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반이나 월기를 작성하지 못했다. 9월 말엔 10월 마치고 쓰려했고, 10월 말엔 또 11월 말에 쓰려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2년만인가. 백수의 신분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아마 백수로 맞이하는 마지막 새해가 되지 않을까싶지만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니 그냥 받아들이자.

두달 하고도 일주일. 정신없고 어수선했던 다른 세계 여행이 끝났다. 머뭇머뭇 망설이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싶지 않았다. 산만했지만 역동적이었고 오래 할 수는 없었지만 잠시는 괜찮았다. 매일 저녁 지척에 집이 있건만 저녁 한 번 제대로 집에서 먹지 못했다. 주말에도 마음이 불안했다. 일과 사생활이 분리가 안됐다. 회사는 좋았을까? 난 잘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소소한 즐거움과 설레는 순간은 있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큰 유리창을 마주하고 혼자 감상에 젖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심란했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야심하여도 퇴근엔 기약이 없었고 저 멀리 죽 늘어선 홍등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최선은 무엇일까.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심장의 여러군데가 콩닥거렸다. 아 왜이러지. 어쨌든 계속 그렇게 살다간 병들 것 같았다. 여러 사람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둔다. 다시 꺼내어 부를 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무딘 사람이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생각해도 무엇이 끌려가듯 내 인생에서 두달이 토막으로 잠시 어딘가에 다녀온 느낌이다. 이십대의 어느 지점으로 잠시 보내졌다가 그것을 인지하고는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 그런 상태인듯하다. 바빴지만 매일 콧노래를 불렀고 있는 애정 없는 정성을 다 쏟았다. 정을 붙이려고 노력했다.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는 살았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살아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나이가 든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어차피 내년에도 또 나이를 먹을테니 그냥 받아들이고 살자.

아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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