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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독

카테고리 없음 2024. 5. 7. 01:09

나흘의 연휴 내내 잤다. 밤에 충분히 자고 늦잠을 자고 다시 낮잠을 자고 초저녁 짧게 잠들었다가 다시 밤이되었고 잘 시간이 되면 또 잤다. 이 정도 자면 잠이 안올 법도 한데 계속 잠이 왔다. 진짜 서울 사람들은 잠온다는 말은 쓰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무늬만 서울사람이라 그런가 졸리다는 말 보다 잠온다는 말이 더 잘 맞는다.

연휴 사흘 째 밤이었다. 아주 오래 전 여행갔던 곳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당시에는 뭔가 삶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갔던 낯선 나라 낯선 곳이었는데 이제는 사진 한 장처럼 장면으로 남아있다. 몇년을 묵힌 여행의 피로감을 이제야 걷어내는 과정인가. 자고 또 잤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낯선 곳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없어진지 꽤 됐고 여행을 가고싶다는 생각도 없다. 그동안 충분히 축적된 경험 덕에 여행 프로그램만 보아도 낯선 곳에서 돌아다니는 피로감이 느껴진다. 상상력이 풍부해진만큼 새로운 것은 없다. 쉬는게 최고야.

나흘 동안 알차게 잘 쉬었다. 아주 쉴 수 있을만큼 충분히 늘어지게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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