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만큼 미뤘다. 12월 하순이고, 더 지나면 정말 의미가 없어진다. 의무감, 당위성, 사명감 다 갖다붙여서라도 써야 한다. 오늘은 12월 21일 토요일 12월 하순이다.

 

11월에는 이렇게 되리라고 상 상 도 못했다. 뭔가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우면서도 쌀쌀한 11월이었다. 이사를 하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여러가지로 종종거리며 바쁘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되라라고는 생각 못했다. 알았으면 이렇게 안했겠지.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두 눈 똑바로 뜨고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사람은 내 문제로 절대 절박하지 않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된다. 이 악물고 두 주먹 꽉 쥐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도 살면서 무언가 꿈이 있고,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숨구멍 트이는 일이다. 잠시 잠깐이었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머리 속으로 여행도 가고 책도 읽고 휴가도 가고 참 즐거운 상상이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담담하게 정신 차리고 먹고 살 궁리 열심히 하자.

 

길게 쓰다 또 어수선해지고싶지 않다. 오늘은 쉬고, 내일은 정신차리고 담담하게 이력서도 쓰고, 자소서도 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열심히 살자. 잘 안될 때는 열심히라도 살아야 한다. 물론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좋을땐 억울하고 기가 막히겠지만 그래도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자.

 

곧있으면 해가 바뀐다. 2014년. 2013년보다 더 실감 안나는 새해. 서른셋. 30대 중반의 시작. 힘내서 잘 살아보자.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움켜 쥘 것은 움켜 쥐고 끝까지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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