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했고 논문을 쓰고 중국에 다녀 옴.

봄은 왔지만 마음은 그닥 따뜻하지 못하고

고민과 번뇌에 근심걱정이 가득한데 담담하게 덤덤하게 견디는 중.

광저우 4박 5일은 참 좋았다. 따뜻한 남국. 새소리가 가득하고 붉고 노란 꽃이 만발했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예의바른 편. 그런 곳에 살아도 삶의 무게는 무겁겠지.

벌써 4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주에 썼어야 했는데. 때를 놓쳐서 감정 상태가 엉망이 됐다. 논문 시작하고 나서 체력이 상당히 약해졌다. 시신경도 엄청 예민해졌고 몸 전반적으로 매우 건조해진 것 같다. 촉촉하게 살고싶다.

4년 만에 조우한 친구는 의젓하고 듬직한 모습을 잃고 자기네 부장 뒷담화만 계속 해댔다. 다행이야. 널 잊고 살 수 있게 되어서. 우주여행을 떠났다 돌아와 현실에 발 딛고 묵직한 중력을 느끼는 기분이다.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싶다. 천성이 온화하고 따뜻한 사람.

차가운 사람을 만나도 나쁘진 않겠다. 언젠가는 녹아 시냇물처럼 졸졸 흐를테니.

나무나 돌같은 사람은 피하고싶다. 무미건조한 목석같은 사람은 만나고싶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이 상처받았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웬만하면 안하고싶다. 나도 소중한 생명체니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지구상에 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해도 나 하나는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얼굴에 딱 철판깔고 행복해지기로 했으니까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을거야. 이미 충분히 과하게 그랬다.

광동어를 시작했다. 시작만 했다. 잘 하게 될 수 있을까. 노력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아니 집중력이 부족하다. 수진이랑 hsk스터디도 시작했다. 이것도 제대로 잘 하진 못하고 그냥 하고 있다.

4월에 접어들면서 주말엔 결혼식의 연속이다. 06학번 성목이는 부모님도 못모시고 결혼을 했고, 마음씨 착한 덕연언니는 분홍 수국다발 부케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결혼했다. 짜이르는 세상을 다 얻은 양 개선장군처럼 결혼을 여섯 번은 더 해 본 사람처럼 느끼하게 했다. 내 생일도 결혼식에 갔다. 별 볼 일 없는 인생. 그냥 이렇게 또 한 살 먹는거지. 인격적으로 좀 더 어른이 되어야겠다.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살아야겠다.
이런 정체감도 또 훌쩍 지나가겠지. 눈코뜰 새 없이 바빠 마음의 여유 모두 사라지는 때 또 오면 지금이 그리울거야.
얼른 탈고하고 취업하고 돈 벌고 대출도 찬찬히 정리하고 그러면서 짝도 찾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판에 박힌듯이 평범하게 재미없어도 안정적으로 살면 좋겠다. 사는게 버겁다. 십 년 넘게 덤으로 얻은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는건 너무 버겁다. 매일 용기를 내야하고 뭔가를 마음먹어야 하고 숨을 고르고 입술을 지긋이 다물고 다시 숨 한 번 들이 마시고 웃고.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봤으면 좋겠다. 버티고 견디고 다짐하고 그런거 하지말고 그냥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의 섭리인양 그저 그렇게 살아지면 좋겠다.

그래도 따뜻하게 살아야겠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잘 살아야겠다. 단 한 사람에게조차 위로가 되지 못하는 하찮은 상태이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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