른셋을 처음사는 것이니까. 서른셋 누구보다 제대로 서른셋으로 살겠다.

 

정신없었던 서른둘. 그래도 좀 무덤덤했던 서른둘. 서른둘을 버티면 좋아질거라며 끙끙거리며 견디고 버텼던 그 서른둘이 끝났다. 아직 구정을 쇠지 않아 조금 실감이 안나지만 어쨌든 서른셋이 되었다. 좀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서른둘. 음력으로 이제 보름도 안남았다. 남은 보름 알차게 잘 살아야겠다. 특별하게 꾸며서 무엇을 한다기보다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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