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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의 작성이라니

매월 초 아직은 때가 아니다 생각하며 다음달 다음달 하던 것이 이렇게 되어 버렸네.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4월 말 바다 건너와서 우여곡절을 좀 겪었으나 5월 초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세상 모든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삶의 주기가 3개월 단위로 돌아가게 된 지금. 사실 매우 평온한 상태이다. 8월로 넘어오면서 7.5를 쓸까 8을 쓸까 하루에 여러번 고민했는데 6개월이나 안쓴줄도 모르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던 건 아닌데.

생활은 심플해서 크게 군더더기가 없고 머릿속도 마음속도 작년과 비교하면 꽤 평화롭다. 내게 강 같은 평화-

인연이란 것은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서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번번히 깨닫고.

3월 말 정아의 도움으로 큰 고비를 한 번 넘기고... 4월에는 사실 별로 기억을 되새김질 하고 싶지는 않지만... 4월이 있어준 덕분에 5월이 왔고 6월이 왔고 7월이 왔고 8월이 왔다. 이렇게 슬- 하반기로 넘어왔다.

한가할 틈은 없지만 치이지는 않아서 좋다. 아직은 무언가를 어거지로 시도하고 싶지는 않을 정도로 평온하다. 그래서 문득 아직 남편은 없지만 아이를 하나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실현이 된다면 아버지 없는 아이의 가난한 엄마가 되는것인가? 참나... 생기지도 않은 아이한테 벌써부터 미안해지려 하네

비가 온다. 여기는 타이밍이 다르다. 서울은 월요일에 비가 올 거라고 들었다. 아까 저녁부터 비가 온다. 집에 다녀 올 준비로 마트에서 예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도착하고 얼마 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좋아하는 배우가 생겼다. 26
왜 26일까 혼자 며칠 고민했다. 코드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너무나 오랜만에(거의 18년 만이니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배우의 팬카페에 가입하고, 두근두근 일주일을 기다리고, 드디어 퇴근 무렵에 정회원 승급이 되었는데 그날 퇴근길에 비 갠 후 쌍무지개를 만났다.

보통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배우의 군입대 소식을 들었다. 심장이 살짝 내려 앉았다. 고백하자마자 거절받은 그런 느낌? 섭섭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짧은 기간 나 나름대로의 팬심을 누려야지. 배우 덕분에 주말이 즐거웠고 끝이 보이지만 즐길 시간이 조금 더 남았으니 욕심내지 말아야지.

선정언니가 왔다가셨다. 언니에게 남편이 생겼다. 축하해드렸다. 나는 감히 그러지 못할 일이다. 역시 언니는 나랑 클래스가 다르다. 나는 늦되고 어중간하다. 독보적이지 못하고 그냥 쫓아가기 바쁘다. 이번 생은 계속 밀리고 밀렸으니 이렇게 지내는 수 밖에. 울적해하지 말자.

좋아하는 배우의 팬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마음이 풍요롭다. 월요일에 출근해서는 배우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걸어놔야겠다.

배우가 극중에 상대역에게 내일 보자.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의 울림이 너무 컸다. 내일 보자. 아마 내가 누군가 특정 대상에게 이 말을 할 일이 다시 또 있을까?모를 일이다.

내일 보자는 단순히 인삿말이 아니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의지이다. 우리는 내일도 변함없이 만나는거야. 이렇게 약속하는 말이니까.

더 늦기 전에 더 나이 먹기 전에 이런 감정의 교류를 할 기회가 또 한 번 주어진다면 정말 충실하게 성실히 진심을 다해보고 싶다. 모르겠다.

사실 지금의 상태는 번뇌 연민 이런 것들로 해방된지 얼마 되지 않아 상당히 영혼의 자유가 있는 편이다.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지 않고 손발이 자유로운 그런 느낌이다.

이곳 생활은
직장인의 생활이란게 크게 특별할 것이 있나. 벗들과의 조우는 생각보다 기회가 많지 않고 월에서 금까지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빗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아까 잠깐 개구리가 울었다.

지난 주에는 공원을 찾아 수십분을 걸었는데 땀구멍이 크게 열리고 돌아와보니 집 근처로 사방에 새가 울었다. 멀리 그 무엇이 있을까 방황하지 말라는 가르침인가

먹는 것은 잘 먹는 편이다
독립을 한 것은 큰 의미있는 일이지
이제 엄마도 독립을 해야지.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고 혼자서 자신의 인생을 돌보셨으면 좋겠다. 나는 돌아가지 않고 싶다. 문법적으로는 돌아가고싶지 않다 가 맞겠지만 나는 그냥 돌아가지 않고 싶다. 나도 독립을 해야 하니까

내가 경제력이 좀 된다면 어디서 없는 남자라도 데려와 살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좀 아쉽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얘기하는 일들이 나는 좀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내년은 이렇게 지나가겠지. 우선은 2018년 1/4분기를 지나고 뭔가를 좀 해보고싶다. 물론 그보다 기회가 더 빨리 찾아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좀 천천히 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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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m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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