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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Pulmaya 머릿속 2011. 7. 5. 00:20
나는 두렵다.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을 포기할까봐 두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렵다.

그러다가 다시는 얼굴도 못 볼 사이가 될까봐 두렵다.


보고싶은 사람을 보지 못해 괴로운 것이 두렵다.

문득문득 그러고 싶어 그러는게 아닌데 갑자기 보고싶은 사람이 뭉클 생각나는게 두렵다.

그러다가 영영 못보는 사이가 될까봐도 두렵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것이 두렵다.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도 그들을 잃는 것이 두렵다.

누구에겐 하찮은 소모품일지라도 나에게는 금쪽같은 사람들을 잃는 것이 두렵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도 두렵다. 그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두렵다.

나를 잘 다스리는 일이 잘 안되는 것이 두렵다. 내가 성질을 과하게 부려서 여러 사람들이 쌩고생하게 될까봐 두렵고 무섭다. 겁난다.

이런 지랄맞은 내가 쌕쌕 숨쉬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더 소름끼친다.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봐 두렵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자식새끼 낳아놓고 이 풍진 세상에 떳떳하고 당당한 부모가 못될까봐 심란하다.

괜찮은 남자를 못만날까봐 두렵다. 여태까지 비루한 죽정이같이 책임감이 제로였던 그런 많고 많은 찌질한 남자들 중에 속이 꽉차고 진국인 제대로된 남자를 골래내지 못할까봐 걱정되 죽겠다.

오늘 밤도 이 심란한 마음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까봐 두렵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또 어딘가에서 꽃같은 자기 목숨을 지키지 못할까봐 무섭다. 제발 그러지 마라.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살아진다. 죽으면 아무도 책임지지 못한다. 그러니까 반드시 살아 남아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대야 좋을지 모를때가 가장 두렵다. 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 닥칠까봐 불안하고 초조하다.

늘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 둘 다 갖지 못하고 하나밖에 갖지 못할까봐, 그러다가 종국에는 둘 다 놓쳐버릴까봐 두렵다. 또 그 선택에 대해 당당하지 못할까봐 늘 두렵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때를 놓쳐 버릴까봐 두렵다. 가장 좋은 타이밍 놓치고 나중에 짜증날까봐 불안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어이없는 짓을 해놓고 나중에 머리털 빡빡 뽑으며 손발 오그라들도록 쪽팔릴까봐 너무너무 걱정된다. 어휴, 생각만해도 얼굴이 불타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할까봐 걱정되 미치겠다. 아 내가 할 줄 아는게 뭐 있다고!!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다지만 제대로 못 죽고 민망하고 어이없게 죽을까봐 걱정되 죽겠다.

휴으.... 지금 잠도 안 자고 이러고 앉아있는 내가 젤로 어이없단 말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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