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십칠년의 첫달을 어수선하게 보냈다.
여행을 다녀왔다. 자꾸 잊어버려 이제는 많이 잊어버려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짠내가 물씬했던 남국. 아마도 마지막 해외여행. 왜냐면 앞으로 혼자 여행가고 싶지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고래를 만났다. 험한 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노래하는 널 만나러 다녀온 것이었다. 그걸로 충분했지.

별을 보았다. 무수히 쏟아지는 깨알같은 별을 잔뜩 보고왔다. 충분히 보았다.

수도 없이 걸었다. 하염없이 걸었다. 목적지는 있었고 그냥 걸어갔다. 여러 동물 친구를 만났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덤덤한 동물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왔다. 무심하게 아이컨텍을 했다. 모든 것이 충분했다. 흠 잡을데 없었지만 좀 심심했다. 말할 친구가 없었다.

짧디 짧은 에피소드. 와 뭐지?
좋았고 슬펐다.
잊기 위해 과거의 여러 기억을 소환했다. 묵은 것과 새 것이 뒤엉켜 난잡해졌다. 거지같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자꾸 뒤를 보게 된다. 문밖 출입을 자제했다. 가지말아야 할 곳으로 향하게 될까봐 셀프가택연금을 시전했다.

재미가 없다. 뭘 해야 할까?
하고싶은 것도 없고 하기 싫은 것도 없고 이상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밋밋한 인생.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상하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집 밖은 춥고 쓰레기만 난무하니 되도록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좋겠다. 부지런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연휴 직후 다녀간 사촌 오빠의 둘째 소식. 지난 주말에 전해들은 절친의 둘째 소식. 나는 언제 둘째까지 가지려나. 앞길이 캄캄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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