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살 만큼 부자 사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 좋은 일에 겉으로는 웃으면서 내심 속이 꼴리는 못난 내 심사가 영 마뜩잖았다.

부러움과 시기, 질투로 가득 찬 내 스스로의 별 볼 일 없음과 대면했던 순간들이 태풍과 함께 슬라이드 사진처럼 샤샤샥 지나가면서 비로소 '해방감'이란 것을 맛보는 그야말로 폭풍성장 아니, 태풍성장의 시기.

모처럼 비 갠 밤하늘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별님이 영롱하고, 나 역시 흑막을 덮어 쓰고 쑥쑥 키자랑을 하는 노오란 콩나물처럼 훌쩍 자라있을 내일이 기다려진다.

찬바람이 불면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는 막연한 낙관을 가지며, 하루 이틀쯤은 믿고싶은 것을 믿고자 하는 속물이 되어도 좋겠다.

스물에서 서른으로 넘어오는 통과의례의 종착역을 알리는 기관사의 낮은 음성이 들려온다.

"이번 정차할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서른', '서른'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당신이 원하는 문입니다. 남겨 두실 상처와 아픈 기억은 두고가셔도 괜찮습니다. 두고 내리시는 개념없이 한 분도 빠짐없이 내리시기 바랍니다. 우리 열차는 차고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열차입니다. '어른'행 열차를 타실 분은 이번 역에 내리셔서 다음 열차로 갈아타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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