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참았다. 4월 30일 24시가 될때까지 기다려 5월 1일로 넘어가는 걸 5분도 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폰을 째려보면서 기다렸다. 이노무 지긋지긋한 4월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음같아서는 12시 땡치자마자 갈기듯이 월기를 써제끼고는 진짜 뒤도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루 참고 이틀 참았다. 겨우 목요일 저녁까지 기다렸다. 숨을 쉬었다 뱉었다를 몇 만 번 반복했다. 손톱은 5mm를 넘게 길렀다. 키보드를 치려면 한 줄에 세 번 이상은 오타가 나고 손톱이 뒤집어 질까봐 노심초사해야 한다. 이번 월기는 결국 노트북 쓰기를 포기하고 부엌에 나와 앉아 데탑을 켰다. 관리를 넘 안해서 키보드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것을 물티슈로 닦아가며 겨우 겨우 작업에 착수했다. 아마 이 손톱을 잘라내기 전까지는 월기도 길게 못쓸 것 같다. 그래봤자 다음달이겠지. 생각해보자. 어떻게 인간이 1센치가 넘는 손톱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사회생활에 지장이 될거다. 이번 달은 어떻게든 버티고 다음 달로 넘어가자.

 

4월 2주차 주말을 끼고 떠났던 생일 기념 여행은 또 4월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토요일 저녁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천만다행 몸만 안다치고 차 부서지고 돈깨지고 덩달아 마음도 다쳤다. 없는 살림에 무리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일이 꼬이려니까 아주 어렵게 됐다. 그래도 정화말대로 최악의 상황에 최선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논두렁에 처박고도 감기몸살 외에 골절 탈골 등의 외상은 없으니... 그 사고를 쳐놓고도 꾸역꾸역 차를 끌고 서울까지 올라온 나도 참... 내가 생각해도 난 독한 년이다. 불필요한데에는 오기가 있고 끈기가 부족한 이 불쌍한 중생.

 

그러고도 계속 못쉬고 발표에 중간고사에 어떻게 4월이 끝나는지도 모르게 몰아쳐왔다. 중간중간 진짜 막 울고 싶었다. 너무 힘든데 죽지 못하고 숨만 쉬고 겨우겨우 버텼다. 5월로 넘어오면 괜찮을줄 알았는데 4월의 여파로 경제적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6월되면 괜찮을까?ㅠ_ㅠ 아직 5월 이틀밖에 안지났다...

 

4월은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뭔가 만회하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개선되지 않고 개악되는 그런 못된 성질의 달이다. 앞으로 살면서는 4월은 찍소리도 않고 입 꾹 다물고 살지싶다. 천만다행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뭐 잘되길 바라지 말자. 그냥 살자. 그냥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2013년 4월에 소중한 친구를 하나 잃었다는 것이다. 10년도 더 된 친구를 하루 아침에 잃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에 남기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자. 이건 둘 중 한사람이 나쁘거나 두사람 다 나빠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답답하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가족이 죽어버린 것처럼 섭섭하고 허무하고 허전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그냥 당분간은 이 우중충함을 안고 살아야겠지.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자. 슬프고도 슬프다. 미안해 친구야. 근데 내가 너무 힘들었나봐. 할 말이 없다.

 

4월을 살아가는 일은 정말 인내심이 요구되었다. 4월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달이었다. 4월은 인내심없이 살아가기 어려웠다. 그래도 부족했다. 나 하나 태어났는데 나는 늘 4월에 많은 것을 잃는다. 그러니 내년부터는 그냥 만회하려고도 말고 힘내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살아야겠다.

 

그 밖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네일아트를 받아봤고, 눈썹과 아이라인 반영구화장을 하는 등 뭔가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미적 실천들을 옮겼는데, 여러가지 사건사고에 묻혀 크게 빛을 발하지 않는 그런 지나가는 일이 되어버렸다. 참 부질없고 덧없다.

 

5월은 좀 조용히 지나가자. 무탈하게 튼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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