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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끄러운 여자였다.

동시에 아주 뻔뻔한 여자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뭘 모르는 여자'였다.



어떤 순간에도 낯빛하나 변하지 않고 뭔가를 뚝딱뚝딱 해내기도 했고,

남들 아무도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 풀지못하는 숙제같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욕감'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수치심'이라 부르기도 했다.


뻔뻔한 여자라고 그런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묻고 싶었다.

같은 상황, 같은 시간대에 일어난 일이

너 같은 놈에게는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데

어째서 난 굴욕적인가?


그들은 답을 주지 못했다.

그냥 몰랐을 뿐이라 했다.


그러나 내 보기엔 '알고도' 그러는 놈이 더 많았다.



너는 유쾌했다.
나는 불쾌했다.

너는 기분이 좋았다.
나는 기분이 더러웠다.

너는 즐거웠다.
나는 짜증이 났다.


어째서 같은 시간 같은 상황에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인가.



아직도, 여전히 그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그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묘한 일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럽다.

가끔은 자기네들끼리도 그건 너무 심했다고 설친다.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정도의 차이와 다양한 방식으로 내 기분을 더럽게 한다.

어쩌면 죽는날까지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수치스러운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여인은 도망을 갔다.

어떤 여인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어떤 여인은 자기가 부서져라 싸웠다.

어떤 여인은 그저 울기만 했다.

어떤 여인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거둬들였다.

어떤 여인은 그냥 아무 내색안했다.

어떤 여인은 다른 여인들과 모여 앉아 뒷담화를 했다.

어떤 여인은 또 다른 여인을 위로했다.

어떤 여인은 또 다른 여인을 대신해 욕을 해주거나 싸대기를 날려줬다.

누가 가장 현명한가.



이제 다시 묻는다.

너는 정말 모르냐, 진짜 모르냐,


사실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알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나는 이제 모두가 알도록 할 것이다.
누구라도 용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래서 나를 내려놓는다.

나를 내려놓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연약함, 두려움, 불안감'을 내려 놓는 것이다.

가장 이성적으로,
가장 논리적으로,
가장 여유롭게,
가장 자유롭게.

나는 이제 그 어떤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사실 따지고 보면 동일한 요소일지도 모르는)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

나는 당당하다.

그래서 나는 강하다.

이제 시작이다. 쓰읍





-환장하게 더운 낮, 환장할 일 하나 툭툭 털어버린 여자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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