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강 웰메이드 자식체인지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선전을 위하여! 힘내라!!!!!


내가 좋아라 하는 '반짝반짝 빛나는'과 그 매력 포인트를 지난 글에서 얘기해 보았다.(못보신 분들은 조금만 시간을 내시어 이전 글을 읽어주시길;;)

최근 전개양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드디어, 송편을 사이에 둔 금란 이유리와 한정원 김현주 사이의 남자 쟁탈전이다.

난 개인적으로 부잣집 공주님이었다가 신림동 고시촌 식당 딸이 된 박복한 여자 한정원의 편에 서기로 설정하고, 그녀의 포지션에 대해 코치(?)해보고자 한다.

우선, 한정원에게는 남자가 여러명 있다.

1. 송편
2. 대범이

각각을 분석해보자면,

1. 송편

-음.. 홍길동처럼 이것저것 잘하는 부리부리한 미남이긴 하지만... 여자를 동해번쩍 서해번쩍 갈아타면 안되지!!


사실 이 남자, 현실세계에서 보면 그리 좋은 남자는 아니다.

모든 여자에게 친절할 가능성 매우 높음.

물론 나에게 마음은 기울었으나, 언제 누군가에게 흔들릴지 모르는 줏대없는 놈이다.

그리고 그의 뒤엔 나를 탐탁찮게 여기는 호랭이 시어머니가 버티고 있지 않은가!

시집가면 마음고생 할 게 뻔하다. 물론 다정다감하고 비쥬얼과 바디라인이 어느 정도 받쳐주지만, 일생을 동반자로 같이 하기엔 관리하기도 좀 힘들고, 늘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할 수 밖에.

더군다나, 시어머니 사이에서 트러블 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 골치아파..

따라서 전혀 동족 여성과 다퉈가며 가져야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거다.

나랑 결혼한다고 나만 바라볼것 같은가? 또 맨날 부하직원 데리고 술먹고 얘기들어주고 하겠지.

어휴 완전 골때린다.

한정원, 과감히 이 남자를 개 줘버리기 바란다!!


2. 대범이

-훗훗 사법고시 준비하는 데 이정도면 백점짜리 아닌가????

차암 괜찮은 하숙생이다. 자신의 본분인 하숙생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를 위로하기까지!

그런데 문제는 아기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남의 자식 키우는게 쉬운 일인가?

또 뒷바라지 해서 판검사 만들어 놓으면 분명 도망간 애엄마가 나타나 양육권 어쩌구 할 것이 지극히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판검사 못되고 시험 블랙홀에 빠진 순하디 순한 양의 탈을 쓴 현실 무능력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집에서 애도 잘보고, 아부지 엄니한테도 잘하며 집안 뒷치닥거리를 잘하는 내조형 남편이 될 가능성도 있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남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대범이의 가장 문제점이다.

하아, 정말 현실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바로.....







짜자잔!!!!



3. 삼촌


-짜자잔! 믹키유천의 동생이기도 한 아~~주 의젓한 미성년!!!(곧 성년된다 +_+)

음하하하. 이제는 혈연적 관계가 전혀 없고, 든든한 집안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의젓하고, 나를 아낄 줄 아는 '된 놈'이다!!

처음에는 삼촌을 (나이도 좀 어리긴 하다) 자기, 나아가서는 여보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손발이 상당히 오글거리지만....

장기적 전망으로 볼 때,(최소한 2,30년 후) 미성년 삼촌이 성년이 되자마자 확; 덥쳐서 부부의 연을 맺고,

30년가까이 엄마 아빠로 부르던 분들을 형님, 아주버님이라 부르는 좀 황당한 상황만 참아 넘긴다면

찌질한 오빠한테 출판사를 넘겨주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레 삼촌남편과 회사 경영을 할 수 있으며,

금란이를 조카삼아 항렬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만약 금란이와 송편집장이 잘 되어 조카사위가 된다 하더라도 나를 깍듯이 모셔야 할 수 밖에! 훗훗


아 이 얼마나 환상적인 미래인가?

한정원. 정신 똑바로 차리고 30년 60년 후를 생각해!! ㅡ_-+(언니가 이 악물고 얘기하는거다)



자, 여기서 잠시 정원이에서 유체이탈하여... 금란이를 바라보자.

-우리의 황금란. 어리석어 고생이 많다 ㅠ_ㅠ

아이구 금란아... 고생은 많다만..... 여자가 너무 독해서 어리석어지면 안된다.

우선, 금란이는 송편에게는 그냥 술한잔 하기 좋은 여자이다.

자기는 아무리 거부해도, 그냥 그 이상은 안된다는 거다.

또한, 시어머니 순대국밥집에 찾아가서 순대국밥 처묵처묵하고, 순대까지 추적추적 만들고 앉아 있지만,

결혼은.... 시어머니랑 하는게 아니고 남자랑 하는거다.

특히, 송편의 경우 시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결혼만큼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여자랑 하겠다는 아주아주 강한 의지의 소유자 아닌가!  지금과 같은 액션은 남자들이 '정떨어지기'딱 좋은 액션이다.

자, 금란이 이제 눈에 독기 좀 빼고, 시어머니 마음은 충분히 샀으니, 송편을 제대로 공략해보자.

술 상대가 아니라. 부인 감으로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 유혹하지 말고 진심을 건드려보는거다.

시어머니 쪽은 당분간 쳐다볼 필요 전혀 없다.

여기서 승부를 못보면 여차저차 해서 결혼한다 하더라도 애 낳고, 삶의 고단함에 젖어들면 송편은 또 다른 여자를 찾아 술마시고 앉아 있겠지;;;

시어머니 찾아가고, 송편 불러내서 술마실 시간에, 새로 득템한 부자 부모님께 얘기해서 공부를 좀 더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서 자기를 가꾸는 시간을 갖고, 송편에겐 현실적인 여자로 접근해도 시간은 충분할 것 같다.

아 여기서 한 단계 더 전진한다면, 시어머니에게 한정원과 송편사이를 절대 반대하지 말라는 당부도 해야할 듯. 시어머니가 너무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주게 되면 별것아닌데도 무지 애뜻해져 버린다. 오히려 그게 역효과이다.
아 물론, 송편이 아니라 시어머니의 돈에 눈이 먼것이라면 지금 포지션 그냥 그대로도 충분하다. 별로 행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차라리 어느 정도 연애를 해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평생 다른 여자 가슴에 품고 사는 것 보다 쿨하게 보내줬다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여유도 나쁘지 않을 듯. 그 사이에 공부좀 하면서 스펙쌓고, 자기가치 높이는게 훨씬 현명하지 않은가?) 어차피 시어머니가 저런 입장이면 한정원과 송편은 결혼 날짜까지 잡고나서 한정원이 지레 지쳐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다 파혼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여자는 결혼 날짜를 잡으면 좀 현실적으로 변하더구만.

그럼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낼름 줏어먹어도 된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정원 ♥ 삼촌(히히히 얼른 어른되라되라되라~~~)



좀 구린 조합이긴 하지만...(서로에게 별로 득될거 없는 거 같아서..)




금란 ♡ 송편



모 이정도가 그냥 그런대로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암튼... 드라마를 누가 어떻게 만드시는지는 몰라도.... 여자들에게 부디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

엄마랑 딸을 화면앞에 앉혀놓고 한뇬 찍어 욕하게 만들지 말고,

조금더 여자의 욕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게 한다면 섹스앤더시티 못지 않은 웰메이드 여자드라마가 우리나라에도 나오지 않을까?+_+


참, 우리는 여기서.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관계가 있다!


-1993년 MBC 드라마 '아들과 딸'  92년 10월부터 93년 5월까지 방영된 주말드라마.

극중 귀남 최수종은 쌍둥이 남매 후남의 친구 채시라와 애뜻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동네 여동생 성자 오연수와 살림을 차린다.

채시라에겐 따뜻한 남자지만.... 오연수에겐 왕짜증 데면데면 찌질한 남자가 되었지 아마?ㅡ_ㅡa

따라서, 내가 미치도록 좋아해서 자빠트리고 결혼까지 해봤자, 남자 가슴에 다른 여자가 떠억 앉아있으면 껍데기하고만 사는거라는 만고의 진리.

안그래도 남자가 넘쳐나는 세상, 가만히 자리잡고 앉아서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고 지켜보자.

마지막으로, 가장 이상적인 남편 한 분 소개한다.



금란이 형부, 금란이 언니 태란이 남편!

가정적이고, 친정부모도 같이 모시고, 나만 바라보고, 나만 아껴준다.

아 정말 좋은 남자다 +_+

대머리? 똥배? 물론 비쥬얼이 중요하긴 하지만... 매일보고 익숙해지면 아무리 천하 장동건도 눈 두개에 코하나, 입하나 달린 사람일테니... 겉가죽 말고 남자의 알맹이를 보자!


한정원과 황금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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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닥 담배가 되고 싶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음해하고 험담을 늘어 놓아도

당신의 손에 간간히 들려 있는 담배가 되고 싶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 길,

아직은 무거운 눈꺼풀 척, 하고 들어올릴 기상 담배도 좋고,

햇살 따가운 점심식사 밥 한그릇 뚝딱 잡순후에,

느긋한 포만감 함께 즐길 식후 담배도 환영합니다.


지긋한 회의,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5분을 10분의 가치로 상승시킬 막간 담배도 그럴듯 하고요,

왁자지껄한 술자리,

여러 사람과 함께 고충을 나눌 위로의 담배도 흔쾌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제 한몸 불붙여 빠알간 정수리 앞세워 당신의 앞길 밝히는 귀가담배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한가닥 탑탑한 담배가 되어,

당신의 두 손가락 사이에 가볍게 안착한 후에,

살짝살짝 입술을 스치고,

가장 깊은 호흡으로 스며들어가 폐부 깊숙히 통과하여,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확산된다면!



아, 당신의 건강을 염려하여 저는 백익무해한 담배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

아- 요놈의 담배, 얄미워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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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술이 되고 싶습니다.

말갛고 은은한, 투명한 갈빛의

한 잔 술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봄날, 아직은 쌀쌀한 저녁

하루일과로 지친 당신의 입술을 촉촉히 적셔주던

깨끗하고 달달한 청명주도 좋고,

무더운 여름 저녁 찌부둥한 더위를 날려줄 500씨씨 맥주도 그럴듯 하겠지요.

모처럼만의 산행길, 뜨거운 땀방울을 식혀줄 얼음막걸리도 흔쾌합니다.

무슨 일로 마음이 괴로운날 신속하게 넘어갈 소주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한 잔 술이 되어 당신의 세 손가락 안에 잠시 자리잡았다가,

입술을 스치고,

감미롭게 미각을 자극한 후에,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확산되다면!





혹시라도 한 잔 술로 만나게 되면, 맛있다-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아- 요놈의 술, 얄미워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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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났다. 소름이 짜릿하게 돋는다. 아아, 그렇다고 여자들이여 너무 몰입하지는 말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짝반짝 빛나는'(이하 반짝반짝) 은 여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선 간단히 정리해보면,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모두 날려버릴 부자 친부모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자상하고 잘생긴 총각 편집장님 : 실장님 업그레이드 버전
-지적인 직장 : 출판사
-어른스러운 미성년 남자 : 18세 삼촌
-부성애 종결자 : 신림동 하숙생 대범
-내 경쟁상대는 절대 될 수 없는 삐리한 오빠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장님 : 출판사사장이자 혈연에 구애받지 않는 아버지
-자기 핏줄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는 어머니
-남자를 좌지우지하지만 자기를 인정해줄것같은 시어머니감

반짝반짝은 지금까지 내가 본 자식체인지 드라마에서는 국내 최강이 될 것 같다.
현재 시청률 13%, 아아 좀 아깝다.

*개차반 오빠를 우습게 보지마라.
반짝반짝의 설정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KBS드라마 가을동화와 아주 유사하다
딸내미가 바뀌었다는 설정에서 여성을 타겟으로 한 드라마를 '혐오'하는 남성들에게는 짜증 그 자체일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결혼은 하고 싶은데, 오랫동안 연애도 못하고 맨날 게임하고 우르르 떼거지로 몰려나오는 여자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내가 중매는 못 서도 도움주고픈 마음은 절실하니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또한 그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연애도 못하고 우울하게 꽃같은 나이를 흘려버리고 있는 여성분도 반드시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실장님들은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면서 자기 반성좀 하면 좋겠고, 그런 실장님을 남편으로 둔 기혼 여성이라면 긴장감을 가지고 읽은 후 자기 남편을 잘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

우선, 가을동화에서는 송승헌이라는 지고지순한 오빠이자 남자가 등장한다. 아-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사랑스런 친오빠가 사실은 친오빠가 아니라니! 그리고 그 오빠의 친구인 원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얼마면 되겠냐고 물어보던 저돌적인 그 남자. 여기까지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의 우리의 오빠들은 어떤가?? 남자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을 산산히 조각내고마는 존재들이 아니었던가?(아, 나는 오빠가 없긴하다;; 대신 매우 만족스러운 남동생이 있다.)
반짝반짝에서 등장하는 오빠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삐리하고, 능력없고, 부정입학에, 유학가서 사고나 치고, 심지어는 술 취해 헤롱거리며 들어와 엄마를 술집여자 다루듯하는, 전형적인 개차반이다.

이런 설정으로 우리는 가뿐하게 오빠를 이겨먹고 아버지의 눈에 자기의 후계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가을동화의 송승헌 오빠에 비해 얼마나 더 현실에 가까우며 나의 욕망도 채워줄 수 있는 인물인가? 삐리한 오빠의 등장에 박수를 보낸다. (참고로 삐리한 오빠가 반짝반짝이 처음은 아니다.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도 상당히 흡사한 삐리한 오빠가 나오는데 뭐 이건 그냥 사족, 패스-)

그런데, 이 오빠도 그냥 가뿐히 제껴버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술처먹고 들어와서 엄마의 엉덩이를 술집아가씨 대하듯 주무르고, 미친놈이라고 욕하는 엄마에게 돈이 모자라서 그러냐면서 감히 엄마의 젖가슴에 돈다발을 꽂아주는 개쓰레기이지만, 자기 입지가 흔들리면 그 엄마에게 나를 지켜달라고 소리지르고 난리친다. 근데, 엄마는 자기 자식이라 또 받아준다. 엄마들은 그런 존재이니까. 자기 자식이 아무리 개싸이코라도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게 엄마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는거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부성애종결자 대범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신림동에 고시공부하러 왔는데, 방에 순하디 순한 애기가 있다. 여자친구와 사고치고 낳아놓고 여자가 도망가서 애를 옆에 앉혀놓고 공부를 하는거다. 잘생겼고, 맨날 앉아서 공부만 하는거 같은데, 바디라인도 죽인다. 공부한다고 애를 소홀히 하지도 않는 것 같다. 또 하숙생임에도 불구하고 노름하다 유치장에 갇힌 아버지까지 도와준다. 하숙생인데!!!
여태까지 여자가 뒷바라지를 해야했던 고시생이 아니다. 자기 책임감이 강하고 이타적이며 비쥬얼 또한 막강하니 너무너무 사랑스러우나, 실제 현실세계에서는 거의 존재하기 불가능한 인물일거다. 그냥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은 무한한 책임감과 좀처럼 찾기 힘든 부성애 때문일 것이다. 아아- 나도 이런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났더라면 나의 20대는 훨씬 아름다웠으리라. 부디 사법고시 패스해서 여자가 다시 돌아와 잘못했다고 빌어도 절대 받아주지 말고 자기페이스를 가기 바란다. 그 여자는 대범이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일테니까.

*미성년 의젓한 삼촌
얼굴은 미소년인데, 이 남자의 위치는 동생이나 조카가 아니라 삼촌이다. 나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나의 허물을 무덤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개차반 오빠가 술처먹고 들어오면 가뿐히 방으로 옮겨주는, 한마디로 완벽한 삼촌이다.

현실세계의 삼촌들은 어떠한가?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삼촌이라 하더라도 나의 연장자로서, 같은 집에 산다면 엄마아빠가 없을 때 우리 형제자매들을 자신의 꼬붕쯤으로 여기고,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하며, 때로는 데이트 윤활유로 우리를 앞세워 나가기도 한다.(지금은 작은아버지가 되신 삼촌들 미안해요ㅠㅠ) 나의 어릴적 기억만 떠올려봐도, 내 동생과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군기를 잡고, 나보다 더 귀여웠던 내 동생을 앞장세워 데이트를 성사하고(물론 결혼하셨으니 정말 다행^^), 잔심부름은 도맡아 시켰던 것 같은데, 아아 우리 미성년 삼촌, 나보다 열살이나 어리니 잔심부름은 시키지 않으면서도 어른의 몫은 다하니 너무너무 좋다.

참고로 나의 경우에는 이런 삼촌 역할을 대신하는 남동생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레어아이템이 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학번은 높고(내가 삼수하는 바람에;;), 내가 컴퓨터를 고장낼때 마다 끊임없이 고쳐주며, 군대갔다와서는 험한일도 마다하지 않고 집안을 먹여살리고, 엄마와의 한판 승부에서 처절하게 울고 있으면 와서 토닥토닥 달래주고, 가끔 오빠라고 불러주면 설거지와 청소기 돌리는 귀찮은 일까지도 쓱싹쓱싹 해내고, 대학 시절에는 술처먹고 들어오면 다음날 아침에 북어국을 끓여 바치는 정말 레어아이템이다. 왠만한 여성들이 갖기 힘든 아이템이라 자랑을 좀 길게 했다;; 내 동생님이 이 글을 볼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지만, 고맙다고 말할 수 밖에.

여튼, 이 글을 보는 여성분 중에 예비시부모님이 금슬이 진짜 좋아서 내가 출산한 이후에 시동생이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당장 결혼하라! 내 아이의 이상적인 삼촌이 생길수도 있다. 물론 시아버님이 밖에서 낳아오는 자식이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이다. 이런 경우에는 시어머니가 화병으로 일찍 세상을 뜨고, 시아버지마저 그리 책임감이 높지 않은 인물일 가능성이 높아 내가 양육해야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그래도 자식뻘 시동생은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때로는 내자식이 개차반같을 경우 함께 컨트롤 해줄 가능성도 있으므로 상당히 기대되는 미래가 될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반짝반짝에서는 엄마가 둘, 아버지가 둘이다. 간략하게 비교하면,

  세상사에 찌들어 거칠고 투박한 엄마 vs 교양있고 온화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안가리는 엄마
  맨날 노름하고 딸내미 퇴직금 날려먹는 개차반 아버지 vs 기업 CEO에 딸 아들 차별이 없는 아버지

정말 극단적인 케이스이다. 하지만, 엄마의 공통점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 한다는 거다.
극중에서 신림동 고시원 식당을 하는 신림동엄마 고두심은, 교양있는 엄마 박정수에게 그냥 둘다 데려가라고 한다. 나는 자식 필요없단다. 아마도, 내 배아파 낳은 자식이든, 내가 기른 자식이든 두 딸내미가 다 잘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이건 가을동화에서 김해숙 엄마도 그랬다. 그렇다면 우리 딸들은 어떻게 하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

내가 극중 정원이 김현주라면, 엄마 고마워.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게, 그대신 모른척 하지는 않을게.하고 신림동 집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을거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나를 인정해주고 회사까지 물려주려는 장용아버지를 사장님으로 깍듯하게 모시면서 내 입지를 다지고, 경제적 기반을 쌓은 후 엄마의 고시원 식당 리모델링도 시켜주고, 호강시켜줄거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떻게 될 지 두고 봐야겠다.

아버지의 경우 어떠한가? 아직도 고민이 되는 건 엄마들은 굉장히 많은 캐릭들이 있어도 공통적으로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라는 속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재되어 있는데, 아버지의 경우 너무 갭이크다. 그래서 아버지 대처법에 대해 간략하게 생각해본다면,

일단 나의 아버지에게 장용아버지와 같은 속성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봐야 한다. 단 하나.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는가이다. 최근에 보이는 딸바보 아빠의 속성이 있다면, 주저없이 한편이 되라. 아버지의 능력여부는 그 다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다소 무능력하다면, 구체적으로 관리하라. 왜냐하면 아버지를 관리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가정의 경제적 피해가 상당히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와 같은 방식으로 하면 안통할지도 모른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남자이기도 하므로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어야 한다. 다소 번거로울수는 있다. 남자들이란 자기의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자기 건강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그렇게 키워놓았으니.. 내 아들은 잘 키우면 된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보면 아버지라는 존재는 나의 든든한 후원자, 지지자, 응원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버지들도 있다. 어머니를 폭력적으로 대하고, 딸인 나를 가족이 아닌 여성으로 대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현실세계에는 존재한다. 이럴 경우에는 정말 주저말고 차단하라. 법적 도덕적 윤리적 물리적 방법을 다 동원해서 피신해야 된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아버지라는 것을 망각했고 그 기능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와 어머니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가족이 아닌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아버지도 있다. 우선은 나와 어머니에게 피해가 가지 않더라도 이런 아버지가 있다면 주저없이 단절하라. 지금 현재 그 아버지의 경제능력이 상당하다 할 지라도 살다보면 피해를 볼 것이 100퍼센트 예상된다. 이복형제와의 문제, 다른 어떤 여성과 눈이 맞아 가산을 탕진할 문제, 법적인 문제 등등. 혹은 어떤 아버지 중에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해서 밖에서 호박씨 다 까고 집에와서는 아무런 일도 안한 척 한다면, 발각하기 전에 경고해라. 그러면 최소한 나를 두려워 할 것이고 자기 행동에 조심하기는 할 것이다. 이처럼 집에서 딸의 역할은 번거롭지만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고, 드라마 이야기하다가 삼천포로;;;

*나를 인정해줄수 있는 시어머니를 내편으로 만들자.
세상의 대부분의 시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며느리는 늘 부족한 인간이다. 그것 때문에 늘 고부갈등이라는게 생기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랑 잘 해볼 마음이 있다면, 시어머니를 내편으로 만들 수 밖에. 아직까지 결혼은 가능성이 없고 솔로로 지낸 지 상당히 오래 되었지만, 기간의 연애를 통해 볼 때 남자의 어머니를 사로잡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 어머님, 이 남자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세상에서 최고예요!" 내 남자의 어머니의 노고를 인정하면 된다. 물론 케이스바이케이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감이 남자의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소유욕이 있고 욕심이 있다면, 올가미의 최지우가 될 각오를 하시길. 우리에게 크리스티나 시어머니감은 너무 찾기 어렵다. 남자는 오래보면 거기서 거기다. 결혼할 마음이 있으면 그 가족들과 먼저 친구가 되는게 나한테 훨씬 유리하다. 

극중의 시어머니 감은 팔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김지영 시어머니다. 순대국밥 팔아서 돈을 엄청 벌었고, 아들이 가업을 잇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대신 며느리 선택권을 빅딜한 능력있는 시어머니다. 극중에서 황금란 이유리는 송편집장 김석훈과 잘해보려고 시어머니를 찾아가 먹지도 못하는 순대국밥 처묵처묵 하고 있다. 내 주변의 여성들 중에도 몇몇 그런 경우들이 있다. 순대국, 추어탕, 곱창 등의 내키지 않는 음식을 시댁식구와의 관계를 위해 속에서는 뭔가가 올라올것 같은데도 낯빛하나 변하지 않고 먹어내는 경우를 봤고, 나도 그래본적 있으므로 우리 여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여기서 황금란 이유리는 조금 어리석었다. 나라면 김지영시어머니를 찾아가기 전에 송편집장 김석훈에게 더 열심히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러고 난 후, 김지영시어머니의 후원과 은총을 받아 모두에게 윈윈했을 것 같다. 오늘 예고편에서 김석훈이 김지영시어머니에게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다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먼저, 시어머니를 내편으로 만드는 것은 나한테 좋은일이다. 그런데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고 시어머니한테만 공들이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황금란, 빨리 남자먼저 챙겨라! 그리고 한정원 김현주와 같이 대범이를 이용해 남자의 질투심을 마구 이용해라. 셋이 같이 밥을 먹으면서 경쟁시키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물론 대범이와 같이 아주 괜찮은 경쟁상대를 붙여 볼 수 있을 때 가능한 방법이긴 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보다 별거 없어보이는 존재에는 별로 경쟁심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내가 헤픈 년이 될 수도 있다. 드라마를 더 지켜봐야겠으나, 이 드라마에서 송편집장을 득템하는 것은 한정원 김현주가 될 것 같다. 이미 남자의 마음을 사로 잡은 듯 해뵌다. 지켜봐야지 뭐 ㅎ 황금란 이유리도 열심히 해보길 바란다.

*그럼 정말 송편집장은 내 남자가 될 수 있나??
이제부터는 냉정해지자. 반짝반짝이 웰메이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장님에서 편집장으로 넘어가면서 여성의 지위도 올라갔다. 별볼일 없는 여성이 아니라 출판사(여성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이다)의 팀장으로 자신의 경쟁상대를 주물러 댈 수 있는 지위가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아! 실장님이라는 단어, 우리 여자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괴롭혀 왔던 단어인가. 정말 세뇌라는게 무섭다.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도 아닌 실장님이라니! 왠지 앞의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이 뭔가 재미없는 유부남을 연상시킨다면,(왜인지는 나도 모름;;;) 실장님 하면 상당히 묘하게 느껴진다. 실짱님, 싯땅님, 실짱님, 수도 없이 들었던 매력적인 남성, 실 장 님 ㅡ_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신차려야 한다.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내 마음을 헤아려 줄 정도라면 정말 좋은 상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자상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 정도의 자리에 가려면 그들도 나름대로 처세술이 필요했으리라. 왠만한 여자들을 다 적으로 만들수는 없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겠지.
우선, 그가 내 눈물을 닦아준다는 것은, 내가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냥 화장실 가서 울자. 울때 전화오면 그냥 받지 말자. 할말있다고 직장 상사 불러서 울지 말자. 내 인생에 전혀 도움 안된다.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경우는 '그 실장님'이라는 분은 현실세계에서 유부남일 가능성이 매우, 상당히, 아주 높다. 왜 남의 남자 불러 놓고 신세한탄 하고 있나? 나한테 전혀 도움 안되는 불필요한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있는 것인가?????

다행히도 이제 반짝반짝을 통해 실장님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편집장님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 같다. 나도 이제 실장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일지도.+_+

2011년 대한민국에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여자들은 실장님만 쳐다보지 말고 대리님, 과장님도 괜찮다. 아직 그냥 평사원이라도 괜찮다. 나의 미래와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위해 평범하고 차칸 한 놈 찍어서 잘 돌봐주면 배신하지 않을거다. 그리고 나좋다는 남자 있으면 절대 그냥 넘기지 말고 왜 니가 나를 좋아하는지 꼭 물어보고 확인해봐라. 그럼 그 남자도 사랑스러워 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커플이 자기의 사랑을 평생 지켜가는 걸 므흣하게 바라볼 날을 기대하며, 실장님. 안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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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것
아침일찍 일어나기, 방청소, 라면과 곰탕에 넣는 다진 파, 매운 음식, 추운 날씨, 더운 날씨, 황사, 장마철의 눅눅함, 사람가득한 전철과 버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소음, 매연, 꽃가루알레르기, 오직 조미료로만 맛을 낸 식당음식, 심박수를 거스르는 불안한 비트의 음악, 내 손목시계에서 나는 째깍거리는 소리,  불편한 옷차림, 발아픈 신발,  이유없이 사람을 죽여대는 잔인한 영화, 남의 말 잘 안듣는 고집불통, 돈 많다고 돈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비열한 인간, 머리는 좋은데 좋은일에 쓰지 못하는 나쁜 인간, 나를 상처주는 한마디 말들, 기약없는 기다림, 솔직하다는 표현으로 용인되는 예의없음, 불신, 악몽, 차가운 방바닥, 새로 칠한 페인트냄새 등

이유는 더 생각해 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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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아 회사 땡땡이 치고 놀러갈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같은 날씨에 출근과 회사생활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 '행복한 출근길'.

 

2011년 4월 현재 무직, 백수인 내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네팔 여행 중 도움을 주셨던 스님을 찾아뵙고 선물받은 책이라 고마운 마음으로 담담히 읽어나갔다. 선한 눈을 가진 스님께서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인생살이 전체를 생각해보며 읽어보라 하셨기에 더욱 귀중한 선물이 되었다. 09년 4월에 출판되어 17쇄까지 나온 유명한 책을 이제야 신간보듯 읽은 것도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의 말씀대로 인연이 닿아 직장을 갓 그만둔 나의 손에 안착한 ‘행복한 출근길’을 부여잡고 다음 직장은 어떻게 잘 다녀볼까를 고민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법륜스님께서 쓰신 이 책은 참 재미있고 쉽게 쓰였으나, 회사생활을 핑계삼아 오랫동안 책을 멀리했던 나로서는 이 책마저도 궁금한 것, 모르는 것 투성이인 채 읽을 수 밖에 없었기에 현실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꾸짖어보기도 한다.

 

최근 몇 개월 나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화가 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표도르와 같은 미소로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을까?’ 등등 내 개인의 감정과 관련된 의문이 대다수였고, 이 책은 상당 부분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바로 ‘화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화를 내기 전에 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자.

화라는 것, 서양 사람들은 잘 이해하기도 힘든 화병의 원인이기도 한 이것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다.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와 같은 단순한 의문들이 화를 내게 만들었고, 때에 따라서는 내 생활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 참을 수 없고, 참아서도 안되고, 바꿔야 한다.

 

그러나 화를 내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었고, 굳이 화내지 않아도 될 일과 화를 내서 풀 수 없는 일에까지 화를 내게 된 것이다. 침착하게 설득하는 일과 다른 사람의 말을 차분하게 듣는 일에 너무 서툰 내 모습에조차 화가 나는 정도가 되었으니, 이건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바로 얼마 전까지의 나는 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은 나에게 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 법을 알려주었고 완벽하게 실행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 몸 속 어딘가에서 화르르 일어나는 이 화라는 존재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참으로 값진 것을 얻었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불가에서는 ‘관법(觀法)’, 원어로는 ‘위빠사나’라 부른다고 한다. ‘위빠사나’는 ‘밝게 본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내 수준에서 2500년 불가의 가르침을 한 권의 책으로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화를 알아차리는 것,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더 담담하게 읽어내려 간 ‘행복한 출근길’

이 책의 상당 부분은 10년 전의 내가 읽었더라면 버럭버럭 화를 내고 말았을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출근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만나더라도 내 스스로가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도움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이 책의 앞부분에서 가장 해답을 내고 싶은 부분은,

 

“자신의 괴로움을 밖에서 찾지 마십시오. 먼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봐야 합니다.”

 

너무나 외람되게도 한마디 덧붙인다면 우선 문법적으로 맞지 않다.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 밖이 아닌 안에만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스님께서 쓰신 위의 문장이 맞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먼저’라는 수식은 빠져야 하는 것이 맞다. 내가 적어도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학시절 정서법 수업을 통해 들은대로 고쳐 쓴다면 다음과 같이 써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괴로움을 밖에서 찾지 말고 자기 자신을 똑바로 봐야 합니다.’

↔ ‘자신의 괴로움을 밖에서 찾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봐야 합니다.’

 

이렇게 놓고 생각해보면 위의 두 문장은 분명 의미차이가 있다. 괴로움, 문제의 원인이 안에만 있느냐, 밖에도 있느냐의 문제이다. 적어도 내가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인 것은 ‘안’이라 하면 개인의 개별적 감정의 문제가 될 것이고, ‘밖’이라 하면 그 외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밖’에 속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할 것이라 나도 조금 더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본래 없습니다

책에서는 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나는 옳고 남이 그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충분히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있다, 없다로 볼 수 있는 개념인가는 조금 갸우뚱 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서 가장 많이 들었고 가장 짧았던 법문이 반야심경이라 반야심경의 가르침대로라면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다 없을無자를 쓰셔서 매번 들을 때마다 어린 마음에 왜 자꾸 있는 것을 없다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도 여전히 고민이다. 2천 5백년의 역사를 가진 불가의 가르침이라 맞는 말이다, 옳다고 생각하며 보아도 이 또한 가르침대로라면 옳다 그르다로 보는 것이 맞나 싶어 자꾸 다람쥐마냥 제자리로 돌아온다. 책에서는 내가 옳다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나는데 옳고 그름은 본디 없음으로 괴로워 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신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삶에서 대부분의 일이 바로 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라 나는 앞으로 살면서 앞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최고의 단계 ‘화작(化作)’

필요에 따라 응하라고 한다. 주어진 일이 청소면 청소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이면 노래를 하라고 한다. 인연에 따라서 모양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자존심이라 할 만 한 것도 본래는 없는 것이라 한다. 세상이 본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본질적인 문제라 한다. 아, 어찌 평범한 사람이 따라갈 수 있는 경지란 말인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은 사장님들이 읽으면 정말 행복한 출근길이 되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어디 전화국에서는 직원들에게 전신주에 올라가는 일을 시켜서 문제가 되었다는데, 그 전화국 사장님이 읽으면 정말 끄덕끄덕 하실 것 같다. 아니 답답하실수도 있겠다. “왜 우리 직원들은 전신주에 올라가면 될 것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사장님을 상대로 결혼 연습을 하십시오

커피심부름에 컵라면 심부름 시키는 사장님,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데 그 해법을 ‘결혼연습’에서 찾으라 한다. “시원한 물 드릴까요, 커피 드릴까요? 식사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거부반응이 들어도 해보면 괜찮다고 하시는데, 내가 아직 결혼을 안해서 모르는 것인지,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그렇게 안해서 모르는 것인지, 여자가 결혼해서 하는 일이 식당 종업원의 일 밖에는 없는 걸까 싶다. 내 나이 벌써 서른, 자기 물은 자기가 알아서 찾아먹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다.

 

-돈, 지위, 명예, 인기 아래에서 종노릇을 그만 두십시오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오직 돈뿐인가. 자식이 크면 학비가 더 들고, 옷을 더 사 입혀야 하고, 먹는 것도 더 먹는 것인데 이것을 다 해주려면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해도 모자란 것이 우리 부모였고 앞으로 부모가 될 나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가족도 자식도 없이 돈 욕심을 내는 사람, 가족과 자식을 먹여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과하게 돈 욕심을 내는 사람과 빚내어가며 가족과 자식을 가르치고 먹여 살리는 사람에게 해 줄 이야기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가슴 한 켠이 허해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경쟁사회에서 마음껏 경쟁하십시오

2011년 대한민국 현재 경쟁사회, 자본주의 사회라는 명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나 보다. 문득 이 ‘경쟁’이라는 말에 무슨 뜻이 담겨있나 궁금해졌다.

[경쟁 競爭 품사:명사]

1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룸.

2 [생물]여러 개체가 환경을 함께 하기 위하여 벌이는 상호 작용. 생물의 개체 수가 공간이나 먹이의 양에 비하여 많아지면 생긴다.

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었다. 생물학적인 상호 작용의 개념이라는 것에 눈길이 간다. 생물학의 용어가 사회에서 상용되고 있다. 아, 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용어인지! 나도 마음껏 경쟁하고 싶다. 너른 들판을 달리는 얼룩말과 사자와 톰슨가젤과 함께 뛰어 다니며 경쟁하고 싶다. 그러나 오늘 나는 검은 머리털나고 입으로는 말을 하는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푸른 들판을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옆에서 볼 때는 부정부패이지만 자기가 볼 때는 어떻습니까? 자기가 가진 어떤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죠. 인맥을 활용하는 것이고 가진 돈을 활용하는 거예요. 세상에 그런말 있잖아요?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그것처럼 본인들은 자기가 가진 다른 것을 최대한도로 활용하는 거예요. ‘이것이 인생사다.’ 하고 인정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105p>

여기까지, 질문이 생겼다.

‘스님, 불국정토에도 부정부패가 있습니까?’

 

-그러면 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거잖아요

회사가 퇴출을 시키겠다고 결정하면 퇴출된다. 내 영역이 아닌 것 가지고 신경을 쓰면 나만 괴롭다. 맞다. 내 영역이 아닌 것을 신경쓰면 나는 괴롭다. 그런데 회사에서 잘리는 것이 정말 내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슬금슬금 걸어 나온다. 내가 회사에서 잘리는데 나는 결정권한이 없고, 그런데 우리 집 가족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하고. 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스님은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나오라 하신다. 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우리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답해주실까 궁금하다.

돈에 매이지 말고 자기를 돈에 팔지 말아야 한다지만, 2011년 대한민국은 노동력을 팔아야 생존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나도 돈에 팔리고 싶지 않다!

 

-결국은 월급이 많은데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회사가 월급을 너무 많이 줘서 걱정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도 그랬고 내 주변 사람도 그랬고, 대학 때 빌린 학자금 대출 갚으랴, 결혼은 해야겠는데 집 장만하기도 빠듯한 걱정에, 아기가 태어나니 생각보다 분유값이 엄청 비싸더라는 고민들이었는데, 나도 월급을 너무 많이 받아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정말 결국 월급이 많은데서 생기는 문제일까. 또 경제 효율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문명에서 모두가 희생자라 하는데, 정말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일까. 2011년 대한민국, 이익보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정말? 정말정말?

 

-회사의 비리를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객관적인 법조문보다도 그 의도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도는 나쁜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비리, 의도는 좋은데 굳이 법적으로 따지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것은 비리다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다 하신다.
아 복잡하다. 법으로도 가리지 못하는 비리와 법적으로 문제가 되어도 의도가 좋은 일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그래도 가치와 용기가 있다면 문제를 바꿀 수 있다니, 전국 각지에 출근하다 말고, 회사 비자금을 개인명의로 관리하는 비리도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필요하다 생각하는 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과 맞서는 회사원분들,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용기있는 회사원 여러분, 힘내시길!

 

-점점 미궁속으로

“그러나 여러분들이 부처님 법에 따라 수행정진을 하게 되면 비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금방 문제 삼아 시비하고 따지지 않게 됩니다. ‘아, 이것도 내 분별이구나.’ 하고 내려놓으며 시비를 하지 않게 되는 그런 공부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부처님 법을 알게 되면 인생관이 확고해집니다. 돈과 권력에만 의존하는 삶을 버리고, 청소를 하든 막노동을 하든 이런 부정한 집단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193p>

아, 길다. 그러니까, 부처님 법에 따라 수행정진하면 비리를 보아도 내 분별의 문제로 보고 내려놓으며 그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된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스님, 불국정토에도 비리가 있습니까?"

 

-부끄럽습니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단다. 맞는 말씀 같다. 나도 부처님 태어나신 룸비니에 가보니 캐나다 아줌마, 이태리 총각, 독일 아저씨에 이스라엘 총각까지 앉아서 ‘메디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박사님도 있었고 돈도 꽤 버는 ‘잘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 나는 1천 년의 불교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는데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다니 부끄럽다. 이제 처음 알기 시작했는데도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으니 사실 좀 막막하기도 하다. 미국 유명배우도 티벳불교를 좋아라 하고 서양 사람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좋다하니 나도 천년 불교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마무리 <진흙속의 진주>

나를 비롯한 내 친구, 선배, 후배들은 서로가 힘들 때 늘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 ‘마음이 아픈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구나’ 이럴 때 내 주변의 사람들은 괴로워했고, 나 역시 여러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학창시절 술자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후배가 주절주절 하는 말을 들을 때에도, 시집간 아기엄마 내 친구가 펑펑 울 때에도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도 별로 없었다. 그저 미안하다고 밖에.

그런데 이제 미안하다고 하지 않겠다. 나의 역할은 해결사가 아니었다. 나는 친구이고 술 먹고 하소연 할 수 있는 언니다. 그래 나는 이제 미안하다고 하지 않을거야, 대신 힘내라고, 응원한다고 말할거다. 나에게 미안해했던 내 친구들아, 고마웠다. 이제 미안해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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