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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한 젓가락이 되고 싶습니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당신과 함께하는

두 다리 늘씬한 젓가락이 되고 싶습니다.



늦은 귀가길,

출출함 달래려 종종 들르는 24시 순대국밥집 스테인리스 젓가락도 좋고,

이따금 들르는 중국집 일회용 대나무 젓가락도 그럴듯 하고요,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밥,

매번 익숙하게 함께하는 간만에 주인만난 가정용 젓가락도 흔쾌합니다.


다 늦은 오후, 무슨 일로 점심도 걸러,

허기채울 컵라면과 함께할 투박한 나무젓가락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늘씬하고 쭉 뻗은 젓가락이 되어,

당신의 두 손 안에 살포시 포개져,

매 순간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반찬과 함께,

지친 미각을 충족시키고,

온 몸을 구성할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성실하게 전달하여,

이윽고 그 몸 어딘가 한 부분이라도 이루는데 일조한다면!



가장 미약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젓가락으로 만난다면,

부디 다 쓴 일회용이라고 함부로 부러뜨리지는 말아주세요.


아, 요거 젓가락, 얄미워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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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닥 담배가 되고 싶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음해하고 험담을 늘어 놓아도

당신의 손에 간간히 들려 있는 담배가 되고 싶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 길,

아직은 무거운 눈꺼풀 척, 하고 들어올릴 기상 담배도 좋고,

햇살 따가운 점심식사 밥 한그릇 뚝딱 잡순후에,

느긋한 포만감 함께 즐길 식후 담배도 환영합니다.


지긋한 회의,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5분을 10분의 가치로 상승시킬 막간 담배도 그럴듯 하고요,

왁자지껄한 술자리,

여러 사람과 함께 고충을 나눌 위로의 담배도 흔쾌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제 한몸 불붙여 빠알간 정수리 앞세워 당신의 앞길 밝히는 귀가담배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한가닥 탑탑한 담배가 되어,

당신의 두 손가락 사이에 가볍게 안착한 후에,

살짝살짝 입술을 스치고,

가장 깊은 호흡으로 스며들어가 폐부 깊숙히 통과하여,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확산된다면!



아, 당신의 건강을 염려하여 저는 백익무해한 담배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

아- 요놈의 담배, 얄미워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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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술이 되고 싶습니다.

말갛고 은은한, 투명한 갈빛의

한 잔 술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봄날, 아직은 쌀쌀한 저녁

하루일과로 지친 당신의 입술을 촉촉히 적셔주던

깨끗하고 달달한 청명주도 좋고,

무더운 여름 저녁 찌부둥한 더위를 날려줄 500씨씨 맥주도 그럴듯 하겠지요.

모처럼만의 산행길, 뜨거운 땀방울을 식혀줄 얼음막걸리도 흔쾌합니다.

무슨 일로 마음이 괴로운날 신속하게 넘어갈 소주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한 잔 술이 되어 당신의 세 손가락 안에 잠시 자리잡았다가,

입술을 스치고,

감미롭게 미각을 자극한 후에,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확산되다면!





혹시라도 한 잔 술로 만나게 되면, 맛있다-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아- 요놈의 술, 얄미워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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