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3년이 되었다. 2 0 1 3, 서른둘 두근두근. 그래도 설 지나고 개나리피는 삼월은 되어야 비로소 만물이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아직은 살짝 2012년 13월 같은 느낌이랄까-

지난달 월기를 쓰면서 노트북 어댑터를 사기로 했는데 게으름피우다 아직까지 못샀다. 결국 이번달 월기는 폰으로 쓰게 되었다. 돌아오는 주에는 꼭 주문해야지.

12월 둘째주 셋째주에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마치 다시는 못만날 것처럼 약속을 잡고 얼굴을 보고 밥먹고 차마시고 그러면서 보냈다. 또 한편으로는 십오년 만에 연말 카드를 만들어서 직접 주거나 우편으로 부쳤다. 답장은 딱 한 통, 정아씨로부터 받았다. 답장을 받고 못받고와는 무관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한 자 한 자 손글씨를 써내려가며 지난 인연들을 반추했다. 중학교때부터 20년을 바라보는 인연도 있고 짧게는 이제 삼년차를 바라보는 인연도 있었다. 하나같이 소중한 인연들이다. 이제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은 평생을 바라보고 함께할 인연이 될 것이다. 평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책임감이 더해진다. 어찌보면 얄팍한 나의 인생에 의미가 되어주는 사람들- 남는 건 역시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12월 첫째주에는 대학원에 합격했다. 지난달 월기를 쓸 때 합격 발표를 기다리면서 다시 한 번 굳게 마음먹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대선을 기점으로 크게 흔들린 것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공부를 하는 도중에도,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도 변수는 늘 있을 것이었다. 모르고 시작한게 아니었는데. 작은 일이건 심각한 일이건 부화뇌동 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달에도 의연해지는 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를 좀 먹으면 덜 산만하고 좀 더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 그런건 나이와 무관한 일인가보다. 남들보다 쉽지 않아도 별 수 없다. 노력하는 수 밖에-

겨울은 김장김치처럼 무르익어 가고 있다. 엄마는 경미한 교통사고가 나서 2주 정도 입원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퇴원을 했다. 별 일 없이 넘어간 연말, 또 별 일 없이 넘어온 연시. 작년 새해는 남의 나라에서 시작했고 그 전 해에는 아마 북한산 해돋이를 보러 갔었지. 크리스마스도 새해 첫날도 징검다리 휴일이어서 모두 전날 오전 근무만하고 일찍 퇴근해서 푹 잘 쉬었다. 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은미와 상민이의 아들을 보러 다녀왔다. 대선 결과때문에 무겁게 가라 앉아 있던 마음을 바로 세워 줄 희망이 필요했다. 신생아를 만나는 일은 정말 오랜만이라 두근거리고 설렜다. 때마침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기님이 식사를 시작하려다 젖병을 빼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려 버려서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잘 크리라 믿는다. 너무 감사하다.

어제는 등록도 안했는데 대학원 과모임이 있어서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낯선 사람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관계를 맺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말도 행동도 좀 조심스러웠지만 푼수 오지랖기질은 어쩔수가 없다. 영 나쁜 인상은 주지 않은 것 같았다. 나이도 어중간하고 관련업계 종사자도 아니라서 크게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관계는 내가 만들어 가는거니까. 참 오랜만에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정성들여 열심히 해야겠다. 어제부터 전공공부 예습도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책읽는 속도가 안나서 좀 어렵다. 집중력을 다시 끌어 올려야 한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서른둘이 시작되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중심을 잘 지키며 하나 둘 준비해 나아가야겠다. 동지도 지나고 새해도 시작되어 벌써 겨울이 훌쩍 지나버린 느낌이지만 몇번 더 찾아올 한파와 담담하게 대면하면서 수선떨지 않고 할 일을 해야 하겠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크게 놀라울 일도 없고 새로울 일도 없어지는 것이 좀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지만- 맨날 예능에 서스펜스로만 살면 골병들겠지. 당분간은 다큐로 살자. 2013. 이천십삼. 익숙해지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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