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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풀으면 좋아해
머리 묶으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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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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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사실 우리가 여러모로 가깝게 지내고 자주 연락을 하던 시기와 관계일때에는 '누구'야. 하고 부를 일이 있었던가

그 때 그 누구가 나를 '누구'야. 하고 불렀을 때(그것도 문자나 메시지로 말이지. 육성으로도 아니고)

난 참으로 그 '누구'인 내 이름이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손에 달랑달랑 들려 쓰레기분리수거대에서 툭, 하고 던져버리듯

내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시발 니가 뭐라고 감히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그랬던 관계는 퇴색하고

나도 이따금 누구의 이름을 '누구'야 하고 불러보니

그때의 너희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누구'야 하고 부르게 된 것은 태어나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였는데,

내가 사실은 누군가를 '누구'야 하고 부를 정도로 누군가에게 애정이나 우정이나 욕정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누군가를 '누구'야 하고 부를만한 관계가 성립되지 못한 조건 탓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이제 와서야 누구를 '누구'야. 하고 불러보았는데

그것도 그 누구를 다정하게 불렀던 것이 아니라 다그치거나 종용하기 위해, 또는 각성시키거나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어쨌든 유목적적인 '누구'야는 '누구'를 감동시키지 못했고

이제는 맹목적으로 '누구'야 호명하고싶지만

다시 한 번 너의 뒷통수에 대고 '누구'야 부르면 그건 곧 잘 살아있는 너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려버리는 것만 같아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쓰레기가 되어서는 안되지
너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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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오면 당신이 오실까

봄 와도 당신은 안오실까

봄은 어김없이 오고

당신은 인연대로 오고


그래도 봄 오면 좋겠네


아직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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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 전에

웬 남자와 X요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며칠 전 부터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

뭘 먹을까
무슨 얘기를 할까

X요일이 되었다

오전이 지나고 점심 때가 지나고 오후가 지나고 저녁 때가 다 되었는데 이 남자 문자 한 통 없어

부글부글 끓는 마음 이를 악 다물고 기다렸지만 끝끝내 연락이 없어

졸지에 밥도 굶고 욱하는 마음 참다 참다 밤 열 시가 다 되어 결국 천불을 참지 못하고 연락을 한다

'진짜 너무하시네요. 오늘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왜 연락을 안하세요?'

'무슨 소리야. 나 지금 밥도 못먹고 연락언제 오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연락 안했어?'

아이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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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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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에 있어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운 것이나
이역만리에 있어서 못만나는 것이나
이래나 저래나 못보기는 매 한가지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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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오전이 지나가고

점심을 먹고

양치를 했다

 

사각사각 삭삭삭삭 나름 열심히 꽤 공을 들여서 정말 최선을 다해 양치질을 했다

양치질도 이렇게 정성들여 할 수 있구나

 

하얗고 묽게 힘이 빠진 거품을 툭 뱉었다

오물오물 꼬록꼬록 물로 헹궈냈다

가륵가륵 한 번 더 헹궈냈다

아그르르 또 한 번 더 헹궜다

 

그런데도 아직 개운치가 않아

 

시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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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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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드실래요

버얼건 대낮에 시청광장이 훤히 보이는 덕수궁 입구 던X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 먼치킨 조금

여기가 어떤 곳이냐면 그러니까 서울이라고 드디어 서울이구나

전날 밤 잠을 설쳐 약간의 두통이 함께 했는데
전날 밤 잠을 못 잔 것도 아닌 나는 두통은 없었지만 약간의 흉통이 느껴졌다

부석사 얘기를 했다
부석사는 여름도 좋지만
복사꽃 피는 봄에도 참 좋고
하얀 눈 소담스레 겨울도 참 좋다고
참 좋다고 참 좋다고 웃었다

아마 오후 두 시에서 세 시 사이였을테니
그렇게 앉아 있어도 남들 눈 하나 부끄러울 것 없지
부끄러울 일이 뭐가 있겠어
그저 부석사가 참 좋다 맞장구만 쳤는데

여름이었는데 따뜻했다

아 그랬네
하나도 안덥고 따뜻했네
파 란 하늘이 따뜻했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넛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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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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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숨만 쉬어도 목덜미로 땀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리던 무더운 지난 여름에 올 겨울에는 꼭 요놈의 귤들을 죄다 씹어먹어버리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선뜻 귤을 볼 낯이 없었고 막상 귤과의 대면에서 번번히 눈을 내리깔고 뒷걸음치기 일쑤였다. 귤을 씹어먹긴 개뿔. 손끝이 시려 껍질도 제대로 까지 못하고 정작 한조각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기라도 하려고 하면 어금니 속을 파고드는 차디찬 과즙의 냉정함때문에 금세 후회가 밀려들곤 했다.

이제 조금 정신이 든다. 귤은 그저 귤일뿐이며 너와 난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착착 너의 껍질을 까내고 아삭아삭 너의 육질을 씹어가며 꼴깍하고 너의 과즙을 목구멍으로 넘길 순 있어도 너는 나에게 종속되지 않으며 나 또한 너에게서 분리되어 있음을. 식도를 지나 내장을 거쳐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신진대사의 과정을 통해 너는 잠시 나를 거쳐가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의 피가되고 살이되며 맑은 향기로 나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며 조막만한 너의 희생정신으로 이 겨울이 상큼해진다.

이제 수시로 귤을 먹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요즘같이 발달된 세상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사시사철 귤을 만날 수 있고 또 귤의 종류도 많아졌을뿐만 아니라 맛도 각색이니 애초에 우리의 만남은 찰나였겠지만 귤이 멸종하지 않는 이상 나는 매년 겨울 혹은 백화점의 매대에서 제철이 아닌 생뚱맞은 귤을 만날 때마다 너와 다른 귤을 만나면서도 너를 만날 수 없는 지극한 슬픔을 느낄텐데. 이미 너는 흙으로 돌아간 후였으니 이제는 흙을 보면 귤의 모습을 한 너를 떠올리게 될 것이고 예전에는 귤만 보아도 슬픈 것이 이제는 흙을 보아도 슬퍼지는 슬픔의 확장을 느끼며 더이상의 슬픔의 확대재생산은 용납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아마 몇번의 겨울이 다시 도래하여도 귤을 씹으면 모래를 씹는 맛이 날테지만 어느새 그 모래맛은 다시 상큼한 귤 고유의 향미를 되찾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이제 푸념은 그만하고 잠이나 자러 가야겠다.

차갑게 시린 손에 조막만한 귤 하나를 쥐었는데 귤에서는 온기가 느껴졌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너의 손에 귤을 쥐어준다. 온기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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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꿈치

막 지어낸 이야기 2012. 12. 30. 23:14
멀쩡할땐 모르다가 꼭 까져봐야 평소에 얼마나 안락하게 살았는지 비로소 알게함.

진작 조심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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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眠

막 지어낸 이야기 2012. 12. 22. 19:48
멀쩡히

살아있는



죽이고

그렇게

저 세상으로

간 너와

다시

만난다

꿈에


달콤하다


-冬眠 24시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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