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얼떨결에 다시 삐그덕거리며 가기 시작했지만 고르지도 않고 온전치도 못하다
어떤 날은 겉잡을 수 없이 날아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밤새도록 낮인 것처럼 그대로 앉아 두 눈알을 끔뻑거리고 양손을 쉬지않고 몰아부치며 그대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러고는 시간과 한 판 이기고 연이틀은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잠을 보충했다

하루는 다시 멈추려는 시간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혼신을 다해 게임을 했다 이번 판을 꼭 끝내고 다음 판에 도전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시덥잖은 표정으로 몰두했다
다행히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잠들지 못하는 것은 괴롭고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수면부족은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좋은 말이다 인간은 이미 너무 오래 살게 되어버렸으니

시간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부정적 감정이 있었는데 아마 상실감이 맞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또 상실감이 아니었을수도 있지만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상실감
정도가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책감과 원망감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그랬던게 분명하다.

멈춘 시간을 다시 밀어붙여 그 시간을 나도 따라가고 내가 앞서 달리며 시간을 잡아당긴다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상실은, 잃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셀 수 없고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는 것을 포기했다. 대체하거나 새로 갖추는 것도 포기

내가 할 수 있는건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상실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
자포자기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상실 상태를 받아들여 먼지 한조각이 되어 매일을 살아가는 것
이것도 노력과 의지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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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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