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사실 우리가 여러모로 가깝게 지내고 자주 연락을 하던 시기와 관계일때에는 '누구'야. 하고 부를 일이 있었던가

그 때 그 누구가 나를 '누구'야. 하고 불렀을 때(그것도 문자나 메시지로 말이지. 육성으로도 아니고)

난 참으로 그 '누구'인 내 이름이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손에 달랑달랑 들려 쓰레기분리수거대에서 툭, 하고 던져버리듯

내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시발 니가 뭐라고 감히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그랬던 관계는 퇴색하고

나도 이따금 누구의 이름을 '누구'야 하고 불러보니

그때의 너희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누구'야 하고 부르게 된 것은 태어나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였는데,

내가 사실은 누군가를 '누구'야 하고 부를 정도로 누군가에게 애정이나 우정이나 욕정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누군가를 '누구'야 하고 부를만한 관계가 성립되지 못한 조건 탓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이제 와서야 누구를 '누구'야. 하고 불러보았는데

그것도 그 누구를 다정하게 불렀던 것이 아니라 다그치거나 종용하기 위해, 또는 각성시키거나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어쨌든 유목적적인 '누구'야는 '누구'를 감동시키지 못했고

이제는 맹목적으로 '누구'야 호명하고싶지만

다시 한 번 너의 뒷통수에 대고 '누구'야 부르면 그건 곧 잘 살아있는 너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려버리는 것만 같아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쓰레기가 되어서는 안되지
너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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