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누군가를 찾아보듯이
설렁설렁 뒤적거려 꺼내본다.
지금은 있지 않은 그 시간, 그 공간, 그 인간
앨범 속에 존재하니까 지금 존재 부존재 여부는 뭐 딱히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앨범 속 사진이라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남겨두는 것이므로
뒤적이다보면 우울했던 불행했던 슬펐던 아팠던 사건 사고는 발견되지 않고
딱 그때 그 순간 행복의 일인자로 존재할 수 있는데,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행복했던 그 한 컷 앨범으로 남기지 않아
행복의 실체도 함께 사라져버렸나
손바닥만한 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스윽스윽 문질러 봐도
당신과 함께 즐거웠던 순간은 없고
과하게 먹음직스러운 요리 사진만 잔뜩 들어있다
사진 한 장 남겨 놓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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