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참 빠르게 지나갔다. 한 주가 시작되었다 싶으면 어느새 목요일, 금요일을 지나 주말이 다가왔다. 첫째주 같은 둘째주를 시작으로 여섯주가 쉴 새 없이 지나가버렸다. 해도 함께 짧아져 퇴근길 하늘 빛이 노랗다 빨개지더니 하얘지고 푸르스름해지더니 다시 까매졌다. 그렇게 3/4분기가 막을 내렸다.

 

주말마다 일정이 빼곡히 들어 앉아 버리는 시간도 없이 알차게 보낸듯 하다. 지난 15일에는 한양대에서 윤민석음악회가 있었고 100인 합창단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무대였을 그 무대에 올랐다. 혼자 준비하고 혼자 축하한 은퇴무대였는데 생각보다 떨지 않고 잘 마쳤다. 그렇게 가사를 외웠는데도 결국 본무대에서는 군데군데 가사를 잊어버렸다. 역시 나는 무대 체질이 아니었다. 22일 토요일에는 못갖마 후배 효인이가 시집을 갔다. 지난 3월에 청도에서 남편되실 분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훠궈를 얻어먹었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송도까지 결혼식에 다녀왔다. 모처럼만에 후배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는 후배들 결혼식에는 그냥 부조만 하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왠지 후배 결혼에 가는 것이 실없는 언니가 되는 것 같아 축하만 잘 하기로 했다. 남자 후배는 더더군다나 가지 않는 것이 맞겠다.

 

추석을 앞두고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명절 선물을 챙겨받으면서 집에서도 면이 섰다. 따지고 보니 직장에서 명절을 챙겨받은 것이 일년이 넘었다. 앞으로 얼마나 명절 선물을 챙겨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만큼은 그냥 감사한 마음 갖기로 했다.

 

나이가 먹으면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들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더디고 더디다가 어느새 뒤돌아보면 훌쩍 흘러있던 시간에 조금은 숙연해졌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또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없다. 그 때의 수준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던 거라고 자족해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겠지. 뒤를 돌아보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앞으로 나아갈 때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는 시간은 아까워 하지 않기로 했다. 돌아볼만큼은 충분히 돌아보았다. 이젠 앞으로 시선을 두고 주변을 잘 살펴야겠다.

 

8월 초에 오랜만에 연락이 된 윤정이의 청첩장이 9월을 거쳐 오늘에서야 받게되었다. 그무렵 수진이도 날을 잡았다. 04년 어학연수 후 귀국해서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연락 잘 하지 못하고 살아도 결혼식때는 챙겨주자 했던 게 참 까마득하면서도 엊그제같은데 '그 날'이 오게된 것이다. 친구들이 잘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이제는 경조사가 아니면 얼굴 볼 시간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런게 사람사는 모습인가 싶다.

 

특별히 다르지 않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슬슬 걸어 퇴근을 하다보면 매일이 다르다. 가게 이름도, 사람들의 표정도, 지나가는 차도 매일이 다르다. 이런 느낌이 지겨워질때도 오겠지. 요즘은 채 노랗게 익지도 않은 은행나무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은행을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곧 있으면 찬바람에 코끝이 시리고 걸어서 퇴근하는 일도 버거워지겠지.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걷자.

 

지나고보니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항상 수습만 하다가 지쳐버린 일들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앞을 대비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재에 발맞춰 살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아가야겠다. 연말까지는 너무 조급해지지 말자.

 

최근에 다시 고개를 든 책 사는 습관은 조금 절제해야겠다. 우선 책을 사면 다 볼 때까지 다른 책은 사지 않는다. 이것만은 꼭 지키자.

 

2012년 4/4분기가 시작되었다. 시간을 잘 쓰는 법과 조금 더 건강해지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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