謹弔

Pulmaya 사는이야기 2012. 11. 7. 11:42

아침부터 누구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문자가 온다. 사무실에 출근해보니 누구 부장 장모도 돌아가셨다고 한다. 오늘은 초상이 두군데서 났다. 지난주 누구 과장 장인도 돌아가시더니 이번 달은 월초부터 줄초상이야. 근데 어찌 다들 사위 명예퇴직 하는 거 알고 그렇게들 돌아가시는지. 우리 와이프 출산이 막달이라 저는 좀 가기 그래서요. 어른들도 가는거 아니라고 하시고요.. 야 그래도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가긴 가야지. 그나저나 내일 인사개편 설명회는 어떡할거야. 뭐 사위는 상주도 아니고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그래도 발인이 금요일 새벽인데 왔다 가라하기 좀 그렇잖아요.

 

 

딱 사 년 전 이맘때 시아준수를 좋아하던 윤정이 언니가 거짓말처럼 죽었다. 죽기 보름 전부터 00언니는 윤정이 언니가 많이 아파서 중환자실에 있다며 병문안 한 번 가야하지 않겠냐고 최소 세 번은 물었던 것 같은데. 그땐 등신같이 잘 알지도 못하고 중환자실에 있으면 면회하기 어렵다던데 그냥 좀 호전되서 일반실로 옮기면 한 번 보러 가자 했고.

 

병문안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나는 싸대기를 한 대 심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언니의 자극적인 목소리와 섹시한 미소에 구타당했고 우리의 사이가 깊지 않았던 탓인지 화장터까지 따라 갔는데도 눈물도 펑펑 나오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하나였는데 우리는 둘을 잃었다. 뱃속의 아이가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는걸 처음 알았고 온몸에 서늘하게 소름이 쫙 끼쳤다.  

 

 

아니 지병이 있으셨나 어찌 그리 돌아가셨대. 당뇨가 있으셨대요. 15년 정도 됐는데 합병증이 왔나봐요. 아니 우리 엄마는 당뇨병 앓은지 20년이 넘었는데. 이제 일흔 조금 넘으셨는데 한 두 달 반 석 달 반 정도부터 안좋으시더니 한 달 전부터는 앉지도 못하셨대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도 당뇨 20년 앓았는데 팔십넷이 넘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오늘 立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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