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이 오신다. 봄을 무르익게 해주실 봄비님이시다. 내일까지 흠뻑 온 대지를 적시고 나면 구렛나루 옆으로 성큼 봄이 도착하겠지.

 

3월은 눈 깜빡 하고 났더니 끝이 났다. 삼일절을 끼고 휴가를 다녀오고, 대학원 개강을 하고, 수업 준비하느라 책 읽고 발표 준비 좀 하고 났더니 끝나버렸다. 다행이다. 아직 봄이 만연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니. 정신차리고 보니 봄이 끝났더라 하면 어이없고 아쉬워서 얼마나 황당할뻔 했을까. 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지난 달에 까맣게 잊고 때를 놓쳐 쓰는 바람에 이번에는 엄청 긴장했는지 주초부터 언제 쓸지 날을 잡고 있었다. 화, 수는 수업을 듣고 목, 금은 일이 있어 안정적인 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오늘 토요일 쓰기로 한 것이다. 외출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에서 재방송이나 보면서 잘 먹고, 잘 쉬고 충전하는 하루를 보냈다. 지금 글쓰는 것이 약간 어려운데, 이유는 평생 처음으로 탄신 32주년 기념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손톱을 왕창 기르는 바람에 평소 속도의 17%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 오타도 엄청 나고 불편하기 그지 없지만 돌아오는 월요일에 퇴근하고서 꼬옥 네일아트 받으러 갈거다. 평생 한 번은 해볼 수 있는거니까. 손 끝이 키보드에 닿지 않아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꾿꾿이 견디고 미션클리어 할거다.

 

뭐 별거 없이 지나간 한달이었다. 더군다나 지난달 월기를 중간에 쓰는 바람에 막 수다스럽게 쓸 얘기는 없다. 사무실 화분 분갈이를 싸악 해준게 가장 큰 일이었고, 엄마고무고무(정글에서 개명)와 치즈는 새로 싹이 올라온다. 사무실 화분들은 정말 예쁘게도 잘 자라서 출근하는 일이 즐겁다. 또 3월 말일에 심은 강낭콩에서는 뿌리가 쑤욱 내려 가슴이 콩닥거리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는 말은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식물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퇴근하고 아침에 출근하고 보면 쑥쑥 자라있다. 신기해서 팔짝팔짝 뛸 정도다. 무언가를 기르는 보람은 참 경이롭다. 그리고 나한테 뭔가를 잘 기르는 달란트가 있는 것 같다 ㅎ 앞으로도 기회되면 무엇이든 열심히 길러야겠다.

 

지난 월기에 뭘 썼고 뭘 안썼는지 기억이 안나서 폰으로 살짝 컨닝을 했다. 지난 월기를 쓴 후 그 다음 월요일엔가 만년필들이 도착했을 것이다. 총 열 자루의 만년필을 염가에 대량 구매를 했고, 그 중 두 자루는 은주 선배에게, 한 자루는 쟁의국장님에게 선물했다. 주변에 만년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만년필 쓰는 사람을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새로 산 만년필은 라미보다도 지난 휴가때 북경에서 사온 것 보다도 좀 많이 까칠하고 세필이다. 술술 잘 써지게 길이 들려면 석 달은 걸린다고 하니 인내심을 갖고 써야겠다.

 

월 중에는 편지쓰기 이벤트를 진행해서 몇 통 쓰고 한 통은 답장을 받았는데, 뭐랄까. 난 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에 대해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지레짐작하고 단정짓고 그렇지 않으면 당황하고.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와는 별개로 글쓰기가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거의 매일 네다섯 문장 정도의 일기를 쓰고, 아침에 출근해서는 간단하게 날씨와 감흥을 기록하고, 페이스북이나 싸이 미니홈피에 간단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 이제 블로그는 예전보다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감정의 정화나 정제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 같기도 하고, 조금도 주변 지인들과 공감하고 싶은 마음도 큰 것 같다. 오다가다 들를 수 있는 블로그는 그냥 접지 않고 개점휴업 정도로 이렇게 월기 정도 쓰고, 혹시라도 다른 무언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또 쓰면 될 것 같다.

 

아 며칠 전에 실리콘 부항기 12개 세트를 사서 엄마랑 나랑 너무 잘 쓰고 있다. 최근에 살이 좀 많이 쪘고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왼쪽 눈 밑에 약한 경련은 아직도 안멈춰서 사람 신경쓰게 하는데, 책을 안보면 좀 괜찮아서 속으로 막 웃고 있다. 인간이 어찌나 간사한지...

 

이번 월기는 대충 이쯤에서 마무리 해야겠다. 손톱이 키보드 틈사이로 기어 들어가고 오타가 너무나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보충할 부분은 나중에 댓글로 추가하는걸로....

 

4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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