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기가 격월기가 되고 계간기가 되어버렸다. 11월 잘 보내고 12월도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촉각을 예민하게 가져가자.

스스로에 대한 타협은 틈을 만들고 그 틈새로 찬바람이 스며든다. 하반기를 반이나 보내고 지난 석달을 돌아보니 기억하는 일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다.

8월에는 몇 년 만에 장기 휴가를 다녀왔다. 광복절을 끼고 거의 열흘을 쉬었다. 은미와 지호와 함께 동물원에도 다녀왔고, 제천 하루 여행 후 충주 경원네를 갔다가 대전에서 윤정이도 만났다. 제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배론 성지. 성지의 숭고함을 흠뻑 느끼고 왔다. 휴가 끝날 무렵에는 차이나타운도 다녀 왔다. 엄마랑 서촌 나들이도 했고 바쁘지만 나름 잘 돌아다녔다. 몇 년 만에 과음에 만취해서 밤새도록 있는 속 없는 속을 다 게워낸 날도 있었다. 다사다난했다.

9월은 평화로울줄 알았지만 예정에 없던 출장도 다녀오고 추석을 전후하여 썸 비스무레 한 것도 있었다. 참 오랜만에 뜻밖의 해프닝이었다. 바닥을 쳤던 자신감을 회복, 흉하지 않은 마무리. 도를 넘지 않았다. 현실에 발을 딛고 나의 마음을 살피고 절친도 지키고 역시 다사다난했지만 나쁘지 않은 달이었다.

10월 예상치 못하게 매우 바빴다.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진행됐고 힘겨웠지만 위로도 받았다. 학교도 좀 열심히 다니고 잠깐 알바도 했다. 돈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좋은 일 한 셈 쳐도 무방하겠다. 여수 출장을 겸해서 모처럼만에 민영이와 조우했다. 아직 앳된 민영이가 아기 엄마가 된다고 하니 실감이 안났다. 마음으로는 그동안 친구로서 못해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게 잘 안됐다. 시월의 마지막날 사무실 큰 행사를 치루고 마음이 서글펐다. 지나고 보니 내 마음이 그랬다. 혼자서 의미를 부여하고 가슴 시리고 그랬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짧은 가을이 저물고 겨울 오는 냄새가 난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어쩌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고통에 내성이 좀 생긴 것 같다. 10월 27일 마왕 신해철과 허엽 선배가 세상을 하직했다. 아까운 사람들이다.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난듯 했다. 누군가가 유년 시절의 한 부분이 툭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절감했다. 중1때부터 재수하던때까지의 부분 부분이 조각나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쉬고싶었다. 청각이 예민해졌다. 머릿 속의 목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자 슬퍼졌고 머리가 아팠다. 따뜻하게 두 어깨를 다독거리는 손길이 마음에 스몄다. 항상 끝은 예고가 없다. 지나고 나면 아 그게 마지막이었겠구나.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그 당시에 알아차렸을텐데 속상하다. 바쁜데 마음의 틈이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해서 힘들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 대폭 할인이라 책을 열 권도 더 사고 달력도 받았다.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논문 쓰기로 결정했다. 방향도 잡았다. 배수의 진을 치고 결연히 밀고 나가자.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기로 하고 그만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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