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하체(?)를 가장 많이 쓰는 매력남들의 밴드, 금관5중주 브라스밴드, 퍼니밴드 화이팅!!


벼르고 벼르던 유섭 카쉬전을 오늘에서야 보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바로 옆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 멋드러진 무대가 세워져 호기심에 앉았다가 정말 운좋게도 한번은 꼭 보고 싶었던 퍼니밴드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퍼니밴드는 클래식을 전공한 매력남들이 2001년 결성하여, 무려 1500회가 넘는 공연을 진행했다고 광화문 문화마당 '봄 별밤'페스티벌 리플렛에 소개되어 있다^^

평소에 클래식은 거의 들을 기회가 없었던지라, 씩씩한 금관악기의 음색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밤에 꽤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오늘 퍼니밴드는 씽씽씽, 윌리엄텔 서곡, 렛잇비 등 친숙하면서도 한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곡들을 선보이며, 나같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공연 처음 시작부터 아나운서와 같은 외모와 목소리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튜바를 불던 매력남께서는 마지막까지 사회보시랴, 연주하시랴 정말 고생하셨다.


-흑 죄송해요ㅠ_ㅠ 제가 넘 즐거워가지구 다 흔들려서 사진이 이렇게밖에ㅠ_ㅠ

우선 오늘 퍼니밴드의 공연을 훑어보면 이 매력남들의 최고 매력포인트는 바로 관객의 참여를 끌어내는데 헌신적이라는 것이다.


-퍼니밴드, 그들만의 리그는 없다.

일반적으로 공연이라 하면, 무대와 객석, 아티스트와 관객이 분리되어 있고,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만의 몫을 다하고 관객은 스스로 '알아서' 공연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오늘 광화문 문화마당 공연처럼 관객이 자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보는 경우 시작할때의 반응은 사실 '시큰둥'하기 마련이다. 또한 사방이 막힌 실내 공연이 아닌 무대 뒤로는 뛰뛰빵빵 차다니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고, 계단에 마련된 객석을 누구나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야외 특설무대의 열린 공연의 경우 관객의 이목을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잡아두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퍼니밴드의 공연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르익어 끝날때 쯤에는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객석이 가득찼던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관객의 참여를 만들어 냈을까??



-퍼니밴드는 온몸으로 연주한다.

대부분 악기를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은 연주에 집중해 신체의 다른 부위를 쓰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 같다.

우리의 귀염둥이 동생 씨앤블루 아우님들도 밴드공연을 하지만 춤을 추지는 않는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반적인 락밴드들도 긴머리결 날리는 헤드뱅잉 정도면 훌륭한 퍼포먼스가 된다. 그런데 우리의 퍼니밴드는 과히 온몸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상체가 아닌 하체를!!!!!! 그것도 야구선수처럼 새하얀 바지를 입은 길고 긴다리를 쭉쭉 뻗고 있다!!!!

그동안 상업가요의 빠른 비트에 익숙해져버린 탓에 클래식 악기의 정직한 리듬감은 상대적으로 루즈하게 느껴지는 2011년 대한민국의 음악계에서, 퍼니밴드는 다이아몬드 스텝, 120도 가까이 되는 발차기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궁둥이를 흔들흔들하며 관객들의 청각뿐만아니라 시각까지도 자극하고 있었다!

전혀 외설적이지 않은 하체의 움직임(?)에 자연히 관객들의 환호성과 찬사는 점입가경이 되었고... 나또한 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흐흐흐흐

단순히 젊은 남성 아티스트들의 몸놀림에 반했다면 그건 너무 본능적일테고, 이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렇게 온몸으로 연주하고 있지만 악기의 음색과 리듬,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호흡하나 흐트러짐 없이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연주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를 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1500회,1년 평균 150번 공연을 진행했던 겄을 감안하면 이틀에 하루는 늘상 공연을 해온 노련한 밴드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엠알을 틀고 노래하며 춤추는 댄스가요 애청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팀 구성원들간의 호흡을 맞췄을 것임은 예상되는바, 그것에 견주어 본다면 퍼니밴드도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끊임없는 브레인스토밍과 피나는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 추측된다. 우리 관객들이 보는 것은 단지 한 시간일테지만, 이들 매력남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퍼포먼스의 가장 클라이막스가 관객을 직접무대로 끌어올려 함께 연주했던 윌리엄텔 서곡과 기차여행 퍼포먼스였던 것 같은데 (어흑. 너무 몰입해서 사진도 못찍고..ㅠ_ㅠ), 직접 제작한듯한 바퀴모양의 소품을 하나씩 달고 등장하자마자 관객의 반응은 최고점을 찍었다! 그 바퀴가 심지어는 불도 빤짝빤짝 들어 오더라는! 아 정말 즐거웠다^^

멤버 5+1인 개개인의 온몸으로 발산되는 기질 또한 어느 한군데 빈틈없이 짜여져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전성기시절의 G.O.D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각자 주어진 역할이 명확하면서도 맛있게 비벼진 한 그릇 전주비빔밥같았다.


-퍼니밴드의 공연은 배울것이 많다.

일반적으로 공연을 보러가면 그 공연을 구성하는 세션에 대해 배울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다.
나는 오늘 퍼니밴드의 공연을 통해 초중고 12년 동안 배우지 못했던 금관악기의 역사를 배우게 되었다.

금관악기가 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트럼본은 피스톤 작용으로 소리를 내는 것도 몰랐으며,
호른의 내장(?)을 길게 펴면 4.8미터나 되어 영국 기네스북에 가장 길이가 긴 악기로 올라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트럼펫, 트럼본, 호른, 튜바 이 네가지 악기의 음색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가르쳐주시는 과정 또한 너무나 즐거웠다.
특히 가장 귀족적인 음색을 자랑하는 호른이 노래하는 '꽃을 든 남자'는 중장년층 관객의 폭발적인 환대를 받으며 공연의 분위기를 화르르 달구어 놓았다! 덩달아 나도 너무 신나버려 혼자 와서 앉아 있다는 것도 잊은채 꺄르르 환호하다 옆자리 아저씨의 시니컬한 눈총을 사버렸다는 ㅎㅎ

초,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 아이와 손잡고 오면 금관악기의 역사를 한번에 관통할 수 있는 공연, 얼마나 아름다운 교육의 장이 될 것인가!


-퍼니밴드에게 세종문화회관을 개방하라!


오늘 비록 돈도 안내고 한시간 가량의 수준높은 공연을 자알 관람해놓고 한다는 소리는, '나는 퍼니밴드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고싶다' 정도 될 것 같다.

퍼니밴드의 준비정도와 수준이라면 세종문화회관 야외 특설무대가 아닌 세종문화회관 본 공연장이 그들의 무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오퍼링, 비용을 지불한 관객들의 적극성, 이미 잘 갖추어진 퍼니밴드의 준비정도라면, 안정적인 실내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을 것이다.

가령, 금관악기의 여유로움을 바쳐주고 있는 세트드럼의 주도 하에, 조금 더 넓은 객석을 보장받은 관객들이 각자의 손에 조그마한 타악기를 들고, 심벌즈의 발 구름에 맞춰 심플한 리듬의 연주를 함께한다면, 그야말로 무대와 객석, 아티스트와 관객이 하나되는 웅장한 하모니가 나오지 않을까?

헉, 그 많은 사람이 어떻게 같이 할 수 있겠냐고? 음.. 그거야 두고봐야 알 일이겠지만, 오늘처럼 귀에 익숙한 정박의 연주곡이라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스팅'정도 되는 익숙한 곡이나, 타악기가 많이 나왔던 동요도 좋겠고, 이래저래 즐거운 한 때가 되지 않을까?+_+

오늘의 즐겁고 유쾌했던 한 시간을 선물해준 퍼니밴드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하며 마무리하기 전에 개인 소감을 조금만 덧붙인다면,
간지좔좔 트럼펫 연주로 들었던 동물농장은 지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음악이었다는 것
(특히 한시간 내내 단 한치의 빈틈도 없이 자기 역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신 것 인상적이었어요^^)
기차놀이에서 확성기로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세트드러머님,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 많으셨다는 것,
12킬로그램이 넘는 튜바연주하랴, 사회보시랴, 홍명보 선수도 울고갈 멀티플레이에서 지치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 하신 매력남님,
트럼펫 불다 마이크 잡고 노래하셔서 깜놀하게 만든 쾌남님,
G.O.D의 태우처럼 가장 안정적인 음색의 트럼본과 꿀벅지 퍼포먼스를 보여주신 훈남님,
럭셔리 호른으로도 걸판진 트로트 연주를 보여주신 쉬크남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취직해서 돈내고 볼게요^^; ㅎ


-그나마 가까이에서 좀 그럴듯하게 나온 사진. 블루스 곡 연주중인듯.


퍼니밴드 사이트 http://www.funnyband.net/


퍼니밴드(Funnyband) / 가수
출생
신체
팬카페 퍼니밴드
상세보기





TODAY's SPCL


-세종문화회관 지하에서 5월 22일까지만 하고 끝나는 유섭 카쉬전, 사진은 오드리햅번인데, 난 왜 김연아가 생각났을까?;;;



***** 혹시 퍼니밴드 팬 분께서(아 저도 오늘부터 팬입니다^^;;) 이 글을 보신다면,
         밑에 다음 'view on'버튼도 한번 꾸욱 눌러주고 가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ㅎ
         저 지금 한시간 공연보고 두시간 반째 이거 쓰고 있어요 ㅎㅎ
블로그 이미지

Pulmay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