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Pulmaya 머릿속 2011. 7. 15. 15:32
5월 28일 수요일 글쓰기 수업에서 최근에 가장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에 대해 쓴 글인데, 두 달 지나도 여전히 유효해서 한 번 옮겨본다.


최근에 가장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 맺는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나의 입장과 태도에 대해 고민한다.

엄마와의 관계,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모니까 응당 그래야 하지 않나, 엄마가 왜 이래"와 같은 내 안의 '엄마'라는 규정에 엄마를 끼워 맞추며 무던히도 삐그덕거렸던 엄마와의 관계를,
친구처럼, 언니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아이처럼 여기며 풀어가는 것이 굉장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싸우지 않는 관계에 대한 고민,
싸움이란 힘과 힘이 대등할 때, 막상막하일때, 우열을 가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 따라서 싸워야 한다면 어떻게 '다이다이' 붙는 관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싸움은 서로를 소모시키는 것, 그래서 싸움이 붙기전에 이길 수 있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상황은 파괴적이지 않게, 소모적이지 않게,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게 해결하는 법에 대해 고민한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
세상 모든 사람과 상하, 좌우가 아닌 친구가 되는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중국 사람들처럼 '우리 이제부터 친구다'라고 하는 순간,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버릇없지 않게, 예의바르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친구가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불편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나의 호의도, 나의 불쾌감도, 나의 예민함도 타인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맺기에 대해 고민한다.
데면데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추적거리지 않는, 그런 관계를 고민한다.

진실된 연애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오감에 집착하지 않는, 내면과 내면이 만나고,
인간과 인간으로 의리를 다하는,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연애를 고민한다.

이제 앞으로 남은 60년 생애를 위한 진짜배기 사람되기를 고민한다.
은은한 향기가 있는 사람이 되기를 고민한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되기를 고민한다.


역시... 급하게 쓰니 너저분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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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사는이야기 2011. 7. 11. 17:57

지난 수요일 글쓰기 시간의 주제는 '몸'이었다.
나는 사정이 있어 수업을 한시간이나 지각하였고, 덕분에 함께보는 영상도 못보고, 글도 못쓰고 앉아서 다른 수강생들이 쓴 글을 듣다가 왔다.
수업이 끝난 후 파격적인 폭탄머리를 한 선생님이 덜컥 두 손으로 팔을 부여 잡으며 꼭 글을 쓰라 하셨는데, 마치 '다음 주까지 안쓰면 절대 안되!!' 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다. 험험. 그럼... 나는 절대 자발적이지 않은 인간이니까.




<이 이야기는 머릿 속어딘가에 있는 실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곳은 낮에는 햇살이 따갑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으며, 밤에는 추웠다.

나 같은 인간은 아침저녁으로 한기를 느끼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손발을 싹싹 비벼가며 추위를 달래야 했다.

챙겨간 수면양말을 신고서도 발은 시렸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장갑은 끼고 있었다.

살짝 잠이 들라치면 코끝이 시려 잠을 깨고, 그때부터는 머리 정수리부터 내려오는 냉기에 환장한다.

이가 악물리고 턱이 오돌오돌 떨리는 유난히 추운 그 곳의 밤.


낮에는 또 정수리끝으로 해가 떨어져 머리가 딩할 정도로 덥고 찐다.

특히 산에서 보낸 8일은 극단적인 추위와 더위가 교차했다.


내 손발을 내가 잘라내고 싶다는 잔인한 생각마저 들었던 그 때. 

그 곳에서 나와 또옥같은 인간을 하나 발견한다.

나처럼 손발이 시려워 한눈에 봐도 냉기에 대한 두려움이 얼굴에 묻어나는 인간. 신기한 일이다.

나는 어른스럽게 나보다 더 가련한 인간에게 머플러며, 여분의 수면양말이며, 심지어는 하나밖에 없는 오리털 자켓까지 기꺼이 대여한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인간보다 내가 더 추웠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감각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사실 손발이 유난히 시려운 것 빼고는 나와 같을 것은 없는 인간이었다.

키는 나보다 적어도 20cm 이상 컸을 것이고,

어깨도 나보다 배는 넓었을 것이고,

손발의 면적도 나보다 넓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부처님처럼 허리가 길어 앉아 있는 것이 돋보이는 그런 인간이었다.

두 눈도 길고 가늘게 갈라졌고, 얼굴도 요즘 아이들처럼 뾰족하지 않은 것이 영락없는 부처님의 모습이다.

또 모르지. 내가 보고싶은 대로 보고,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8일만에 무사히 산에서 내려와 그 다음날은 완전히 털썩 풀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짐 하나 짊어지지 않고, 머리칼도 다 날려버린 채 가장 가벼운 아침과 오전을 만끽한다.



짐을 챙기다 문득 중요한 물건이 하나 없어졌음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는 밤에 돌아댕기려면 꼬옥 필요한 물건. 헤드랜턴.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

이런저런 여차저차한 이유로 그 얄미운 인간의 소행이 틀림없음을 확신한다.


이미 빈털털이가 된 상태라 새로 사기에는 고가의 물건이니.... 찾으러 갈 수 밖에..



그 인간의 방은 1층이지만 창문으로 짜악- 볕이 따뜻하게 들어온다.

2층이었던 내 방보다 볕이 잘 드는 마음에 드는 방이다.



며칠동안의 산생활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여름도 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어느 날 오후.

나는 잠시 햇볕을 쬐기로 한다.

두런두런 별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서서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어설프다.



두 인간은 각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절대 에로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은 그 너저분함이란......


이 두 인간의 공통점은 손발이 차다는 거였지.

손을 잡는건 언제 어디서도 참 민망한 일이다.
 
그럴 일은 없다.


하지만 두 인간은 온기가 필요했고, 어쩌면 냄새가 날지도, 무좀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 발을 포개고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누워 휴식을 취한다.

다시 생각해봐도 절대 에로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마치 시계바늘과 같이 하나의 축으로 누워 있는 두 인간.

시계바늘도 한시간에 한번은 만나고 마니, 살짜쿵 돌다 한 번 쯤은 만나도 좋겠지.


째깍. 째깍. 시계바늘 소리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뛰는 심장.

쿵-
쿵-
쿵-
쿵-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엄마 품에 안긴 어린 아이처럼 올곧이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얼음장같은 손가락은 심장박동을 따라 까딱, 까딱, 까딱, 까딱.


이런 건전한 휴식은 참으로 처음이다. 편안하다.

그 무덤덤한 인간의 손가락은 이미 말라 비틀어질대로 말라버린 나의 갈비뼈에 가지런히 올라가 계이름을 배우듯 까딱까딱 한다.

'신기하다, 몸에 살이 하나도 없네'

그래. 나도 신기하다. 명치 끝까지 말라버려 이제는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종로바닥을 싸돌아다녀도 아무런 부끄럼도 없을 법하게 변형된 내 몸이 나도 신기하다.


문득, 생각이 많아 머리가 뜨거우면 손발이 차다는 어느 선배님의 말씀이 떠올라 대략 한달은 넘게 다듬지 않은 머리칼 속으로 손윽 쓰윽 밀어 넣는다.

역시 따뜻하다. 머리칼은 옷감과는 다른 온기가 있다. 하지만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뜨거운지, 원래 머리는 따뜻한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여차저차한 이유로 그냥 입맛을 잃어버렸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공연히 상심했다.



감각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고통을 만들고, 고통은 있는 그대로 괴롭다.

나는 내 몸이 감각하는 것을 증오한다. 혐오한다.

눈에 보이지도, 지금 현재 존재하지 않는 그 개같은 감각이 가증스럽다.

지금의 이 부정적인 느낌은 아쉬움일까. 허무함일까. 소외감일까. 뭘까.

이제는 그냥 휘익, 날라가버려라. 휘익.



<있었을지도 없었을지도 모르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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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Pulmaya 머릿속 2011. 7. 5. 00:20
나는 두렵다.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을 포기할까봐 두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렵다.

그러다가 다시는 얼굴도 못 볼 사이가 될까봐 두렵다.


보고싶은 사람을 보지 못해 괴로운 것이 두렵다.

문득문득 그러고 싶어 그러는게 아닌데 갑자기 보고싶은 사람이 뭉클 생각나는게 두렵다.

그러다가 영영 못보는 사이가 될까봐도 두렵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것이 두렵다.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도 그들을 잃는 것이 두렵다.

누구에겐 하찮은 소모품일지라도 나에게는 금쪽같은 사람들을 잃는 것이 두렵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도 두렵다. 그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두렵다.

나를 잘 다스리는 일이 잘 안되는 것이 두렵다. 내가 성질을 과하게 부려서 여러 사람들이 쌩고생하게 될까봐 두렵고 무섭다. 겁난다.

이런 지랄맞은 내가 쌕쌕 숨쉬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더 소름끼친다.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봐 두렵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자식새끼 낳아놓고 이 풍진 세상에 떳떳하고 당당한 부모가 못될까봐 심란하다.

괜찮은 남자를 못만날까봐 두렵다. 여태까지 비루한 죽정이같이 책임감이 제로였던 그런 많고 많은 찌질한 남자들 중에 속이 꽉차고 진국인 제대로된 남자를 골래내지 못할까봐 걱정되 죽겠다.

오늘 밤도 이 심란한 마음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까봐 두렵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또 어딘가에서 꽃같은 자기 목숨을 지키지 못할까봐 무섭다. 제발 그러지 마라.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살아진다. 죽으면 아무도 책임지지 못한다. 그러니까 반드시 살아 남아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대야 좋을지 모를때가 가장 두렵다. 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 닥칠까봐 불안하고 초조하다.

늘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 둘 다 갖지 못하고 하나밖에 갖지 못할까봐, 그러다가 종국에는 둘 다 놓쳐버릴까봐 두렵다. 또 그 선택에 대해 당당하지 못할까봐 늘 두렵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때를 놓쳐 버릴까봐 두렵다. 가장 좋은 타이밍 놓치고 나중에 짜증날까봐 불안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어이없는 짓을 해놓고 나중에 머리털 빡빡 뽑으며 손발 오그라들도록 쪽팔릴까봐 너무너무 걱정된다. 어휴, 생각만해도 얼굴이 불타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할까봐 걱정되 미치겠다. 아 내가 할 줄 아는게 뭐 있다고!!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다지만 제대로 못 죽고 민망하고 어이없게 죽을까봐 걱정되 죽겠다.

휴으.... 지금 잠도 안 자고 이러고 앉아있는 내가 젤로 어이없단 말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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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일기예보에서는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낭랑하다.

6월 22일 오늘은 매주 수요일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 오늘은 특별히 야외수업으로 '반값등록금' 집회 현장에서 인터뷰 실습을 하는 날이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수업은 벌써 한달이 지났고, 수강생들과도 어느 정도 안면을 익혀 수업에 출석하는 것 자체로도 큰 즐거움이 되었다. 야외 수업인데 비는 우중충하게 내리고, 이따금 바람이 불어 우산은 쓰나마나였지만 그래도 처음 있는 야외수업이라 그런지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조금은 즐거운 표정들이다. (비오는 통에 함께 수업듣는 수강생 분들 얼굴 한장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군ㅠ_ㅠ)

드디어 우리 수업의 인자한 강사님이시자 르뽀 작가님이신 김순천 작가님 등장!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레스코드 블랙을 철저하게 지킨 안녕 프란체스카 컨셉에, 화룡정점으로 까만 구두속에 하얀 양말을 버선처럼 곱게 신으시고, 인도풍의 하늘거리는 실크 질감의 바지까지 입으셨다. 아, 이 모습은 흡사 디즈니 만화 '알라딘'에서 방금 나오신 듯한 재스민 공주님의 모습 아니신가! (함께 상상해 보아요^^)

-오늘의 미션!


-집에까지 고이 모셔온 미션 쪽지! 후훗 누가보면 러브레터인줄 오해할지도 ㅎ

우리의 인자한 김순천선생님께서 밤새 수십장을 고이 접어 '자 선물'하시며 손에 꼭 쥐어주신 미션 쪽지, 하마터면 진짜 러브레터인줄 알고 집에 와서 몰래 읽을뻔 했다!

자 그럼 오늘의 미션 개봉박두, 두둥

오늘의 미션
1. 오늘은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 선다.

2. 한 사람 이상 반드시 인터뷰 한다.

3. 주위 분위기, 사건, 물건 등 4개 이상 기록하되
   2개정도는 평범한 것이 아닌 특별한 점을 찾아낸다.

4. 현장언어를 써서 기록한다.
   -정확한 용어, 단어, 생동감있는 문장

이 외에도 몇시까지 어디서 모일 것 등 몇가지가 더 있는 그야말로 미션 쪽지를 손에 받아들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비오는 날
 사실 흩어지기는 했지만, 비도 오고 어수선한데다, 아직 집회도 시작 전이며, 장소도 이전의 광화문 광장쪽이 아닌 청계천쪽이다보니 우리 수업 수강생반, 모르는 사람 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지난 6월 초 트위터 친구님들과의 만남을 위해 몇번 광화문 광장 쪽의 집회에 갔었던 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오늘같은 날이 참 애잔했다. 준비하는 사람도, 참가하는 사람도, 우리 수업 수강생들도 평소보다 두세배는 더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비오는 날의 모습들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것 저것 눈에 띄는 모습들을 한두컷 폰카에 담았다.(후훗 미션 3 수행 ^-^v)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 서라는 미션 1을 수행하기 위해 오늘은 아는 노래가 나와도 따라 부르지 않고, 구구절절이 맞는 말을 해도 박수도 안친다. 나는 관찰자니까.(음 뭔가 내 포지션을 오해한 것인가-_-a)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다가서기의 두려움
 다른 수강생들은 여기저기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열심히 미션 2를 수행중이다. 나는 갑자기 두 발이 땅바닥에 따악 붙어버린 것 처럼 가만히 서서, 마치 누군가와 얼음땡을 하고 있는 것 마냥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는 별별 이상한 잡생각이 흐른다.
'말 걸었는데 '이건 뭐임?'하는 무뚝뚝한 반응만 돌아오면 어떡하지?'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으면 어떡하지?'
'5분이상 10분 가까이 얘기해주는 사람도 있을까나?'
'사람들이 귀찮아 하면 어떡하지?'

사실 이런 생각 하고 있는 동안에 인터뷰를 시작했으면 열두명도 더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인터뷰라는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갑자기 온 몸에서 맥이 탁, 빠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물먹은 스폰지마냥 몸이 무거워지고, 미친듯이 배가 고파온다.

다른 수강생에게 도저히 배가고파 못 참겠다고 말하고는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민망하다. 어떻게든 인터뷰는 해야 될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사람들을 하나 둘 찬찬히 훑어보는데...

저기 멀리서 우리의 해맑은 작가님 나를 보고 반갑게 잰걸음으로 오신다!

'승현씨, 승현씨, 여기도 등록금 집회인데 저기도 등록금 집회하고 있네! 저기는 얼굴에 가면쓰고 재미있는 거 한다. 저쪽에 가보는 건 어때요?'

허억.. 강사님 저 여기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저기로 가라구요? ㅠ_ㅠ

갑자기 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전 그냥 여기가 좋은데요' 라는 아주 이상한 대답을 하고서는 진짜 밥을 먹으러 달아나버렸다. ㅠ_ㅠ


-배고픈 사람
나는 그 순간 진짜 배가 고팠던걸까, 아니면 나는 배가 고프다고 주문을 걸었던걸까.

물론 저녁은 못먹었다. 그렇다고 미션 2를 팽겨치고 농땡이를 칠 만큼 배가 고팠던걸까.

길 건너 패스트푸드에 들어와 창가를 바라보고 앉아, 그날따라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으며 다시 생각한다.

'그래, 나만 못하면 완전 챙피한거야.'
'10분 남겨놓고 가서 후다닥 속성으로 하자'
'아 이거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 도대체 뭐가 문제지?;;;;'

그래. 미션은 미션. 정말 10분 남겨놓고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시도한다.

인터뷰이 타겟팅은 '가장 우호적일 것 같은 사람'으로 한정짓고...
인터뷰의 질은 고려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해치운다.

휴. 어쨌든 미션 성공.


-관찰자가 된다는 것
자신의 현황 문제에 관찰자가 된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나 역시 재학시절 다섯번의 학자금 대출로 원금만 1,500만원, 이자는 매 학기마다 연 9%, 다섯번 받았으니.. 20년 동안 이자만 대출 총액의 45%가까이 되는 돈을 고스란히 바쳐야 하는 신세이다 보니 관찰자가 된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참 어려운 일이다.

직종을 망라하고 갖은 알바를 다 하면서 보냈던 학창시절, 그래도 타고난 천성이 4차원스럽고 좋은 동기 선후배가 주변에 많아 그 시절이 암울하지는 않았으나... 단돈 만 원에 쩔쩔매던 기억, 밥값 아껴보겠다고 도시락싸갖고 다니면서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먹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니 아직도, 여전히 나처럼 고생을 할 우리 후배님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진짜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힘겨워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줄 모른다,
정말 고생을 해보면 다른 사람들, 특히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님들은 그 고생 안했으면 싶을거다.

2011년 6월 22일 나는 여전히 학자금 대출의 압박감을 어깨에 지고 관찰자가 되는 미션도, 인터뷰를 하는 미션도, 그날의 특이사항을 찾는 미션도 내 나름으로는 완수했다.

부디 우리 사랑스럽고 귀여운 후배님들은 등록금때문에 힘들어하지 말길 바란다.
학교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은 조금 참자. 그래도 사회에 나오니 성적과 무관하게 졸업한 것만으로도 인정받더라.
아무리 돈이 궁해도 잠을 너무 조금자면서까지 알바하지는 말자. 몸이 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알바든, 강의시간이든 뭐라도 하나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자. 수십가지 알바 경험도 사회에 나오면 귀한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것 잊지말자.
지금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나중에 보상받아야 겠다는 좁은 식견은 갖지말자. 그렇게 살다보면 정말 나보다 약한 사람을 밟고 올라가게 된다.


우리 후배님들 등록금이 반값이 아니라 똥값이 되고, 덩달아 내 학자금 대출 이자도 좀 깎아주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TODAY's SPCL-
현장스케치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등장한 빨간 천막


-카메라도, 카메라 맨도 비옷을 갈아입고.. 그 앞으로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이 쪽 카메라도 벌써 비옷 다 입었다. 조금 앞쪽에는 하늘색 비옷에 우산까지 완전무장 하셨다.


-가장 고생많은 카메라. 다른 카메라들은 한자리에 서서 비맞는데 이 카메라는 뛰어다닌다. 덩달아 사람도 분주하다.



-오늘은 발전기도 비옷을 입으셨다. 일하느라 더운데 고생이 많다.



-바닥에 비닐을 길게 깔았지만 엉덩이가 젖을까봐 엉거주춤 쭈그려 앉은 한 여성, 그 심정 이해된다. 춤추는 학생들만 올곧이 비를 맞는다.


-장마비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후배님들, 이제 그 눈물 닦고 반드시 이기길 바란다.


미션 2 : 인터뷰

나의 인터뷰이 타겟팅은 '가장 우호적일 것 같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반값등록금'집회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한국대학생연합'의 한 담당자를 잠시 만났다.

(이름은 혹시 모를 불이익에 X님으로 처리, 직책도 그냥 XX국장으로 처리)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라 사회자석과 음향 콘솔은 어느샌가 빠알간 천막을 쳐놓았다. 그 빨간 천막 뒤쪽에 약간은 걱정스런 표정의 한 청년이 서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역시 수더분하게 생긴 인상에 어긋나지 않게 응해주셨다. 잠시잠깐 대화를 하는 중간에도 혹시 발생하는 불상사를 걱정하는 것인지 인상좋은 청년은 사회자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나같이 별것 아닌 사람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는 마음씨좋은 청년인 것 같다.

Q :  지금 하고 계신일은?
A :  한대련 XX국장

Q : 오늘로 촛불집회가 몇일째인가? 
A : 25일됐다.

Q : 그러면 촛불집회 첫날은 어땠는지?
A : 첫째날은 못나왔다. 둘째날부터 나오게 되었다.

미처 질문 서너가지도 다 끝내기 전에 한 참석자의 발언이 마무리되고 인상좋은 청년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인터뷰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이 청년 짜증날법도 한데 웃는 얼굴로 '그냥 다른 사람 하면 안되냐'고 하신다. 아아.. 그래도 인터뷰 시작한 이상 끝은 보고 가야하니..ㅠ_ㅠ
다시 짧디 짧은 인터뷰가 시작되고...


Q : 둘째날 처음 현장에 왔을 때의 느낌은?
A : 감회가 벅찼다. 몇년만에 이렇게 모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감이 생겼다.

솔직담백한 대답. 비록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하였는데도 희망의 불씨를 볼 줄 아는 청년의 기백이 듬직했다.

Q : 6월 10일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들었다. 그 때의 소감은 어떠했는지?
A : 이렇게 모인 우리가 촛불을 만들었다는게 감동스러웠다. 자랑스러웠다.
Q : 앞으로 장마가 시작되서 나오기 쉽지 않을텐데
A : 몸은 나오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청년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 했다. 사전에 이야기되지 않은 인터뷰였지만 질문과 대답사이의 간격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은 길었고, 청년은 내뱉는 한마디도 그냥 하는 법이 없는 신중한 사람인 듯 했다. 그런 점이 더욱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면 너무 과한 것일까. 인터뷰를 더 이어가기에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이가 영 어려보이지는 않는 청년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Q :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한다면?.
A : 틀에 갇히지 말고, 해야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
해야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한마디 말로는 이렇게 간결하지만, 살면서 얼마나 하기 어려운 일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때만 비로소 진짜 가능한 일일 듯 싶다.

이 청년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자신의 말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 가는 사람인듯 했다.
부디 바라던 바 대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나도 몸은 함께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비오는 날 고생많았던 모두에게, 우리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만.


-혹시라도 모를 불이익을 염려하여..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이 많은 좋은 수업을 소개합니다.

-누구든지 환영!


김순천 작가님 쓰신 책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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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여기까지 다 보셨다면.. 밑에 손가락 한번만 꾸욱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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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0)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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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끄러운 여자였다.

동시에 아주 뻔뻔한 여자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뭘 모르는 여자'였다.



어떤 순간에도 낯빛하나 변하지 않고 뭔가를 뚝딱뚝딱 해내기도 했고,

남들 아무도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 풀지못하는 숙제같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욕감'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수치심'이라 부르기도 했다.


뻔뻔한 여자라고 그런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묻고 싶었다.

같은 상황, 같은 시간대에 일어난 일이

너 같은 놈에게는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데

어째서 난 굴욕적인가?


그들은 답을 주지 못했다.

그냥 몰랐을 뿐이라 했다.


그러나 내 보기엔 '알고도' 그러는 놈이 더 많았다.



너는 유쾌했다.
나는 불쾌했다.

너는 기분이 좋았다.
나는 기분이 더러웠다.

너는 즐거웠다.
나는 짜증이 났다.


어째서 같은 시간 같은 상황에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인가.



아직도, 여전히 그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그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묘한 일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럽다.

가끔은 자기네들끼리도 그건 너무 심했다고 설친다.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정도의 차이와 다양한 방식으로 내 기분을 더럽게 한다.

어쩌면 죽는날까지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수치스러운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여인은 도망을 갔다.

어떤 여인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어떤 여인은 자기가 부서져라 싸웠다.

어떤 여인은 그저 울기만 했다.

어떤 여인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거둬들였다.

어떤 여인은 그냥 아무 내색안했다.

어떤 여인은 다른 여인들과 모여 앉아 뒷담화를 했다.

어떤 여인은 또 다른 여인을 위로했다.

어떤 여인은 또 다른 여인을 대신해 욕을 해주거나 싸대기를 날려줬다.

누가 가장 현명한가.



이제 다시 묻는다.

너는 정말 모르냐, 진짜 모르냐,


사실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알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나는 이제 모두가 알도록 할 것이다.
누구라도 용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래서 나를 내려놓는다.

나를 내려놓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연약함, 두려움, 불안감'을 내려 놓는 것이다.

가장 이성적으로,
가장 논리적으로,
가장 여유롭게,
가장 자유롭게.

나는 이제 그 어떤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사실 따지고 보면 동일한 요소일지도 모르는)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

나는 당당하다.

그래서 나는 강하다.

이제 시작이다. 쓰읍





-환장하게 더운 낮, 환장할 일 하나 툭툭 털어버린 여자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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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Pulmaya 사는이야기 2011. 6. 15. 20:46
이 새벽에 뜬금없이- 그냥 막 우긴다.


누가 뭐래도 네 뒷모습만큼은 내꺼.

내 기억 속 실루엣, 입체감, 원근감

그래서 그 뒷모습만큼은 내꺼.
누가 뭐래도 내꺼.


아무한테도 줄 수 없고 내가 놓지 않는 한 영원히 내 소유.

우습구나 원..


-2011. 6. 11 04:26 from 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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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강 웰메이드 자식체인지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시청률 40%를 기대한다.

오늘 드디어 황금란 이유리는 밑바닥을 드러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똑똑한 남자로 인해 개과천선 할 기회가 조금 더 빨리 온듯하다. 이제 금란이의 앞날과 선택이 기다려진다.


-금란이를 나쁜 년으로 만들어서 MBC에 득 될 것 하나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드라마에서는 '악녀' vs '여신'캐릭터가 너무 이분법적으로 나뉘면서 재미는 있지만, 드라마 장르 전체의 수준은 B급으로 떨어진 듯하다.

사회생활 하는 여자들은 이미 여기서 김이 샌다.

자기의 개인적 욕심을 위해 직장 동료를 곤경에 처하는 짓은 곧 사회생활 매장이다. 이건 성별을 불문하고 그렇다.

다른 동료 뒷담화 하는 사람, 의도적으로 일을 망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기질이 있는 사람도 사회 진출이 쉽지는 않다.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

그래서 금란이와 같은 캐릭터는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없는, 그래서 사회적 커뮤니티 형성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여성들이 자기 동족을 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도 직장생활 하는 여자는 상당히 많고, 앞으로도 법적, 제도적,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여 여자들은 더욱 더 사회생활을 할 것이다. 당장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선배들 얘기만 들어도, 남자 혼자 벌어서는 애 하나 키우기는 커녕 둘이 먹고 살기도 빠듯한 것이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사회생활을 더 많이 하는 것은, 남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닌, 남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내가 좋아라 하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청률 40%가 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할텐데, 그러려면 더 많은 일하는 여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아도 더 많은 사람들이 MBC드라마를 보는 것이 MBC드라마 발전에 좋은 일 아닌가? 부디 내가 좋아라 했던 기간의 프로그램(안녕 프란체스카와 같은)을 만들어왔던 제작진들이 더 예민하게 고민하고, 더 구체적으로 시청자 타겟팅을 하길 바란다.


-여자에게 사랑받는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코요테어글리'와 같은 작품들이 여성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남자'에 얽매이지 않고 여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반영하였던 것도 매우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주말 토요일, 일요일 8시 40분부터 한 시간이라는 이 황금시간에, 당장 월요일에 출근하려고 집에서 쉬고 있는 수많은 미혼, 기혼 여성이 열광하는 드라마. 이제는 나올 때도 된 것 같다.

여자들이 이상형으로 꿈꾸는 남자들의 요소를 고루고루 갖춘 '반짝반짝 빛나는'
이제 여자들의 롤모델로 여자를 잡아땡기자!!


-나의 소망
만약 내가 제작진이라면, 금란이의 변신을 도모하겠다.
여성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결핍'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남성에게 '결핍'이 없는 것은 아니나, 조금 요소가 다른 듯 하다.

금란이의 결핍은 조금 괜찮은 남자 송편에 의해 조금 정리된 듯하다.
'너'라서 안되는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는 '나'라서 나를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라 그냥 '다른 여자의 남자'였던 것이다.
이걸 받아들이냐 못받아들이냐가 여자의 인생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정리하고 개념화하는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금란이는 정원이가 가진 것에 대한 무한한 집착을 보인다.
당연하지, 부모가 바뀐 채 30년 가까이 못 누리고 살았으니 한정원이라는 대상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심이 형성되었다는 설정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결핍'이 어떻게 발현되느냐 하는 것은 그 여자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아니, 사회와 지구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송편의 어머니 김지영의 결핍은 아마도 '가난'이었던 것 같다.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은 같은 부부였음에도 자라온 환경과 기본 성별의 차이때문에 송편의 어머니에게 훨씬 더 강한 집착으로 발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편 어머니의 결핍과 그것을 채우려는 집착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자기 남편을 죽이고, 자기 아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여성의 결핍을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그 사회를 함께 사는 남자들의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어쨌든.. 나는 드라마에서 여성의 결핍을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은 곧 남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제 그만 그 악행을 멈추시라!

'반짝반짝'의 시청률과 앞으로의 향방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나의 성장배경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MBC드라마를 향한 내 사랑은 '여명의 눈동자'와 같은 드라마에 대한 향수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드라마 장르에 과감한 비용을 투자했던 MBC드라마가 솔직히 요즘은 어쩐지 시들한 느낌이 있다. (이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입장이므로 그냥 흘려도 된다)

문화생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일반 서민들에게 TV는 얼마나 중요한 수단이고 목적인가?
그래서 TV는 '의로운'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이렇게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나는 나와 너무도 닮은 우리 금란이가 잘됐으면 좋겠다.
못된 여자가 자기를 불행에 빠트리고, 집안을 패가망신의 길로 끌고 가는 작태는 송편의 어머니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 세대에서 끝나야 할 대물림이다.

샘많은 여자 금란이.
그래도 천성이 착한 송편 덕분에 '나'라서 안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다행이다.

아 물론 모든 남자들이 저런 역할을 해줄리는 절대 없다!!!!!!
현실 세계에서의 남자들은 그저 금란이같은 여자만 보면 그냥 쿨하게 하룻밤정도 보내고 싶어 할테니까.
극중에도 나오지 않는가? 뺀질뺀질하게 변신 하신 우리의 세자저하, 정태우군께서 상당히 낮은 수위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금란이가 송편과 정태우에게 '보기좋게' 복수하는 것은, 제 3의 인물과의 새로운 만남이다.
(물론 제작비용상 괜찮은 남자를 등장시키기 만만치 않을수도 있겠다.)
꼭 새로운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극중에는 이미 다양한 요소를 갖춘 많은 남자들이 있으니 그 안에서 어떻게 되어도 상관은 없다.

나는 우리 금란이가, 아픈 기억과 나쁜 생각을 훌훌 털고,
'감정'이 아닌 '실력'으로 정원이와 한판 승부를 벌였으면 한다.
그래서 몰라보게 달라진 금란이와 정원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송편의 표정을 한번 보고싶다.
정원이에게는 이미 송편도 있고, 대범이도 있으니 경쟁이 재미있으려면 금란이와 정원이가 '계급장 떼고', '다이다이'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작가의 성별을 모른다
'반짝반짝'의 작가 성별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시각이 왜곡되고, 편향적으로 말하게 될테니까.
사실 현실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면 성별은 그 사람을 규정짓는 일부 요소이지 전체는 아니기때문이다.

이 작품의 작가가 여성이라면, 더 이상 동족의 이상과 현실을 왜곡하는 범죄를 그만두라 말하고 싶다.
여성의 성별관도 사회에서 학습된 것이기때문에, 온전히 자기에게 유리한 방법은 아니다.
우리 할머니들이 그렇게 아들, 아들 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은 여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작품활동을 부탁하는 바이다.

이 작품의 작가가 남성이라면, 한번더 생각하는 것이 결국 본인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여자들이 더욱 더 당당하게 자기 주체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남자들도 자유로워 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미혼남성이라면 사회적으로 더 안정적인 지위와 역할을 하는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유리하고, 이미 기혼남성이라 하더라도 아내가 사회적 커뮤니티를 갖고 있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더 부담이 적을 것이다.



모든 문화는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어야 한다고 들었던 적 있고, 나도 공감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되길 바라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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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엿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는 사람이니까,

술도 될 수 없고

담배도 될 수 없고

젓가락도 될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다행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알아버려서요^^

이제는 그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향기나는 소중한 '사람' 이 될래요!

되고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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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한 젓가락이 되고 싶습니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당신과 함께하는

두 다리 늘씬한 젓가락이 되고 싶습니다.



늦은 귀가길,

출출함 달래려 종종 들르는 24시 순대국밥집 스테인리스 젓가락도 좋고,

이따금 들르는 중국집 일회용 대나무 젓가락도 그럴듯 하고요,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밥,

매번 익숙하게 함께하는 간만에 주인만난 가정용 젓가락도 흔쾌합니다.


다 늦은 오후, 무슨 일로 점심도 걸러,

허기채울 컵라면과 함께할 투박한 나무젓가락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늘씬하고 쭉 뻗은 젓가락이 되어,

당신의 두 손 안에 살포시 포개져,

매 순간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반찬과 함께,

지친 미각을 충족시키고,

온 몸을 구성할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성실하게 전달하여,

이윽고 그 몸 어딘가 한 부분이라도 이루는데 일조한다면!



가장 미약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젓가락으로 만난다면,

부디 다 쓴 일회용이라고 함부로 부러뜨리지는 말아주세요.


아, 요거 젓가락, 얄미워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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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하체(?)를 가장 많이 쓰는 매력남들의 밴드, 금관5중주 브라스밴드, 퍼니밴드 화이팅!!


벼르고 벼르던 유섭 카쉬전을 오늘에서야 보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바로 옆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 멋드러진 무대가 세워져 호기심에 앉았다가 정말 운좋게도 한번은 꼭 보고 싶었던 퍼니밴드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퍼니밴드는 클래식을 전공한 매력남들이 2001년 결성하여, 무려 1500회가 넘는 공연을 진행했다고 광화문 문화마당 '봄 별밤'페스티벌 리플렛에 소개되어 있다^^

평소에 클래식은 거의 들을 기회가 없었던지라, 씩씩한 금관악기의 음색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밤에 꽤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오늘 퍼니밴드는 씽씽씽, 윌리엄텔 서곡, 렛잇비 등 친숙하면서도 한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곡들을 선보이며, 나같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공연 처음 시작부터 아나운서와 같은 외모와 목소리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튜바를 불던 매력남께서는 마지막까지 사회보시랴, 연주하시랴 정말 고생하셨다.


-흑 죄송해요ㅠ_ㅠ 제가 넘 즐거워가지구 다 흔들려서 사진이 이렇게밖에ㅠ_ㅠ

우선 오늘 퍼니밴드의 공연을 훑어보면 이 매력남들의 최고 매력포인트는 바로 관객의 참여를 끌어내는데 헌신적이라는 것이다.


-퍼니밴드, 그들만의 리그는 없다.

일반적으로 공연이라 하면, 무대와 객석, 아티스트와 관객이 분리되어 있고,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만의 몫을 다하고 관객은 스스로 '알아서' 공연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오늘 광화문 문화마당 공연처럼 관객이 자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보는 경우 시작할때의 반응은 사실 '시큰둥'하기 마련이다. 또한 사방이 막힌 실내 공연이 아닌 무대 뒤로는 뛰뛰빵빵 차다니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고, 계단에 마련된 객석을 누구나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야외 특설무대의 열린 공연의 경우 관객의 이목을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잡아두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퍼니밴드의 공연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르익어 끝날때 쯤에는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객석이 가득찼던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관객의 참여를 만들어 냈을까??



-퍼니밴드는 온몸으로 연주한다.

대부분 악기를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은 연주에 집중해 신체의 다른 부위를 쓰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 같다.

우리의 귀염둥이 동생 씨앤블루 아우님들도 밴드공연을 하지만 춤을 추지는 않는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반적인 락밴드들도 긴머리결 날리는 헤드뱅잉 정도면 훌륭한 퍼포먼스가 된다. 그런데 우리의 퍼니밴드는 과히 온몸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상체가 아닌 하체를!!!!!! 그것도 야구선수처럼 새하얀 바지를 입은 길고 긴다리를 쭉쭉 뻗고 있다!!!!

그동안 상업가요의 빠른 비트에 익숙해져버린 탓에 클래식 악기의 정직한 리듬감은 상대적으로 루즈하게 느껴지는 2011년 대한민국의 음악계에서, 퍼니밴드는 다이아몬드 스텝, 120도 가까이 되는 발차기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궁둥이를 흔들흔들하며 관객들의 청각뿐만아니라 시각까지도 자극하고 있었다!

전혀 외설적이지 않은 하체의 움직임(?)에 자연히 관객들의 환호성과 찬사는 점입가경이 되었고... 나또한 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흐흐흐흐

단순히 젊은 남성 아티스트들의 몸놀림에 반했다면 그건 너무 본능적일테고, 이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렇게 온몸으로 연주하고 있지만 악기의 음색과 리듬,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호흡하나 흐트러짐 없이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연주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를 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1500회,1년 평균 150번 공연을 진행했던 겄을 감안하면 이틀에 하루는 늘상 공연을 해온 노련한 밴드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엠알을 틀고 노래하며 춤추는 댄스가요 애청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팀 구성원들간의 호흡을 맞췄을 것임은 예상되는바, 그것에 견주어 본다면 퍼니밴드도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끊임없는 브레인스토밍과 피나는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 추측된다. 우리 관객들이 보는 것은 단지 한 시간일테지만, 이들 매력남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퍼포먼스의 가장 클라이막스가 관객을 직접무대로 끌어올려 함께 연주했던 윌리엄텔 서곡과 기차여행 퍼포먼스였던 것 같은데 (어흑. 너무 몰입해서 사진도 못찍고..ㅠ_ㅠ), 직접 제작한듯한 바퀴모양의 소품을 하나씩 달고 등장하자마자 관객의 반응은 최고점을 찍었다! 그 바퀴가 심지어는 불도 빤짝빤짝 들어 오더라는! 아 정말 즐거웠다^^

멤버 5+1인 개개인의 온몸으로 발산되는 기질 또한 어느 한군데 빈틈없이 짜여져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전성기시절의 G.O.D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각자 주어진 역할이 명확하면서도 맛있게 비벼진 한 그릇 전주비빔밥같았다.


-퍼니밴드의 공연은 배울것이 많다.

일반적으로 공연을 보러가면 그 공연을 구성하는 세션에 대해 배울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다.
나는 오늘 퍼니밴드의 공연을 통해 초중고 12년 동안 배우지 못했던 금관악기의 역사를 배우게 되었다.

금관악기가 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트럼본은 피스톤 작용으로 소리를 내는 것도 몰랐으며,
호른의 내장(?)을 길게 펴면 4.8미터나 되어 영국 기네스북에 가장 길이가 긴 악기로 올라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트럼펫, 트럼본, 호른, 튜바 이 네가지 악기의 음색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가르쳐주시는 과정 또한 너무나 즐거웠다.
특히 가장 귀족적인 음색을 자랑하는 호른이 노래하는 '꽃을 든 남자'는 중장년층 관객의 폭발적인 환대를 받으며 공연의 분위기를 화르르 달구어 놓았다! 덩달아 나도 너무 신나버려 혼자 와서 앉아 있다는 것도 잊은채 꺄르르 환호하다 옆자리 아저씨의 시니컬한 눈총을 사버렸다는 ㅎㅎ

초,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 아이와 손잡고 오면 금관악기의 역사를 한번에 관통할 수 있는 공연, 얼마나 아름다운 교육의 장이 될 것인가!


-퍼니밴드에게 세종문화회관을 개방하라!


오늘 비록 돈도 안내고 한시간 가량의 수준높은 공연을 자알 관람해놓고 한다는 소리는, '나는 퍼니밴드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고싶다' 정도 될 것 같다.

퍼니밴드의 준비정도와 수준이라면 세종문화회관 야외 특설무대가 아닌 세종문화회관 본 공연장이 그들의 무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오퍼링, 비용을 지불한 관객들의 적극성, 이미 잘 갖추어진 퍼니밴드의 준비정도라면, 안정적인 실내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을 것이다.

가령, 금관악기의 여유로움을 바쳐주고 있는 세트드럼의 주도 하에, 조금 더 넓은 객석을 보장받은 관객들이 각자의 손에 조그마한 타악기를 들고, 심벌즈의 발 구름에 맞춰 심플한 리듬의 연주를 함께한다면, 그야말로 무대와 객석, 아티스트와 관객이 하나되는 웅장한 하모니가 나오지 않을까?

헉, 그 많은 사람이 어떻게 같이 할 수 있겠냐고? 음.. 그거야 두고봐야 알 일이겠지만, 오늘처럼 귀에 익숙한 정박의 연주곡이라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스팅'정도 되는 익숙한 곡이나, 타악기가 많이 나왔던 동요도 좋겠고, 이래저래 즐거운 한 때가 되지 않을까?+_+

오늘의 즐겁고 유쾌했던 한 시간을 선물해준 퍼니밴드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하며 마무리하기 전에 개인 소감을 조금만 덧붙인다면,
간지좔좔 트럼펫 연주로 들었던 동물농장은 지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음악이었다는 것
(특히 한시간 내내 단 한치의 빈틈도 없이 자기 역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신 것 인상적이었어요^^)
기차놀이에서 확성기로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세트드러머님,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 많으셨다는 것,
12킬로그램이 넘는 튜바연주하랴, 사회보시랴, 홍명보 선수도 울고갈 멀티플레이에서 지치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 하신 매력남님,
트럼펫 불다 마이크 잡고 노래하셔서 깜놀하게 만든 쾌남님,
G.O.D의 태우처럼 가장 안정적인 음색의 트럼본과 꿀벅지 퍼포먼스를 보여주신 훈남님,
럭셔리 호른으로도 걸판진 트로트 연주를 보여주신 쉬크남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취직해서 돈내고 볼게요^^; ㅎ


-그나마 가까이에서 좀 그럴듯하게 나온 사진. 블루스 곡 연주중인듯.


퍼니밴드 사이트 http://www.funnyb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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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SPCL


-세종문화회관 지하에서 5월 22일까지만 하고 끝나는 유섭 카쉬전, 사진은 오드리햅번인데, 난 왜 김연아가 생각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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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지금 한시간 공연보고 두시간 반째 이거 쓰고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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