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끝났다. 손가락 마디 하나만큼 짧은 가을이었다. 섭섭해 할 겨를도 없이 가을이 훌쩍 지나갔다.

개천절과 참으로 오랜만에 휴일이 된 한글날이 꿀같은 틈을 내어주었다. 9월에 이어 10월 역시 주말 내내 컴퓨터 학원 다니느라 고생했다. 고생많았다. 일도 많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2013년 가을이 이렇게 종료되었다. 내년 가을에 난 뭘 하고 있을까. 문득 작년 가을엔 뭘 했더라 궁금해진다. 이번 월기 다 쓰고 다시 한 번 작년 월기를 들춰 봐야겠다.

컴활 1급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11월 중으로 실기 최종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드시 딸 것이다. 이거 못 따면 내 가을이 너무 아깝다. 실기 두 번 만에 꼭 붙어야지.

일하고, 학교다니고, 학원다니면서 이사 갈 준비 하고, 직장 옮길 준비도 했다. 여러가지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묵직하긴 했지만 큰 탈 없이 잘했다. 기특하다.

역시 때를 늦춰 월기를 쓰면 확실히 단순해진다. 쓰려고 했던 말도 기억안나고 순간에는 엄청 크게 느껴졌던 일들이 시간이라는 오묘한 흐름을 타면 모래알처럼 작아진다. 솔직하게 살아야할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남 욕 함부로 하지 말자. 아니다 싶으면 속으로 다짐하고 난 안그러면 되는거지.

자. 정신차리자. 다시 마음을 가다듬자.

내 인생에서 이렇게 능동적으로 산 가을은 처음이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뭔가 엄청 바둥거리고.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가을타느라 시간 낭비 엄청했겠지. 잘했다싶다. 힘내자 화이팅.

단촐하고 군더더기 없는 일상. 모처럼 만에 만난 오랜 친구는 연애 소식을 전하고.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지만 스스로는약간 서글퍼지고. 조금 더 묵묵해지자. 힘들 일은 없는데 그다지 힘이 나지 않는 느낌? 이럴땐 영문도 모르고 지치게 되더라. 힘내서 잘해보자.

그만 쓰자. 쓸 말은 얼추 다썼고 멍때리는 것 보다는 내려놓는 편이 현명하다. 깔끔하게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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