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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개정안에 대한 토론 요청이 있는지 확인해주십시오."
"강령개정안에 대한 토론 없습니까?"
"그러면 바로 표결해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의사 진행 발언 있습니다."
"그러면 강령개정안 심의 의결에...."
"의사 진행 발언 있습니다."
"의사 진행 발언 들어주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진행요원께서는 의사 진행 어떤 의사진행인지 확인해주십시오."
"빨리 확인해 주십시오."

 

"회의 성원에 상당한.... 문제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마이크 꺼주세요. 마이크 꺼주세요."

 

"자 강령개정안에 대한 반대있습니까 여러분?"

"그러면 '만장일치'로 가결할까요?"
"자 강령개정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땅땅땅"

 

 

2012년 5월 12일 일산 킨텍스, 민주주의 사망일로 선언합니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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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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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일기예보에서는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낭랑하다.

6월 22일 오늘은 매주 수요일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 오늘은 특별히 야외수업으로 '반값등록금' 집회 현장에서 인터뷰 실습을 하는 날이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수업은 벌써 한달이 지났고, 수강생들과도 어느 정도 안면을 익혀 수업에 출석하는 것 자체로도 큰 즐거움이 되었다. 야외 수업인데 비는 우중충하게 내리고, 이따금 바람이 불어 우산은 쓰나마나였지만 그래도 처음 있는 야외수업이라 그런지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조금은 즐거운 표정들이다. (비오는 통에 함께 수업듣는 수강생 분들 얼굴 한장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군ㅠ_ㅠ)

드디어 우리 수업의 인자한 강사님이시자 르뽀 작가님이신 김순천 작가님 등장!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레스코드 블랙을 철저하게 지킨 안녕 프란체스카 컨셉에, 화룡정점으로 까만 구두속에 하얀 양말을 버선처럼 곱게 신으시고, 인도풍의 하늘거리는 실크 질감의 바지까지 입으셨다. 아, 이 모습은 흡사 디즈니 만화 '알라딘'에서 방금 나오신 듯한 재스민 공주님의 모습 아니신가! (함께 상상해 보아요^^)

-오늘의 미션!


-집에까지 고이 모셔온 미션 쪽지! 후훗 누가보면 러브레터인줄 오해할지도 ㅎ

우리의 인자한 김순천선생님께서 밤새 수십장을 고이 접어 '자 선물'하시며 손에 꼭 쥐어주신 미션 쪽지, 하마터면 진짜 러브레터인줄 알고 집에 와서 몰래 읽을뻔 했다!

자 그럼 오늘의 미션 개봉박두, 두둥

오늘의 미션
1. 오늘은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 선다.

2. 한 사람 이상 반드시 인터뷰 한다.

3. 주위 분위기, 사건, 물건 등 4개 이상 기록하되
   2개정도는 평범한 것이 아닌 특별한 점을 찾아낸다.

4. 현장언어를 써서 기록한다.
   -정확한 용어, 단어, 생동감있는 문장

이 외에도 몇시까지 어디서 모일 것 등 몇가지가 더 있는 그야말로 미션 쪽지를 손에 받아들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비오는 날
 사실 흩어지기는 했지만, 비도 오고 어수선한데다, 아직 집회도 시작 전이며, 장소도 이전의 광화문 광장쪽이 아닌 청계천쪽이다보니 우리 수업 수강생반, 모르는 사람 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지난 6월 초 트위터 친구님들과의 만남을 위해 몇번 광화문 광장 쪽의 집회에 갔었던 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오늘같은 날이 참 애잔했다. 준비하는 사람도, 참가하는 사람도, 우리 수업 수강생들도 평소보다 두세배는 더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비오는 날의 모습들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것 저것 눈에 띄는 모습들을 한두컷 폰카에 담았다.(후훗 미션 3 수행 ^-^v)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 서라는 미션 1을 수행하기 위해 오늘은 아는 노래가 나와도 따라 부르지 않고, 구구절절이 맞는 말을 해도 박수도 안친다. 나는 관찰자니까.(음 뭔가 내 포지션을 오해한 것인가-_-a)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다가서기의 두려움
 다른 수강생들은 여기저기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열심히 미션 2를 수행중이다. 나는 갑자기 두 발이 땅바닥에 따악 붙어버린 것 처럼 가만히 서서, 마치 누군가와 얼음땡을 하고 있는 것 마냥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는 별별 이상한 잡생각이 흐른다.
'말 걸었는데 '이건 뭐임?'하는 무뚝뚝한 반응만 돌아오면 어떡하지?'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으면 어떡하지?'
'5분이상 10분 가까이 얘기해주는 사람도 있을까나?'
'사람들이 귀찮아 하면 어떡하지?'

사실 이런 생각 하고 있는 동안에 인터뷰를 시작했으면 열두명도 더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인터뷰라는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갑자기 온 몸에서 맥이 탁, 빠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물먹은 스폰지마냥 몸이 무거워지고, 미친듯이 배가 고파온다.

다른 수강생에게 도저히 배가고파 못 참겠다고 말하고는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민망하다. 어떻게든 인터뷰는 해야 될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사람들을 하나 둘 찬찬히 훑어보는데...

저기 멀리서 우리의 해맑은 작가님 나를 보고 반갑게 잰걸음으로 오신다!

'승현씨, 승현씨, 여기도 등록금 집회인데 저기도 등록금 집회하고 있네! 저기는 얼굴에 가면쓰고 재미있는 거 한다. 저쪽에 가보는 건 어때요?'

허억.. 강사님 저 여기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저기로 가라구요? ㅠ_ㅠ

갑자기 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전 그냥 여기가 좋은데요' 라는 아주 이상한 대답을 하고서는 진짜 밥을 먹으러 달아나버렸다. ㅠ_ㅠ


-배고픈 사람
나는 그 순간 진짜 배가 고팠던걸까, 아니면 나는 배가 고프다고 주문을 걸었던걸까.

물론 저녁은 못먹었다. 그렇다고 미션 2를 팽겨치고 농땡이를 칠 만큼 배가 고팠던걸까.

길 건너 패스트푸드에 들어와 창가를 바라보고 앉아, 그날따라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으며 다시 생각한다.

'그래, 나만 못하면 완전 챙피한거야.'
'10분 남겨놓고 가서 후다닥 속성으로 하자'
'아 이거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 도대체 뭐가 문제지?;;;;'

그래. 미션은 미션. 정말 10분 남겨놓고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시도한다.

인터뷰이 타겟팅은 '가장 우호적일 것 같은 사람'으로 한정짓고...
인터뷰의 질은 고려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해치운다.

휴. 어쨌든 미션 성공.


-관찰자가 된다는 것
자신의 현황 문제에 관찰자가 된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나 역시 재학시절 다섯번의 학자금 대출로 원금만 1,500만원, 이자는 매 학기마다 연 9%, 다섯번 받았으니.. 20년 동안 이자만 대출 총액의 45%가까이 되는 돈을 고스란히 바쳐야 하는 신세이다 보니 관찰자가 된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참 어려운 일이다.

직종을 망라하고 갖은 알바를 다 하면서 보냈던 학창시절, 그래도 타고난 천성이 4차원스럽고 좋은 동기 선후배가 주변에 많아 그 시절이 암울하지는 않았으나... 단돈 만 원에 쩔쩔매던 기억, 밥값 아껴보겠다고 도시락싸갖고 다니면서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먹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니 아직도, 여전히 나처럼 고생을 할 우리 후배님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진짜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힘겨워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줄 모른다,
정말 고생을 해보면 다른 사람들, 특히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님들은 그 고생 안했으면 싶을거다.

2011년 6월 22일 나는 여전히 학자금 대출의 압박감을 어깨에 지고 관찰자가 되는 미션도, 인터뷰를 하는 미션도, 그날의 특이사항을 찾는 미션도 내 나름으로는 완수했다.

부디 우리 사랑스럽고 귀여운 후배님들은 등록금때문에 힘들어하지 말길 바란다.
학교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은 조금 참자. 그래도 사회에 나오니 성적과 무관하게 졸업한 것만으로도 인정받더라.
아무리 돈이 궁해도 잠을 너무 조금자면서까지 알바하지는 말자. 몸이 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알바든, 강의시간이든 뭐라도 하나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자. 수십가지 알바 경험도 사회에 나오면 귀한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것 잊지말자.
지금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나중에 보상받아야 겠다는 좁은 식견은 갖지말자. 그렇게 살다보면 정말 나보다 약한 사람을 밟고 올라가게 된다.


우리 후배님들 등록금이 반값이 아니라 똥값이 되고, 덩달아 내 학자금 대출 이자도 좀 깎아주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TODAY's SPCL-
현장스케치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등장한 빨간 천막


-카메라도, 카메라 맨도 비옷을 갈아입고.. 그 앞으로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이 쪽 카메라도 벌써 비옷 다 입었다. 조금 앞쪽에는 하늘색 비옷에 우산까지 완전무장 하셨다.


-가장 고생많은 카메라. 다른 카메라들은 한자리에 서서 비맞는데 이 카메라는 뛰어다닌다. 덩달아 사람도 분주하다.



-오늘은 발전기도 비옷을 입으셨다. 일하느라 더운데 고생이 많다.



-바닥에 비닐을 길게 깔았지만 엉덩이가 젖을까봐 엉거주춤 쭈그려 앉은 한 여성, 그 심정 이해된다. 춤추는 학생들만 올곧이 비를 맞는다.


-장마비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후배님들, 이제 그 눈물 닦고 반드시 이기길 바란다.


미션 2 : 인터뷰

나의 인터뷰이 타겟팅은 '가장 우호적일 것 같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반값등록금'집회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한국대학생연합'의 한 담당자를 잠시 만났다.

(이름은 혹시 모를 불이익에 X님으로 처리, 직책도 그냥 XX국장으로 처리)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라 사회자석과 음향 콘솔은 어느샌가 빠알간 천막을 쳐놓았다. 그 빨간 천막 뒤쪽에 약간은 걱정스런 표정의 한 청년이 서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역시 수더분하게 생긴 인상에 어긋나지 않게 응해주셨다. 잠시잠깐 대화를 하는 중간에도 혹시 발생하는 불상사를 걱정하는 것인지 인상좋은 청년은 사회자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나같이 별것 아닌 사람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는 마음씨좋은 청년인 것 같다.

Q :  지금 하고 계신일은?
A :  한대련 XX국장

Q : 오늘로 촛불집회가 몇일째인가? 
A : 25일됐다.

Q : 그러면 촛불집회 첫날은 어땠는지?
A : 첫째날은 못나왔다. 둘째날부터 나오게 되었다.

미처 질문 서너가지도 다 끝내기 전에 한 참석자의 발언이 마무리되고 인상좋은 청년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인터뷰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이 청년 짜증날법도 한데 웃는 얼굴로 '그냥 다른 사람 하면 안되냐'고 하신다. 아아.. 그래도 인터뷰 시작한 이상 끝은 보고 가야하니..ㅠ_ㅠ
다시 짧디 짧은 인터뷰가 시작되고...


Q : 둘째날 처음 현장에 왔을 때의 느낌은?
A : 감회가 벅찼다. 몇년만에 이렇게 모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감이 생겼다.

솔직담백한 대답. 비록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하였는데도 희망의 불씨를 볼 줄 아는 청년의 기백이 듬직했다.

Q : 6월 10일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들었다. 그 때의 소감은 어떠했는지?
A : 이렇게 모인 우리가 촛불을 만들었다는게 감동스러웠다. 자랑스러웠다.
Q : 앞으로 장마가 시작되서 나오기 쉽지 않을텐데
A : 몸은 나오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청년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 했다. 사전에 이야기되지 않은 인터뷰였지만 질문과 대답사이의 간격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은 길었고, 청년은 내뱉는 한마디도 그냥 하는 법이 없는 신중한 사람인 듯 했다. 그런 점이 더욱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면 너무 과한 것일까. 인터뷰를 더 이어가기에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이가 영 어려보이지는 않는 청년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Q :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한다면?.
A : 틀에 갇히지 말고, 해야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
해야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한마디 말로는 이렇게 간결하지만, 살면서 얼마나 하기 어려운 일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때만 비로소 진짜 가능한 일일 듯 싶다.

이 청년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자신의 말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 가는 사람인듯 했다.
부디 바라던 바 대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나도 몸은 함께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비오는 날 고생많았던 모두에게, 우리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만.


-혹시라도 모를 불이익을 염려하여..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이 많은 좋은 수업을 소개합니다.

-누구든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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