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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처럼 발갛고 뜨거운 기운이 감도는 아이를 낳았다. 삼칠일이 지나고 백일이 지나고 누웠다 뒤집고 사지를 허우적거리며 슬슬 기어다니고 어느새 혼자 잡고 몸을 일으키더니 묵직한 엉덩이를 방바닥에 척 붙이고는 허리를 꽂꽂이 세우고 앉았다.

아이는 처음에는 쪼글쪼글 한 것이 빨갛기도 까맣기도 한 것이 영 볼품이 없는 것이 어디 외계에서 온 듯 못생겼다 하기엔 미안했지만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오동통통 살이 오르고 쌔근쌔근 숨을 쉬더니 금세 사람스러워졌다.

채 돌도 안되어 걸어다니려는 것을 매번 주저앉혀 그렇게 석달을 더 버텼더니 이제 더는 못참겠다 하고 엉거주춤 일어나 뒤뚱뒤뚱 돌아다닌다. 그 종종종 잰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눈깜짝할사이에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더라.

젖은 아랫니가 빼꼼이 비칠때까지만 먹었다. 더 먹이려고도 하였으나 한창 이가 나려 하는지 입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질근질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젖꼭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겸사겸사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 먹을 것을 굳이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어른 먹는것을 조금 싱겁게, 국물에 보리차를 좀 섞어서 밥을 말아 불려 먹이는 정도면 충분하리라. 설겆이도 아이의 것이라고 굳이 따로 하지 않았다. 어른 한 번 헹굴 것을 아이의 것은 세 번 헹구고.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밤에 자다 깨서 젖을 먹는 버릇을 고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울면 달려가서 바로 안아주고 흔드는 것도 용케 피해갔다. 떼쟁이는 만들지 말자. 그렇다고 방치하지도 말자. 중도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느새 옹알거리다 웅얼거리다 엄마를 하고 좋아 싫어 안돼 하지마 주세요를 하더니 문장을 말하고 질문을 한다. 너의 머리 속에 도대체 몇가지 단어가 들었을까 궁금해 하던 찰나에 동생을 사오라 한다. 네 돌이 될까말까 하였다.

해님의 소원대로 시원하고 푸릇푸릇한 달의 기운을 닮은 아이를 낳았다. 붉은 기운의 아이와 조금은 다른 듯 영락없이 같은 듯 아무래도 둘째다 보니 처음이 아니라 수월한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기저귀 갈아 주자 하면 해님같은 아이가 쪼르르 달려가 냉큼 새 기저귀를 가져오고 엄마 화장실 좀 가려마 하면 달님 옆에 앉아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하며 손뼉을 치며 노래를 한다. 해님이 주신 해님같은 아이는 이제 양말도 혼자 알아서 척척 신고 달님같은 아이가 잠이 들면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 하며 조용히 들여다 본다.

달님이 주신 달님같은 아이가 언제 어떻게 크는지도 모르는 새에 초롱초롱 별님같은 아이가 태어났다. 달님은 당황한 듯 엄마 이건 뭐야 하며 울먹거리는데 해님같은 아이가 '동생'이라 하며 아이 예쁘다 하라고 의젓하게 달님의 손을 끌어다 정수리가 발랑발랑하는 데는 만지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별님이 욕심을 부리려 하면 해님이 자기 것을 내어 놓고, 어느 날은 달님이 해님에게 양보를 하니 이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별님이 해님과 달님의 두 손에 이것 저것 쥐어 주는데 재미를 붙였다.

발갛고 뜨거운 기운의 해님같은 아가 도와 달님을 키우고, 해님과 달님이 도와 별님을 키운다.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 해님과 달님과 별님이 장성하니 낮에도 밤에도 온 세상이 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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