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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머릿속 2011. 11. 1. 18:29

출국을 채 24시간도 남겨놓지 않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밥을 먹고, 필요한 물건들을 좀 사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나와 울적한 마음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완득이를 보고는 따뜻함을 느끼고, 폰 컨트리락 해제하는 걸 까먹고 있다가 부랴부랴 서비스센터에 와서 폰을 맡겼다.

얼핏보면 전혀 내일 출국할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지.
아 이건 또 뭔가 에이에스 센터에 앉아 여유롭게 글을 쓰는 모습이라니-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잠을 자는 시간을 일곱시간이라 잡고 나머지 17시간을 쓴다치자.

난 오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물건도 사고 에이에스센터도 들르고, 중간중간 페이스북도 하고, 지금은 글쓴답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몸은 그렇게 움직이고, 또 머릿속은 이 생각 저 생각 오만생각을 다 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냥 너저분하게 정돈되지 않은 느낌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굴러가는 대로 보내보고 싶었다.


11월 첫날이자 2011년 내가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참 특별할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그런 하루다.


반 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냥 반 년.

돌아오면 여전히 아침에는 해가 뜨고 사람들은 하루 두번 혹은 세번 밥을 먹고 분주하게 출근을 하고 저녁이면 퇴근을 하고 밤이면 잠을 자겠지. 여 전 히-

하지만 아직 누구 뱃속에서 꼬물거리고 있을 조카도 태어나 있을 것이고,
후배들은 졸업을 했을 것이고,
교생때 반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거나 재수라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고,
생각지도 못하던 사람이 죽거나 많이 아플지도 모르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커플이 탄생해 있을수도 있겠고,
내가 한국에 있던 없던 상관없이 예정대로 누군가는 결혼을 했을 것이고,
또 어떤 언니나 오빠는 여전히 짝 없이 외로운 상태로 있을지도 모르고,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2004년 상반기 어학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을때
내가 사랑하던 학교 학관을 (누군가가?) 옮겨 놓았던 기억,
버스정류장과 노선이 죄다 바뀌어 서울 시내 한 가운데에서 촌년이 됐던 기억,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열 명이나 생겨있었던 기억,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잠자는 시간을 일곱시간 정도 빼면 17시간-

나한테 오늘은 그냥 너저분한 하루다. 아- 이 너저분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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