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Pulmaya 머릿속 2012. 5. 14. 00:29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는 아니지

꽤 오랫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죄인이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는 그렇지 못하냐고 독하게 괴롭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데 왜 너는 나를 사랑하냐고. 징그럽다고. 그만하라고.

나의 사랑은 추하고 비뚤어진 것이었다.

어느 순간 그것을 내려놓고 깊고 긴 고민에 들어간다. 사랑은 뭘까? 사랑하면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요소
신경쓰임
보고싶음
배려
고운말
의리
양보

꽤 오랜 시간 끝에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지난 날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1번과 2번 까지만 해당되는 '감정'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충격이다.

그리고 다시 곰곰이 따져본다.

신경쓰임
보고싶음
배려
고운말
의리
양보

이 기준대로라면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된다. 물론 불완전하지만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긴하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태어나서 처음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이 안된다.

그러나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산다고 했다. 나는 네가 사는 그 세계는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보기 겁났다. 진짜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는 아니지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참 서글픈일이다. 밤새 펑펑 울고 싶을 뿐이지만 그냥 훌쩍이며 자리에 눕는다.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오늘 부로 죄인들은 모두 사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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