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 오십분
대낮의 폭염을 주의하기 위해 열어둔 창틈으로 오후 세시부터 내리겠다는 비 냄새가 일찌감치 밀려 들어온다

더위에 잠못드는 밤이면 오들오들 떨리던 겨울 밤이 생각나기 마련
그런걸 인지상정이라 하지

다 큰 어른의 덩치로 엄마 품에 웅크리듯 소옥 네 품에 안겨 꼼지락대던 때 다른 접촉은 차마 못하고 발바닥을 슬그머니 스쳤던 손가락
성냥개비로 불을 당기듯이 확 타올랐다 사그라들고 말았지

그 이후로 그 놈의 감각을 상실시키려고 수십 년 쳐다보지도 않았던 힐을 주구장창 신고 다니며 발바닥을 혹사시키고 있다

발목이 뻐근할수록 발바닥 근육은 살아나나봐 성냥개비로 훅 하고 지나가며 불이 붙는다 오늘도

오후 세시부터는 비가 올 예정이다
새벽 세시 육분이 되었다

'Pulmaya 머릿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거워서 오랜 시간 졸여 보았다  (0) 2017.03.29
오랜만입니다  (0) 2017.01.24
마치 앨범  (0) 2016.06.27
그 시절 그리워  (1) 2016.06.24
결론  (0) 2016.05.10
블로그 이미지

Pulmay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