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게을러졌다. 오늘 오월 십오일 스승의날 5월 둘째주, 5월 중순. 월기에서 격월기로 격하된 것은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의 문제이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던 자기관리능력이 그 사람의 인격과 수준을 드러낸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레벨이 툭툭 떨어지는구나. 날씨는 좋아지는데 쩝.

 

3월 바빴고, 4월 바빴다. 난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잘 못하는 인간이다. 아마 나같은 인간은 단순해서 바람도 못필거다. 무능한 인간이 되어버렸어. 애초에 무능한 인간이었던 것 같다.

 

2014년은 뭔가 찌질한게 컨셉인가. 전에 없던 건망증이 생기고 사람 관계에서도 실수가 늘어간다. 이 좁아지는 느낌 참 별로다. 나이를 한두살 먹어가면 더 너그럽고 온화해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금기와 트라우마는 축적되고 자신감은 떨어진다.

 

요즘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지 못하는 것. 출석만 하고 있는 것.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 부질없이 나이는 그냥 먹고 시간도 그냥 흐른다는 것. 아 어렵다.

 

4월 16일 커다란 배와 함께 통제에 잘 따르던 어린 학생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았다. 정확히 그날부터 불안감과 우울함이 심해졌다. 옳고 그름, 원칙과 현실이 블루스크린 뜨듯이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말에는 네가지 종류가 있다. 해야만 하는 말, 해도 되는 말, 안해도 되는 말, 해서는 안되는 말.

 

어떤 사람은 해도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그 말이 어떤 사람들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로 받아들이면서 겉잡을 수 없는 혼돈이 발생했다. 우선은 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만 하는 말은 별로 없고 해도 되는 말과 안해도 되는 말은 잘 모르겠고, 해서는 안되는 말은 또렷해졌다. 말의 절대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평온한 일상 자체가 죄스러운 것이 되면서 가치체계도 함께 무너졌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까. 무서운 세상이다.

 

4월은 내 생일도 있었지. 너무 먼 옛날의 일 같다.

식목일을 끼고 부산에 2박 3일 다녀왔다. 무궁화호를 타고 여섯시간 덜컹거리며 자정이 다되어서야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날씨는 나쁘지 않았고, 맛있게 먹고 잘 쉬다 왔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느냐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피곤해졌다. 그 어느 것도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나는 것이 없었다.

 

과도하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과 과도하게 허무한 것, 무기력함과 싸우고 있다. 잘 이겨낼 자신은 없다. 그저 묵묵히 버텨내고 익숙해지는 수 밖에. 어려움에 익숙해지는 것도 어렵다. 쉬운 것은 재미없다지만 끝없이 어려운 것은 사람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 같다. 5월과 6월은 더 괜찮을까?

 

그러고보니 3월에 졸업자격 외국어 시험을 봤었다. 10년 만에 영어 공부를 했고,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통과는 하고 나니 그것도 좀 허무했던 것 같다. 사무실 일은 틈이 생기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지금도 바빠가며 묵은 감정과 기억들을 버리고 있다.

 

몸과 마음이 좀 가뿐해졌으면 좋겠다. 홀가분한 기분. 느껴본지 너무 오래된 것 같은데. 시원섭섭 홀가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건 진리로 믿으며 오늘 하루도 충실하게. 후회없이.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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