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11월에서 12월로 넘어왔다. 어제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는데 아직도 가을이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눈내리는 가을. 11월은 초입부터 정신이 좀 없었다. 지난 월기를 어수선하게 써내린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이번 달은 좀 차분하게, 간결하게, 정갈하게, 단조롭게 쓰고 싶다.

 

컴퓨터가 맛이 갔다. 어댑터 연결 부위가 엉망인 것을 계속 방치하고 있었던 탓이다. 미루지 말고 새로 하나 구입을 해야겠다. 아직은 쓸만한데. 사람도 기계도 그 무엇도 '관리'를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써야겠다.

 

11월의 토픽은 단연 건반 구입. 빼빼로데이를 맞이하야 꼬꼬마 49건반을 하나 장만했다. 한 열흘정도 열심히 쳤는데 이런 저런 일정으로 한동안 손을 못댔다. 12월에는 틈틈이 두들겨 주어야지.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자기를 아껴주는지는 귀신같이 알아챈다. 신기한 일이다. 누가 보고 안보고에 구애받지 않고 제대로 살아야 할 이유인 것이다.

 

11월 막판에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구체적 내용은 다음 월기에 적기로 한다. 2년을 고민하고 반년을 망설이던 일이었는데 반나절 고민하고 결정한 후 집행했다. 결정적 순간은 찰나니까. 아직은 무엇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사실 엄두가 나지 않고 좀 두렵지만 그래도 결정한거니까 간다. 본격적인 시작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충분히 쉬고 놀란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묵은 인연을 정리하고 되살리고 그런 시간들이었다. 어떤 이는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어 주었고 어떤 이는 시큰둥했다. 그래도 다 소중한 인연이다. 몇 년 만에 만나 연락하고 의견을 묻고 결정에 도움을 받는 일도 있었고, 설마 나를 기억할까 싶어 먼저 연락하지 않았는데 잊지않고 기억해 준 이도 있었다. 이것도 잘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물망처럼 얽히고 섥힌 인연들이 언제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말 한마디 글 한 줄에도 신중하고 조신해야 할 것이다.

 

얼굴 교정기는 한동안 끼지 못했다. 피부관리를 좀 마무리 해놓고 다시 할 것이다. 피부는 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믿는다. 아직까지는 퇴근하고 걸어다닌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이것도 버거워지겠지. 할 수 있을 때 잘 하자.

 

어느 순간부터 더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진 대신에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서서히 찾고 있다. 뒤만 돌아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앞을 봐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온다. 앞을 보기 시작하면 뒤돌아볼 틈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바쁘지 않게 차분히 갈 것이다. 이제 지난 10년을 통해 얻은 교훈들을 앞으로 10년에 실천 적용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더위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추위는 사람을 한없이 위축시킨다. 어느 것이 더 나쁘다 할 수 없겠지만 그 성질을 잘 알고 의연하게 대처해야겠다. 의연함. 요즘 내가 훈련해야 할 덕목이다.

 

지나고 보니 이맘때 한국에 있는게 3년 만이다. 재작년에는 파리에 있었고 작년에는 네팔에 있었으니 3년 만에 맞는 한국의 12월 첫째주가 따뜻할 리 없다. 그 당시 낯선 곳이 주는 의외의 안정감에 오히려 잠도 잘 자고 잘 먹었던 것 같다. 구름 위의 햇살과 편안함을 되새김질 하며 차분해지자. 앞으로 당분간은 해외에 나갈 일이 없을테니 기억을 잘 간직하는 수 밖에 없다.

 

머리는 당분간 2년 정도 기를 것이다. 30대 중반이 되면 흰머리가 생길테니 이 시기를 지나면 머리를 못기를 것 같다. 인내심을 가지고 머리를 길러보자.

 

향후 2년의 운명이 곧 결정된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자. 열심히도 살고 잘 살자.

잘 할거라 믿자.

 

하고 싶은 말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웬만큼 했으니 이제 말수도 줄여보자. 출력을 줄이고 입력을 풍부하게 하면서 조금 더 성숙해지자. 세상 만물 예열은 필요하다. 잘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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