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쓰겠다던 그 다짐 언제였던가.

2014년 3월 마지막주가 되었다. 2014년 1월과 2월은 그냥 하나의 몸뚱이로 이어져 있는 달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양심에 가책도 덜한 것 같다.

 

어영부영 서른셋이 됨. 어쩌다, 엉겹결에 새로운 곳에 옮긴지 두달이 훌쩍 넘어 석달째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적응할만도 한데, 뭔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의 느낌이 크다.

 

일은 정말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들이 바람돌이의 선물처럼 책상 위에 툭툭 떨어지고. 아 정말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빠듯함이다. 그래도 1년 넘게 주말 출근이 없다 이렇게 빡세게 일한 것 자체가 참 대견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뭐 그렇다.

 

1월 정신없었고, 2월 더 정신없었다. 나의 영혼은 어디로 갔는가. 그래도 1월 그 바쁜 와중에 뭔가 의무감에 쩔어 소개팅도 두 번이나 했다. 모두 영혼의 울림이 없었다. 상대방에게도 미안하지만 내 자신에게도 미안하다. 그런 무의미한 킬링타임은 정말 피곤하다.

 

아침에 알아서 눈뜨고 알아서 걸어나와서 알아서 출근을 하고. 이 모든 것을 내 스스로가 알아서 하는데, 그게 사실은 나의 의지는 아니고 뭔가 시스템에 복속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참 서글프다. 난 정말 스스로 얽매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겨울은 훌쩍 지나갔다. 정말 호되게 춥지도 않고 추운 시늉만 하다 떠나버렸다. 모든게 섭섭하고 서글플 따름이다. 뭐든 제대로였으면 좋겠다. 겨울도 제대로 춤고 봄도 제대로 따뜻하면 덜 섭섭할 것 같다.

 

11월 이사오자마자 어이없게 비가 줄줄 새던 집 공사가 이제서야 마무리되었다. (3월 하순에) 크리스마스부터 거실 신세를 지다가 방에 들어가 자게 된지 일주일도 안됐다. 아직도 공사 후 마무리가 덜되어 책상 위에 옷이 올라가 있고 장롱은 삐딱하게 반쯤 나와 있고 뭐 어수선하다. 명절스러운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모두 일을 하며 보냈다. 매사가 나는 꼭 그러고자 한 것이 아닌데 훅훅 지나가버렸다.

 

서른셋이라는 나이가 버겁다. 그래도 서른둘에는 뭔가 다급함은 없었는데. 나의 모든 계획과 꿈이 다 허무하게 느껴지는 무기력함에 빠져버렸다. 휴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이 생각만 들고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계속 뭔가 헛발질 하다가 나이만 먹어버릴 것 같고. 오라는 데도 없고 갈데도 없는데 시간만 보내다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확실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고 불안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데 정말 죽을 맛으로 지내다 정신차려보니 뭔가 끔찍한 기분이 들것같고. 아 별로다.

 

이제는 자리를 잡아야하지 않겠냐고 압박하는 사람들과는 코빼기도 마주하고싶지 않다.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남의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은 정말 별로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나도 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거지. 학교 다니고 출근하고 주말엔 코박고 쉬고.

 

뭔가 봄날이 되었는데 밋밋해서 힘도 빠지고 재미도 없다.

훅 따뜻해지면 좋겠다.

 

3월 월기는 4월 중순을 넘기지 말아야겠다. 일정 조절을 잘 해야겠다.

일이고 말이고 툭툭 던지는 사람은 정말 별로다.

 

기분이 별로 안좋은갑다. 뭘 해도 뭘 먹어도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다. 날씨나 좋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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