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의 봄은 예전만큼 화창하지 않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흐린 날이 많고,  따뜻한 날도 얼마 없다. 비가 자주 내리고, 예전보다 우중충한 느낌이다. 시대를 반영하듯 봄은 더 이상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졌다.

사무실엔 그냥저냥 일이 많고 틈도 많아서 잡생각과 문제 의식도 많아졌다. 나도 나이먹는 치레를 하느라 자꾸 컨디션이 저조하고 몸에 들이는 돈도 많아졌다. 사실 1월 중순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른기침 감기와 장염, 위경련, 피부트러블이 차례차례 다녀가거나 머물러 있다.

인근에 근무하는 갖마 후배 허다경이를 만났고 투잡을 알선해 준 이상근 선배에게 보은을 했다. 절친 정화는 결혼을 하고 부케는 내가 받았다. 정아씨를 몇 년 만에 만나 즐거웠고 효진이 현진이랑도 맛있는 걸 먹었다. 짜이르도 쉬는 틈을 타 시간을 내주었다. 겸이네 집에도 한 번 다녀왔다. 새언니한테는 부담이 되지 말아야겠다. 좋은 시누이가 되고싶다.

사무실 일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새벽 기상을 하느라 컨디션이 더 안좋아 진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기력해지는 분위기 탓일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관리'를 받기 시작했고 월급은 통장을 거쳐 카드회사에 상납되었다.

동생 범이가 가을에 결혼 날을 잡았다. 5월에는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드디어 가는구나 착한 내 동생!

오래 만나는 인연보다 스쳐지나 가는 인연이 더 많아지고 크게 아쉽거나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어디 하늘에서 벚꽃잎처럼 남자사람 하나가 툭 떨어져서는 생일상도 차려주고 선물로 감동을 주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살면서 요즘만큼 내 몸에 들이는 돈이 많을 때가 없었다. 돈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도 들인다. 엄마의 당부대로 남사친 관리를 잘 하느라 전에 없던 모닝콜도 부지런히 하고 여러모로 바쁘게 산다.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젊은이들이 모여 술도 마시고 흘러간 옛 노래에 맞춰 춤도 추는 곳에 가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내가 춤을 잘 췄고 남자들도 여자들도 좋아해줬다. 살 맛이 났다. 가끔 가면서 살아야지. 더 어릴 때 가보지 못한게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가보게 되어 다행이다.

먹는 것은 계속 가려 먹어야 할 것 같다. 5월에는 하루요 언니가 오기로 했다. 같이 낙산공원에 가고 이화동 벽화마을을 갔다가 오리고기를 먹기로 했다.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건강한 삶을 살자.

 



 

 

 

 

 

블로그 이미지

Pulmaya

,